[성명]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2023-10-27 3

[성명]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1. 헌법재판소는 2023년 10월 26일 「군형법」 제92조의6 중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대법원 2019도3047 판결을 전제로, 이 사건 심판대상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된다고 본 것이다.

2.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남성 간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미국 전시법의 ‘소도미(sodomy)’ 조항을 수계한 것이다. 이 사건 법정의견 또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소도미’를 번역한 용어인 구 군형법 제92조의5 중 ‘계간’을 단순히 용어순화 차원에서 통상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항문성교’ 라는 표현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고 이에 따라 동성 간의 성적 행위에만 적용된다고 판시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이 ‘소도미법’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3. 동성 간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소도미법제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평등권,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인권침해 법제로서, ‘부끄러운 과거의 유물’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유럽과 북미, 남미, 동아시아를 통틀어 소도미법을 보유한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이와 같은 한국의 ‘군대 내 소도미법’에 국제사회는 깊은 우려를 표하며 반복적으로 폐지를 권고하여왔다. 2015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를 비롯하여 2017년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와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 등 주요 유엔인권조약기구들이 폐지를 권고해왔으며, 2017년 제3차 유엔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UPR)에서 6개 국가, 2023년 제4차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에서 7개 국가가 반복하여 폐지를 권고하였다.

4. 특히 이 사건 심판조항의 위헌성은 2017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국방부의 이른바 ‘성소수자 군인 색출사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군대 내 성소수자를 범죄자로 낙인찍고 동성 간의 합의된 성적 행위조차 ‘추행’이라고 이름붙이며 성적 지향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강화시키는 이 사건 심판조항이 실제로 어떠한 공권력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충격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역사적 과오를 바로잡을 기회를 저버리고 구 군형법 제92의5를 대상으로 한 2002년, 2011년, 2016년의 합헌결정에 이어 오늘 4번째 합헌결정을 내림으로써 심대한 인권침해 상황을 또다시 연장시킨 것은 유감스러운 역사적 퇴행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5. 이 사건 심판대상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재판관 4인의 반대의견), ‘동성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가 사적 공간 이외의 장소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동성 간의 성적 행위가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그 자체로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징계로 충분히 규율이 가능함에도 ‘군기라는 추상적인 공익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어떠한 강제력도 수반하지 않는 성적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개인의 내밀한 성적 지향에 심대한 제약을 가하는 것으로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며, ‘동성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회적 다수인 (…) 이성애에 기반을 둔 성적 행위만을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으로, 그렇지 않은 동성 간의 성적 행위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입법 및 법률해석에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서 그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어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재판관 3인의 반대의견)는 반대의견의 판시가 충분히 음미되어야 할 것이다.

6. 군대 내 합의된 동성 간 성적 행위 처벌이 군기 유지 및 전투력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이러한 처벌이야말로 군기와 단결력 및 전투력을 해한다는 연구결과들이 각국에서 반복하여 확인되고 있다. 남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만을 처벌하는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이 이성 간, 여성 간에 일어나는 군대 내 비자발적 성적 행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을 해결하지 못하며 오히려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와 성폭력을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엄중한 군대 내 성폭력 처벌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도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반복하여 지적해온 바와 같다. 우리 모임은 성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평등권,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동성애 범죄화라는 유습의 생명만을 연장시킨 이번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2023. 10. 2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조 영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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