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기고] <저밀도와 소멸위험, 농촌에 코로나 ‘이후’란 없다> 정은정 저자 초청강연 참석 후기

2021-05-12

-민변 4월 회원월례회-

“저밀도와 소멸위험, 농촌에 코로나 ‘이후’란 없다.” 정은정 저자 초청강연 참석 후기

지현영 회원 (사단법인 두루)

농촌이란 무엇인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농촌은 부모의 고향이고, 우리 밥상에 곡물을 올리기 위해 농부가 땀 흘리는 곳이며, 무엇보다 풍경에 가까웠다. 그러다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지방 사람’으로 퉁쳐지는 경험을 했는데, 이 때부터 농촌을 추억과 환상, 때로는 계몽과 개선의 객체로 대상화하는 시선이 불편해졌던 것 같다.

정은정 저자는 농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전달하며 진정한 애정을 가지고 걱정하는 몇 안 되는 연구자로서, 평소 그녀의 활동을 응원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민변에서 초청강연을 마련해주신 것에 감사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소멸의 위험에 놓인 우리 농촌은 학교급식이 멈추고, 국경이 닫혀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더욱 빠르게 붕괴의 위기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학교급식은 친환경농업의 보루로 우리 사회에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다른 안정적인 판로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 또한 저밀도일 뿐 아니라 초고령사회인 농촌에서 일하며 우리 사회를 부양하고 있는 사람들은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대부분이다. 친환경 먹거리가 풍부하고 여유와 정감이 넘치는 농촌에 대한 환상을 품지만, 부족한 인력과 먹거리로, 우리 농부들은 가공식품을 쟁여 먹고 믹스커피를 털어 넣으며 고된 노동을 견디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그나마 있던 농촌의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도시로 이전했다. ‘우리는 70대~80대 노인들의 척추를 우려 먹고 있다’는 저자의 비유는 끔찍하고 서글프다. 저자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없었던 농민과 환경을 위한 농업정책이 코로나19 이후 갑자기 수립될 리 없으며, 스마트 기술 등의 적용으로 낡은 농업 시스템을 대체한다는 발상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인 저자의 ‘농본주의’라는 책도 함께 읽었는데, 제초를 김매기의 진화로 바라보는 시선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 인상적이었다. 농사를 식량 생산을 위한 노동으로 이해하는 단편적인 시각에서는 제초가 획기적일 수 있겠으나, 김매기를 통해 우리는 풀의 종류를 무한히 익히고 땅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또한 농부에게 농사는 천지와 하나되어 몰아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며, 곡식을 키우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이 정성을 들이는 과정인데, 도시의 관점에서 이것은 효율을 낮추는 노동이 된다. 우리는 농촌을 도시의 수단으로 바라보며 더 빨리 더 많은 생산만을 추동한다. 그러나 무리 뒤에는 부작용이 뒤따르며, 그렇기에 끝없는 생산과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잣대를 농사에 들이대서는 안된다고 한다. 농촌은 그곳의 생산력과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사회를 지탱하고 건강하게 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곳에 걸맞은 농민들의 정신과 질서가 있다.    

독일의 한 마을에서 재배되는 사과로 만든 주스가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데, 그 이유는 그 사과의 품질과 맛이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마을의 풍경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논둑을 하루 종일 걷다 불현듯 마음이 밝아진 하루를 기억하며, 소중한 풍경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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