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조선학교 헤이트스피치 사건” 국제인권법에 부합하는 오사카 고등재판소의 판결을 기대한다.

2020년 9월 11일 minbyun 284

[성명]

‘‘조선학교 헤이트스피치 사건”

국제인권법에 부합하는 오사카 고등재판소의 판결을 기대한다.

 

1. 교토지방재판소는 지난 2019년 11월 29일 조선학교가 일본인을 납치하는 집단이라는 취지의 혐오표현을 지속적으로 일삼은 가해자에 대해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인정하면서도 벌금 50만엔이라는 가벼운 형만을 선고했다(이하 ‘1심 판결’). 교토지방재판소는 가해자의 ‘혐오표현’의 목적이 ‘납치 문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공익을 도모하는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를 가해자에 대한 양형에 적극적으로 고려했다. 가해자는 1심판결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를 하였고, 현재 오사카고등재판소는 2심 판결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모임은 혐오표현에 공익을 도모하는 목적을 인정하고 이를 양형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1심 판결에 우려를 표하며, 오사카 고등재판소가 이를 적극적으로 시정하기를 기대한다.

 

2.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원리와 인권의 근본원칙 중 하나로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필수적인 기반 중 하나이다. 하지만 많은 권리가 그러하듯 표현의 자유도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며 어떠한 조건 하에 제한될 수 있는 권리이다. 특히 증오와 차별을 내포하고 선동하는 혐오표현은 민주주의의 큰 위험을 야기하는 표현으로서 국제인권법이 명시적으로 당사국에게 금지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즉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서 벗어나는 혐오표현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3. 혐오표현은 개인 또는 집단과 관련하여 그들의 종교, 민족, 국적, 인종, 피부색, 출신, 성별, 기타 정체성을 공격하거나 경멸적이거나 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말, 글, 행동을 포함한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 국제사회와 각 국가는 혐오표현의 해악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표현들이 증오와 차별의 분위기를 조장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고 민주사회에 큰 위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아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를 하고 있다.

 

4. 물론 모든 혐오표현이 절대적으로 금지되어야 하거나 범죄화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심각한 해악을 야기할 수 있는 차별, 적의, 폭력으로의 선동을 금지하고 범죄화하는 것은 국제인권법상 국가의 의무에 해당한다.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이하 ‘인종차별철폐협약’)은 제4조 (a)와 (b)항에서 1. 인종적 우월성이나 증오에 근거를 둔 모든 관념의 전파 2. 인종차별에 대한 선동 3. 피부색이나 또는 종족의 기원이 상이한 인종이나 또는 인간의 집단에 대한 폭력행위나 폭력행위에 대한 선동 4. 재정적 지원을 포함하여 인종주의자의 활동에 대한 어떠한 원조의 제공 4가지 형태의 행위를 범죄로 인정할 것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0조 제2항은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의 선동이 될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증오의 고취는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다”라고 규정하며 국가에게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을 선동하는 혐오표현을 금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5. 한편 일본은 「인종차별철폐협약」 제4항의 일부를 유보했다. 하지만, 협약의 일부조항을 유보했다는 이유로 인종차별 선동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차별선동의 금지는 인종차별 철폐협약의 본질적 내용이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철폐협약위원회도 같은 취지로 지난 2018년 ‘일본 제10-11차 정기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표현 및 집회의 자유와 관련하여, 집회 중 혐오 발언 및 폭력 선동을 금지하고 가해자에게 제재를 가하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즉 국제인권법상 일본에게 ‘차별선동’의 가해자를 처벌할 의무가 존재하는 것이다

 

6. 모임은 조선학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차별과 증오를 선동해온 가해자의 언동이 국제인권법상 금지되고 범죄로서 처벌되어야 할 전형적인 ‘차별선동’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가해자가 일본 사회에서 차별적인 환경에 놓여있는 조선학교에 대해 일본인을 납치했다는 허위 사실을 의도적으로 광범위하게 유포한 것(이하 ‘이 사건 혐오표현’)은 증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표현으로, 차별선동의 요건인 ‘즉각적인 위험의 가능성’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해자의 이 사건 혐오표현은 국제인권법에 따라 범죄로서 엄중하게 처벌되는 것이 필요하다.

 

7. 한편 1심 판결이 가해자의 ‘차별 선동’을 공익을 목적으로 한 표현행위라 파악하고 이를 양형 참작사유로 인정한 것은 국제인권법이 차별선동을 금지한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자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외면하는 것이다. 사법부가 국제인권법상 명백히 금지된 인종차별적 성격의 행위인 이 사건 혐오표현에 대한 공익성을 인정한 것은 결국 차별선동에 대한 제재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사실상 모든 차별선동이 ‘공익적 목적’의 외형을 띄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양형요소로 적극 고려하라는 1심판결의 판단은 반복될 유사범죄에 있어 가해자들을 면책하고, 피해자들의 구제의 권리를 현저히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혐오표현에 공익을 도모하는 목적을 인정한 1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결국 조선학교에 대한 가해자의 차별선동은 국가가 ‘인정한’ 공익적 표현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는 일본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과 혐오표현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려 노력 중인 다른 국가에게도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

 

8. 이 사건 혐오표현은 미숙한 개인의 일탈적 표현이 아니다. 차별과 폭력을 직접 조장하는 일련의 조직적 선동의 성격을 가지는 표현이다. 이를 형벌권을 이용하여 제한하는 것은 한 국가에서 나란히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조화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다. 이에 대한 일본 사법부의 진지하고 엄중한 대처만이 진정한 이해증진의 길이자 차별을 방지하는 길이다. 오사카 재판소가 부디 국제인권법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혐오표현을 공익적 요소를 가진 표현이라 판단한 1심 판결의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시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0년 9월 1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도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