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 판결을 환영하며 상식적 행동을 기대한다-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직선거법 유죄 판결에 대한 논평

2015-02-10

상식적 판결을 환영하며 상식적 행동을 기대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직선거법 유죄판결에 대한 논평-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어제(2. 9.)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 구속하였다. 지록위마라는 비판을 받았던 1심보다 훨씬 높은 형을 선고한 이유는 무죄였던 공직선거법위반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우선 이 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같은 사건의 1심 판결에 비해 지극히 상식에 부합한다.

첫째,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이 기재되어 있는, 국정원 직원의 메일에 첨부되어 있던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국정원 직원들의 실명이 기재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 직원의 메일에 첨부되어 있어 누가 봐도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는 ‘구체적 작성자가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는 국정원 직원의 법정진술만으로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증거능력 인정으로 인해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의 수는 대폭 늘어나게 되었고 1심에 비하여 훨씬 더 진실에 다가설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둘째, 새누리당 대선후보 결정 이후 국정원 직원들의 행동에서 달라진 점을 제대로 짚어 냈다. 1심에서는 2012년 1월부터의 활동을 실제 선거과정을 감안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살핌으로써 선거운동에 대한 목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는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결정되었던 2012년 8월 20일을 기점으로 하여 선거관련 글이 단순 정치 관련 글을 초과하여 주가 되었으며, 이후에도 각 당의 대선 후보자들에 대한 평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활동이 지속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였다.

셋째, 국정원의 철저한 상명하복이라는 특성에 대해 제대로 고려하였다. 1심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관련 행위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그러나 철저한 상명하복이 이루어지는 국정원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국정원 직원들의 행위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명령 혹은 묵인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특히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강조말씀에 따라 활동했고, 활동내역도 지속적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기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국정원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고의는 1심에서부터 당연히 인정되었어야 했다.

이처럼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이지만 이 사건의 정치적 중대성을 고려했을 때 이 판결을 내리기까지의 적지 않은 고뇌가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지금이 상식에 부합하고 정의를 밝히는 판결을 선고하기에 얼마나 어려운 시기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이 사건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 사건으로 당선에 도움을 받았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을 선거에 이용함으로써 국기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질서를 훼손하며 국민을 능멸한 이 사건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적어도 국민들이, 헌법이 그리고 민주주의가 조금이라도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책임지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루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염원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박한 것인지 새겨보게 되었다. 검찰이 그를 통해 다시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2015. 2. 1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한 택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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