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랑고시랑] 떡값, 황교안 장관의 딜레마_좌세준 변호사

2013년 10월 17일 minbyun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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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좌세준 변호사

 

 

인터넷으로도 검색 가능한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떡값’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낱말 풀이가 나온다.

 

떡값

1. 설이나 추석 때 직장에서 직원에게 주는 특별 수당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공사 입찰 따위에서, 담합하여 낙찰된 업자가 이에 관련된 다른 업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담합 이익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바치는 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소쉬르(F. Saussure)의 ‘기표’와 ‘기의’라는 개념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떡값’이라고 써놓고 전혀 다른 세 가지 뜻을 머리에 떠올리는 우리들의 언어 감각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

 

우선 ‘떡값’의 본래 의미에 가장 가까운 첫 번째 의미, 좀 더 실감나는 표현으로 ‘보너스’라는 의미의 ‘떡값’은 6, 70년대만 하더라도 명절을 앞두고 신문 지상에 자주 등장하곤 했다.

 

「추석 기분을 살려주는 ‘보너스’도 불경기에 밀려 예년보다 액수가 줄어들었지만 군색한 직원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연휴수당, 보너스, 떡값 등의 명목으로 웬만한 업체는 모두 섭섭지 않을 정도로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1963. 10. 1. 경향신문. 7면)

 

올해 추석을 앞두고는 “명절 떡값도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는 우울한 기사(2013. 9. 9. 머니투데이)가 보이긴 하지만, 직원들이 직장에서 받는 이 ‘떡값’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돈이든 상품권이든 직원들이 받는 이 ‘떡값’을 누가 탓하겠는가.

 

다음으로 두 번째 의미의 ‘떡값’ 또한 나름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독특한 의미의 ‘떡값’은 새로운 비유법의 은어들을 탄생시켰으니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입찰 전 업자들이 사전에 담합하여 낙찰가격과 낙찰회사를 정하는 것을 업자들은 ‘떡을 친다’고 말한다. 낙찰자는 ‘신랑’, 다른 담합회사는 ‘들러리’, 신랑은 낙찰액의 1할을 떡값으로 내놓아 ‘들러리 값’으로 나누도록 하기 마련이다.」 (1968. 7. 4. 경향신문. 3면)

 

입찰방해죄 등의 법원 판결문에도 종종 등장하는 이 ‘떡값’은 주고받으면 죄가 되는 ‘떡값’이요,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신랑’이든 ‘들러리’든 그 죄값이 늘어나기 마련인 ‘검은 돈’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의미의 ‘떡값’은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일종의 ‘공생’의 의미로 주고받는 돈이다. 주는 자는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바치는’ 것이고, 받는 자는 주는 자의 ‘이익’을 ‘잘 봐줄 수 있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 최근 황교안 장관이 검사 시절에 받았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떡값’은 바로 이 세 번째 의미의 ‘떡값’이다. ‘X 파일’이니 ‘떡검’이니 하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던, 한 사람은 국회의원직을 잃어야 했던 반면, 그와 고교 동창인 사람은 법무장관의 자리에 오른 이 기막힌 운명의 ‘떡값’ 사건.

 

‘떡값’마저 양극화된 시대에 추석을 지내야 했던 수많은 ‘직원’들은 황교안 장관의 ‘떡값’을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추석 연휴에 자녀들과 함께 에버랜드에 다녀왔던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추석 ‘떡값’과 황 장관이 검사 시절 받았다는 ‘에버랜드 무료사용권’, ‘의류시착권’이라는 상품권이 얼마쯤이었는지를 서로 가늠해보았을까.

 

국정감사를 앞두고 황교안 장관은 자신의 ‘떡값’ 의혹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그가 고민하지 않고 있다면 도덕적으로 둔감한 것이리라. 황 장관은 얼마 전 국회 본회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감찰 지시를 문제 삼자 “총장이 억울한 일이 있으면 (스스로) 밝히면 된다. 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 저 스스로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제 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스스로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앞서 한 자신의 말을 어기는 것이 되고,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하면 장관직을 걸어야 한다. 이것이 황장관의 딜레마다.

 

이에 더하여 나는 황교안 장관에 대한 문제의 ‘떡값’ 수수가 있었던 시기에 주목한다. 황 장관이 삼성으로부터 상품권을 수수했던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시기는 1999년에서 2000년 초반 사이이다. 이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지만 1999년 2월, 대전 이종기 변호사 법조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발표가 있었다.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은 “떡값 및 향응의 총액이 200만 원 이상인 검사들에게는 사직을 권유하고, 사직을 거부할 때에는 징계를 청구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결국 200만 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검사장 2명을 포함하여 현직 검사 6명의 사표를 수리했다.(1999. 2. 2. 한겨레신문. 1면) 황 장관의 ‘떡값’ 수수는 바로 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은 후 불과 1년 사이에 발생했다. 200만 원이 넘는 향응을 받았다는 이유로 검사장이 사표를 냈던 사건의 기억이 생생한 가운데 이루어진 ‘떡값’ 수수. 당시 황 장관은 ‘부장검사’였다.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황교안 ‘검사’가 사표를 쓸 수도 있었던 사건이다. 그가 그때 사표를 썼다면 지금의 ‘황 장관’이 될 수 있었을까.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대가성’이 없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허나 어쩌랴. ‘떡값’의 세 번째 의미는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바치는 돈”임을 기억하라. 예전에 이런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1) 이 글은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2013. 10. 11)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