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협상-공격형 개방통상정책의 허상 [권경애]

2006-04-18

한미FTA협상-공격형 개방통상정책의 허상
        
                 권경애 (변호사.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통상팀장)

“Never will we negotiate a free-trade agreement with the United States.우리는 결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다. 멕시코는 2003년 11월 일본과의 FTA를 끝으로 더 이상의 FTA체결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멕시코-NAFTA 10년의 결과

멕시코 정부와 미국정부는 1994년 NAFTA를 체결하면서 외국인투자와 GDP, 고용이 증가할 것이고 선전하며 양국의 보호무역주의자들과 환경시민단체, 노조를 설득했다. 참여정부의 한미FTA협상 대국민 설득 논리와 동일하다. 1994년 멕시코와 미국, 2006년 한국과 미국의 평균관세율의 차이도 비슷하다. 멕시코가 1993년 OECD에 가입한 1년 후에 외환위기를 겪은 점도 우리와 비슷하다.
NAFTA체결 이후 10년, 멕시코의 실업률은 9.7%에서 15.1%로 증가했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60% 증가하고 반면 실질임금은 최고 80%까지 떨어졌다. GDP대비 기업이익과 노동수입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양극화는 심화된 것이다.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였으나 대부분 주가의 시세차익과 기업 매매차익을 챙겨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형태의 포트폴리오 형이 주를 이루었다. 그 과정에서 대대적 구조조정이 발생했고 금융업은 90%이상이 외국인 소유로 넘어 갔다.

멕시코의 수출품의 90%가 미국으로 향하고 수입품의 85%는 미국에서 들어온다. 멕시코는 미국시장 지향형 노동집약 생산기지로 변한 것이다. 경제동조화 현상은 2001년과 2002년 미국의 경제침체 시에 멕시코의 대미수출 5%, 1인당 GDP 2.5%, 마킬라도라의 고용이 20%,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마킬라도라와 하와이왕조 몰락

마킬라도라는 미국의 원료 장비를 무관세로 수입하여 조립 가공 후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공장지대이다. NAFTA체결 후 마킬라도라는 멕시코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마킬라도라는 외국인만 소유할 수 있고 미국계 초국적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마킬라도라는 하와이의 미국 흡수통합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은 영국과의 무역 분쟁이 악화되던 1820년대부터 1930대까지 약 120년간 평균관세율 48%의 보호무역정책을 유지해 왔다. 그 기간 중인 1890년에 미국은 지나친 재정흑자가 정치문제화 되자, 보호가 필요 없던 설탕에 대해 관세를 철폐했다. 그런데 미국의 설탕관세 폐지는 하와이의 왕조와 몰락과 미국으로의 흡수통합의 원인이 되었다.

하와이는 1875년부터 이미 설탕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었다. 미국인들은 하와이에 대규모 사탕수수농장을 지어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 값싼 노동력을 수입해서 엄청난 소득을 누리고 있었다. 1890년 미국이 설탕관세 폐지하자 쿠바의 설탕수입이 증가했다. 심각한 타격을 받은 사탕수수농장주들은 아예 하와이 왕조를 밀어내고 미국으로의 흡수통합을 추진해 버렸다. 한나라 경제를 외국기업에 맡길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경고하는 역사적 경험이다. 혹시 제주도특별자치구가 미국에 흡수통합되는 것은 아닐까?

글로벌 스탠다드만이 살길이다?

주한 미대사는 버시바우는 한미 신년 교류회에서 한미FTA가 양국 동맹을 강화하고 한국을 동북아 금융허브와 물류허브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했다. 버시바우 대사의 말은 우리 정부의 말과 똑같고, 2005 주한미상공회의소의 정책보고서의 내용은 정부의 정책과 너무도 일치한다.  

정부는 미국이 한미FTA협상개시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4가지, 즉 의약품, 자동차, 쇠고기, 스크린쿼터 관련 통상요구를 수용했다. 기가 막힐 일은 우리 정부와 국내외 제약업계 간의 의견조율 자리인 ‘의약품 워킹그룹’에 미국 대사관 관리가 3년 동안 고정적으로 참석했다는 것이다. ‘자동차 워킹그룹(실무회의)’은 아예 미국 측 요구에 의해 운영한 것이었다. 우리가 다른 나라를 위한 워킹그룹을 운영한 예는 없었고, 미국 정부와 우리 업체들이 만나는 워킹그룹도 없다.

정부는 미국의 에너지, 통신 등 기간산업의 민영화 요구를 수용할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의료겸업주의 금융시스템을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 ‘자본시장통합법’도 추진 중이다. I자본시장통합법으로 미국의 대형 Investment Bank와 헤지펀드의 국내 진츨이 허용된다.

금융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대대적인 통폐합이 예상되고 보험업과 중소규모 증권사들은 구조조정과 파산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자기자본율이 골드만 삭스나 모건 스탠리의 5%에 불과한 4대 증권사도 안심할 수 없다. 언제 그들에게 합병당할 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 월스크리트의 민간금융업은 고도의 금융기술을 바탕으로 금융거래와 기업사냥에서 거대한 부를 형성해 왔다. 금융감독 기술과 체계가 허술한 우리가 그들을 업무행태를 감독할 능력생기기 전에 우리기업이 기업사냥의 먹이감이 될 가능성도 높다.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문제는 SK가 그 위력을 모른 채 소버린 지분에 부여한 Put-Opion이 발단이 되었다. 론스타와 뉴브리지캐피탈이 다국적기업의 축적된 노하우로 거대한 시세차익을 챙겨 국부를 빼가도 감독과 통제 능력이 없는 것이다.

미국 대형민간금융업이 국내 금융업을 장악한다는 것은 비단 금융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산업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이들의 업무행태에 둔감하여 설비투자형 장기투자를 얻어내기가 힘들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도산하거나 기업사냥에 걸려 미국의 손에 넘어가고 소수의 국제경쟁력을 갖춘 몇 개 기업만 살아남을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경쟁하려면 제대로 알아라.

부시 행정부의 통상정책의 기본전략은 2001년 무역대표 로버트 졸릭의 “American Trade leadership: What is at stake?”의 연설에 정리된 적극적 자유무역정책 추진전략(Activist Trade Strategy)이다. 다자협정, 지역협정, 양자협정을 동시 다각적으로 추진하여 다른 나라들 사이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려는 경쟁심을 촉발해서 자유무역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유럽, 북미, 아시아의 3극 체제가 형성되고 중남미 마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자, 미국은 세계 종주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한국, 말레이시아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FTA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고 지역통합을 저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미국은 3월 6일 한미FTA예비협상에서 중국산 원자재나 중간재 사용제품과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취급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이런 의도를 분명히 표명하고 있다.

정부는 한미FTA가 공격적 개방통상정책을 추구하는 우리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준비 없이 미국의 FTA 확산 전략에 말려 든 것이다.

정부는 한국경제에 글로벌스탠다드라는 미국식 시스템을 이식시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그 방법으로 우리 경제의 20배 규모의 세계 최강국과의 경제동맹을 채택했다. 노대통령은 실패할지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며 평소의 역발상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진두지휘에 나섰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논란은 접어두자. 우리가 미국의 제도를 배우려면 명심해야 할 것은 미국의 선진적인 시스템도 역사적 과정을 거쳐 성장했다는 점이다.

미국도 산업화 초기인 1820년부터 1940년대 전까지 평균관세율 48%의 보호무역주의 국가였다. 미국의 남북전쟁은 보호무역주의자들의 승리였다. 농업 중심의 남부는 값싼 영국제 공산품을 무관세로 수입하길 원했지만  반대로 제조업,  금융업 중심의 북부는 영국 산업으로부터의 강력한 보호정책을 원했던 것이다. 자국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시장 확대에 나서며 개방과 자유무역 정책을 펴기 시작한 것은 2차 대전 이후이다.

미국은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의 이해관계자들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 통합해 가는 경험을 장기간 축적한 나라다. 미국 USTR은 통상관련 부처 간의 정책조정과 민간부문의 의견수렴, 정부와 의회의 조율을 기본 업무로
한다. 또한 의회는 다양한 소위원회 활동과 협정승인권을 통해 의회로부터 협정체결권한을 받아 활동하는 정부를 통제한다. USTR은 의회에 협상의 목표를 제시하고 의회는 이를 평가하여 협상체결권의 연장 여부에 반영한다.  또한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국산업을 위해서는 WTO의 위반 판정을 받은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 제도를 유지하며 휘두를 막강한 힘이 있다. 1962년 무역법은 무역조정지원(TAA) 프로그램을 창설하여 수입피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통상절차법 하나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가적 존망이 달린 정책 결정에 어떠한 통제시스템도 없는 것이다. 체계적인 무역정책을 수립할 단위도 없고 정책을 조정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할 기관도 없다. 통상정책에 관여할 국회의 권리는 보장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 전에 소관상임위인 문광부에 사전통보도 하지 않고, 한미FTA협상 체결 몇 시간 전에 연 공청회가 농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어도 절차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 무지한 소리를 한다. 한미FTA를 통해 정부가 미국에 요구할 것이 무엇인지, 포기할 수 없는 마지노선을 무엇인지 국민들은 전혀 모른다. 국민들에게 공표하고 약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패의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GDP성장의 업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주와 오만함을 벗어나서 정부가 국민적 합의없이 일방적인으로  0개월 만에 협상을 완료하겠다고 덤비다가는 되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에 귀 기울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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