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924) 김선수 변호사 발제문 – ‘비정규직 관련 정부 입법안 문제점과 대안’ 공청회

2004-09-30

첨부파일은 비정규공대위가 주최하고, 9월24일(금) 14:00, 국가인권위원회에 열린 ‘비정규직 관련 정부 입법안 문제점과 대안’ 공청회에서의 민변 노동위원회 김선수 고문이 발제한 발제문이고, 아래는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요약문 기사를 첨부한다.

김선수 변호사 발제문 요약
“비정규법안, 입구는 과도하게 열고 출구는 허술”
비정규공대위 24일 ‘비정규직 관련 정부 입법안 문제점과 대안’ 공청회

최근 보름여간은 당사자인 비정규 노동자들은 물론 양대 노총, 민주노동당, 노동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의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발이 어느 때보다 거세고 집중됐던 날들이었다. 지난 9일 정부가 마련한 비정규보호법안이 입법화된다면 비정규직의 ‘보호’는커녕 기존의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결국 비정규 노동자들의 열린우리당 농성 7일째인 22일, 이부영 의장이 “정부 비정규입법안이 분명히 문제가 있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만들어서 불편을 끼쳤다면 사과하겠다”며 “앞으로 여론과 노동계 의견을 반영해서 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농성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오히려 문제는 지금부터. 정부입법안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어떤 대안을 마련할 것인가로 논의가 모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민주노총,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참여연대, 전국여성노조 등 25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비정규공대위가 오늘(24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비정규직 관련 정부 입법안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한다. 공청회에 앞서 배포된 김선수 변호사의 발제문을 요약?정리하면서 공대위가 제시한 비정규법안의 대안을 미리 살펴본다.

김 변호사는 정부입법안을 “입구는 과도하게 열었으되 출구는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법안”이라고 평가하며 ‘절망과 좌절, 분노와 울분, 참담한 심정’으로 정부입법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비정규직이 시급히 해결돼야 할 중대하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되는 것은 그것이 사회정의, 인권, 나아가 사회통합을 위해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도 사회구성원의 다수를 차별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강조했다.

◇ 기간제

▶ 사유제한 = 정부는 기간제 근로의 사용사유를 제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당사자의 계약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고용유연성을 저해하며, ‘기간’이 아닌 ‘사유’로 기간제 사용을 제한할 경우 입법기술상, 해석상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법 자체가 본래부터 실질적인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사용자의 계약자유를 일정한 정도 제약하는 법이고, 고용유연성을 저해해 근로자의 지위가 더 열악해질 수 있다는 것은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정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부당하다.

사용사유 역시 정부 논리대로 한다면 해고제한규정에서도 ‘정당한 이유’를 둘러싸고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도입돼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해석상 다툼이 있을 때는 신속한 권리분쟁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이다. 따라서 기간제 사용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하는 방식으로 그 사용사유를 제한해야 한다.

▶ 무제한 사용 사유 = 사업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해 아무런 제한 없이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기간제 사용의 ‘예외’적인 규정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기타 각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이 정하는 경우’에까지 무기한 사용을 허용함으로써 운영여하에 따라 기간제 사용이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영역이 대폭 확대될 수도 있다.

▶ 사용기간 = 기간제 사용기간이 3년으로 연장됐다고 해서 고용이 3년간 보장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몇몇 대법원 판례에서는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점이 인정되는 경우 그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는데, 기간제 근로계약기간이 3년으로 연장되면 3년 이내에 기간이 종료한 경우에는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여지자체가 봉쇄된다.

또한 사용자는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직원도 2년 내지 3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 기간동안 지켜본 뒤 재계약여부를 판단하게 되기 때문에 사실상 정규직에 대해서도 3년의 수습기간을 두는 형태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

따라서 기간제 사용 최대기간(원칙적으로 1년)을 정하고, 반복갱신 시 3년을 초과하여 근무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본다고 의제해야 하며, 근로자의 교체사용에 대한 규제도 마련해야 한다.

◇ 단시간

▶ 단시간노동자 정의 = 상시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해서 근로함으로써 당해 사업장의 통상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 이상을 근로하는 경우에는 단시간근로자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이지만, 단시간 근로 남용 방지 등을 위해 단시간근로자를 통상근로자보다 소정근로시간이 30% 이상 짧은 자로 정의해야 한다.

▶ 초과근로 = 소정근로시간 이외에 초과근로를 시킬 경우 근로자의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근로자의 ‘약한’ 지위를 고려해 동의나 거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며, 초과근로 억제 등을 위해 법정근로시간 이내의 초과근로에 대해서도 통상임금의 50%를 지급해야 할 것이다.

◇ 파견

▶ 대상업무 = 파견근로는 중간착취의 가능성, 사용자책임 회피, 노조조직률 저해 등 부정적 폐해가 너무 심각하므로 파견법을 폐지하고 근로자 파견에 대한 규제를 근로자공급에 대한 규제로 일원화해 직업안정법으로 규제해야 할 것이다. 불법적 근로자공급에 대한 규제는 형사처벌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공급을 받은 자와 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을 의제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

파견법 폐지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면 규제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파견근로는 정규직을 사용하기 곤란한 임시적이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 사용될 필요가 있다. 때문에 파견 대상업종만이 아니라 사용사유에 대한 요건을 설정해야 하고 상용직 업무에 대한 파견근로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근로자파견은 원칙적으로 ‘상용형’ 파견으로 해야 하며 등록·모집형 파견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직업소개로 인정해야 하며, 불법적 근로자공급에 대한 규제는 형사처벌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므로 공급을 받은 자와 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을 의제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

▶ 파견기간 및 휴지기간 = 파견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전체적으로 간접고용형태인 파견근로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고, 휴지기간 3개월도 사용자가 다른 직원을 이용해 업무공백을 보충할 수 있는 기간일 뿐 아니라 그 3개월 동안 동일한 근로자를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파견제와 기간제를 결합하면 사용자는 동일한 업무에 동일한 근로자를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 사용사업주 직접고용의무 = 3년 이상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불법파견일 경우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과한 것은 현재보다 진전된 것이지만 노사정위 공익안에서 밝힌 ‘직접고용의제조항’을 유지하지 않고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한 것은 후퇴다.

정부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 3,0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해 제재수단을 마련하고 있으나, 이 경우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의무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직접 고용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주장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의제조항이 있다면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직접 근로자로서의 지위확인과 함께 미고용기간에 대한 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용사업주의 제재보다 파견근로자가 계속 근무할 수 있는가 여부이다.

▶ 집단적 권리 = 노사정위 공익안에서처럼 파견근로자에 대해 사용사업주 및 파견사업주의 책임소재가 불문명한 경우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사용사업주의 책임이 있는 부분에 대해 파견근로자 대표를 사용사업장 노사협의회에 참석, 고충을 조정토록 하며 파견근로자 노동조합의 교섭요구가 있는 경우 사용사업주는 책임 있는 부분에 대해 이에 응해야 한다.

◇ 차별금지 및 시정

▶ 차별처우 정의 = 차별적 처우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임금차별인데, 정부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채택하지 않았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당연히 법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고 합리적 이유 없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발생하는 임금격차가 금지·시정대상이 된다고 하는데, 이는 정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일정 정도의 임금격차를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어서 차별시정 의지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형태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고용형태를 이유로 사업(장) 내의 동일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만약 사용자가 정규직 업무와 비정규직 업무를 구분, 운영한다면 이 조항은 아예 적용의 여지가 없어지게 된다. 비교대상이 되는 정규근로자에 대해 세밀한 규정이 필요하다.

▶ 차별시정신청사건 처리절차 =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차별시정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현재에 비해서는 진전된 조치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차별시정절차가 제대로 작동하고 기능을 수행할 것인지는 미지수이고 그 실효성에 대해 미심쩍은 면이 많다.

실제 노동위원회 시정명령이 최종 확정되기 위해서는 대법원까지 5심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적어도 3~4년 이상 걸릴 것이다. 고용기간이 정해져 있는 비정규직들이 차별시정절차를 밟은 초기단계에서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돼 근로자의 신분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렇게 불확실한 차별시정절차를 빌미로 기간제와 파견근로를 대폭 확대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

편집부    
2004-09-24 오전 8:33:12  입력    ⓒ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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