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집시법개정안에 대한 의견

2003년 11월 25일 minbyun 48

*2003. 11. 25. 대한변협이 국회법사위에 제시한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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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

헌법재판소는 2003년 10월 30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호 중에서 국내주재 외교기관 청사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의 옥외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11월 19일 오히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을 개악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하여 현재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에 있는바, 동 개정안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에 반하므로 본 협회는 이에 대하여 반대한다.

1. 개정안은 신고된 집회가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남은 기간의 당해 집회·시위와 동일 목적의 다른 집회시위에 대하여 금지통고를 할 수 있도록 신설하고 있다(제8조 제1항 단서).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되며, 집회·시위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헌법재판소는 1992. 1. 28. 89헌가8 결정에 의하면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명백하게 직접적으로 혼란 내지 위협을 줄 위험성이 있는 집회·시위만이 금지된다.

미국 연방대법원판례에 의하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기준에 의해 집회·시위가 폭력이나 범죄행위를 선동하거나 일으키려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고, 또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면 금지할 수 없다.

개정안은 집회·시위에 대한 금지여부의 판단권을 경찰에게 주고 있는데, 이는 집회·시위자보다 경찰을 우위에 서게 하며, 무사안일한 상태를 선호하는 경찰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여 집회·시위의 허용보다는 이를 금지하려 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금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재량이 있는 경찰은 집회·시위에 대한 자의적이고 검열적 권한을 행사하게 되고 가치있는 집회·시위를 금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특정한 집회·시위에 대한 내용적 차별의 특징이 있는 금지는 헌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집회·시위를 사전에 불법적인 것으로 만들게 된다. 더구나 평화적인 집회·시위도 경찰의 제지 자체로 인하여 경찰과 시위자간에 폭력이 야기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정안에 의하면 경찰의 의도에 따라 과잉제지로 인한 우발적이며 부분적 폭력이 발생한 경우에도 향후 집회·시위가 금지되는 방향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

개정안은 집회·시위의 주최자가 집회·시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상정하고 있으나 이러한 사고는 관료주의적 편의에서 나온것이다. 집회·시위에 대한 통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집회·시위의 자유에서 평온이라함은 폭력적 또는 소요적인 결과를 야기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이지만, 개개의 집회 참가자 또는 소수자의 위반행위는 전체 집회·시위의 평온성을 잃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개정안에 의하면 이러한 경우에도 경찰은 폭력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향후 집회·시위를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개정안이 폭력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동일 목적의 다른 집회·시위에 대하여 금지통고를 할 수 있도록 경찰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사전억제에 해당하여 위헌의 소지가 있다.

2. 개정안은 행진으로 인한 심각한 교통소통장애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도로에서 질서유지인을 두고 행진한 경우에도 당해 도로와 주변도로의 교통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불편을 줄 것이 예상되는 때에는 이를 금지할 수 있도록 신설하고 있다(제12조 제2항).

집회·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집단적 형태로써 일정한 장소를 전제로 하는 자유라는 점에서 특수한 고려를 요한다. 집회·시위를 통한 표현의 자유 행사는 본질상 다수인의 집합을 요하므로 그것이 이행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표현행위는 다수인이 보고 들을 수 있는 장소에서 타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집회·시위가 보장되려면 다수의 군중이 참여하거나 관전하고 잠재적인 청중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와 지역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원래 공원, 거리, 기타 유사한 공개장소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미국의 판례는 집회의 목적으로 거리, 공원, 기타 공개된 공적 장소를 사용할 헌법상 기본권이 있음을 인정한다.

독일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하면 집회·시위의 금지에는 첫째, 비례의 원칙에 의해 집회·시위의 금지 또는 해산은 다른 완화된 수단을 다한 경우에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도로 혼잡의 회피라는 이유에서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둘째, 직접의 위험은 개별적인 구체적인 사실을 근거로 그 위험성의 예측을 요구한다. 직접위험에 노출된다는 요건은 단지 간접증거 내지 억측에 의해서는 안되고 개별적인 구체적인 위험예측에 의해야 한다.

개정안에 의하면 오히려 집회·시위에 의한 표현의 자유가 효과적으로 관철될 수 있는 주요도로에서 집회·시위가 원천적으로 금지될 수 있다. 경찰은 관료주의적 편의에 의해 우월적 지위에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집회·시위를 금지하게 될 것이다. 다수인의 군중이 참여하고 관전하고 잠재적인 청중이 접근할 수 있는 주요거리에서의 집회시위를 막연히 교통불편의 예상이라는 이유에 의해서 금지시키는 것은 비례의 원칙 및 직접적 위험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3. 개정안은 학교시설이나 군사시설 주변으로서, 그 시설 등에 심각한 피해발생의 우려가 있는 경우로서, 그 거주자 또는 관리자가 시설 등의 보호를 요청하는 때에는 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제한을 통고할 수 있도록 신설하고 있다(제8조 제3항, 제18조 제1항 제4호).

개정안에 따라 학교시설이나 군사시설 주변에 대한 집회·시위 또는 행진이 그 거주자 또는 관리자의 시설 등의 보호를 요청에 의하여, 또 막연히 심각한 피해발생의 우려가 있다는 경찰의 자의적 판단과 재량권에 의해서 포괄적으로 금지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우연히 위 시설들이 집회·시위 주변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수의 잠재적 집회·시위를 사실상 함께 금지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집회·시위의 자유의 제한은 최소한의 규제에 그쳐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에 반하며, 직접적 위험을 요구하는 요건에도 반하게 된다.

4. 개정안은 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의 100미터 이내의 집회시위를 금지하면서 ‘대규모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로써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때’를 예외사유로 들고 있다(제11조 제4호 나목).

헌법상 집회의 자유의 제한은 다른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비례의 원칙 및 직접적 위함의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개정안은 집회·시위를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 허가요건을 설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이러한 판단을 경찰의 재량에 맡기게 되어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운용될 것이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5. 개정안은 집회·시위의 주최자가 확성기·북·징·꽹가리 등 기계기구의 사용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소음기준을 위반하는 소음을 발생시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적정수준의 소음유지 또는 확성기 등의 사용중지를 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신설하고 있다(제12조의3, 제21조 제5호 벌칙).

집회·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집단적 형태로서 다수의 참여자, 관전자, 잠재적 청중에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적절하게 다수인에게 의견을 전달되도록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허용되어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판례에 의하면 ‘공적인 장소에서 소음, 교통체증, 소란 등 환경적 이익을 위해서 규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환경적 이익은 좁게 해석되며, 대체적인 수단에 의해서 표현행위의 가능성이 보장되고 있다.

따라서 표현행위가 보장되도록 소음의 기준을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집회·시위의 장소 및 규모에 따라 구분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6. 개정안은 사복경찰관을 포함한 경찰관은 집회·시위의 주최자에게 통보하고 당해 현장에 출입하여 질서유지를 위하여 주최자 및 참가자에게 필요한 지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17조 제1항).

이는 질서유지라는 이름으로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경찰의 통제를 허용하는 것으로 그 자유 자체에 대한 간섭과 침해에 해당한다. 또한 경찰이 집회의 현장을 감시·촬영하고 방해하거나 통제하게 되면 오히려 경찰과 집회·시위군중과 불필요한 마찰과 충돌을 야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평화적 집회·시위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7. 현행법이 집회·시위의 48시간 전에 제출하도록 한 것을, 개정안은 집회 신고서를 집회·시위의 15일전부터 48시간 전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개정안 제6조 제1항).

시간제한을 두는 사전신고제도는 시민의 자연발생적이고 즉각적인 항의의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시민의 표현은 사전에 예정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고, 역사적으로 자발적인 집회 및 시위는 권력자의 비리가 알려진 후 수시간 또는 수일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중의 표현을 중시하고 공적인 참여를 존중하는 사회는 이러한 즉각적이고 자발적인 집회 및 시위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 자연발생적인 집회·시위가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적인 것이 되면, 오히려 경찰의 제지로 폭력과 큰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 결국 시간적 제한을 두는 사전신고제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제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야 한다.

8. 개정안은 집회·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통고에 대한 자문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각급 경찰서에 자문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제 18조의2).

이러한 위원회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되고 경찰의 규제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가 되도록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구로 구성하여야 하며, 신속하고 실질적인 심의·의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9. 헌법상 집회·시위 및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며 이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법률에 의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그런데 개정안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집회·시위 및 표현의 자유가 현저히 제약될 수 있어 위헌의 소지가 있으므로 본 협회는 동 개정안에 대하여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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