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지위협정의 전면적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2002-12-24

주한미군지위협정의 전면적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한미양국은 즉시 개정협상에 착수하라!

  지난 23일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 산하 형사재판권 분과위원회 논의 결과, 초동수사 협력강화 방안 등에 대한 최종 합의를 이루었다고 발표하였다. 보도에 의하면 초동수사시 공동 현장접근 및 공동조사 등 협력, 미국 정부대표의 상시 1시간 이내 출석, 신병인도 후 한국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대한 적극 협조, 수사 관련자료의 상호 제공 협조, 수사대상자의 초상권 보호 등 5개항이 이번 주 내에 합동위원회 합의사항으로 채택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우선 이번 합의 내용이 지난 11월 신효순 심미선 양 압사사건 무죄평결을 계기로 불붙은 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 요구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임에 주목한다. 한국 수사기관의 소극적 수사와 미군당국의 비협조적 태도의 실제적 원인은, 공무중 사건에 대해 한국측이 전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고 비공무사건의 90% 이상에 관해 재판권을 포기하여 미군당국의 임의적 처분에 맡기는 현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합의의사록 규정에 있다. 불평등한 주한미군지위협정의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세부 사항 개선에 그친 이번 합의가 실효를 거둘 수 없음이 자명하다.

  우리는 지난 12월 13일 법률가선언 및 수차례의 토론회 등에서 형사재판권 관련 규정의 인적 적용범위 축소, 양국의 재판권행사와 포기에 관한 호혜적이고 평등한 기준 마련, 공무판단에 대한 미군측의 최종 결정권 배제, 기소시 신병인도 원칙의 관철, 미국 정부대표의 참여없는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배제 조항 삭제, 미군의 위신손상을 이유로 한 재판거부권 부여 조항 삭제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정부와 미군 당국은 이러한 형사재판권 관련 분야 개정 논의를 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시민들이 주한미군지위협정으로 유린된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민의 인권을 되찾고자 매일 촛불시위에서 나서고 있으며, 우리 모임 역시 전국민적인 촛불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번 합의 내용은 지극히 부분적이고, 너무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 정부는 극히 작은 부분의 개선에 불과한 이번 합의를 이유로 형사재판권 관련 분야 개정 논의를 종결하려 해서는 안되고 본격적인 주한미군지위협정 전면 개정을 제의해야만 한다. 부분적이고 미온적인 한국 정부의 태도는 자주적인 나라 수립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배신하는 것이고, 광범위한 국민적 저항을 맞게 될 것이다.

  한편 미군 당국 역시 평등한 한미관계를 요구하는 한국민들의 열망을 더 이상 무마하려고 하여서는 아니된다. 자국 군인의 보호만을 위해 주둔국의 사법주권을 유린하는 행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한국민들의 광범한 촛불시위는 이러한 미군 당국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우호적인 한미관계의 정립가능성은 오로지 미국의 자세에 달려있다.    

2002.   12.   2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 병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