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쟁위협은 중단되어야 한다

2001-09-18

  지난 9월 11일 미국의 세계무역센터와 미국방성 건물이 납치된 여객기에 충격당하여 무너져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전대미문의 테러 사건이 발생하였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무너져 내리던 건물 주위로 사람들이 계속해서 추락하던 참혹한 광경은 테러의 반인륜성과 무차별한 잔혹함을 똑똑히 실감나게 하였다.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하고, 그 동기와 목적이 무엇이든 선량한 시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엄중한 법의 심판을 면할 수 없음을 확인한다. 각 국은 이와 같은 끔찍한 폭력의 근본 원인과 발생 과정을 면밀히 성찰하여 두 번 다시 인류가 무고한 시민에게 자행되는 테러의 광기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온갖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이 사건을 빌미로 21세기 첫 전쟁의 위험한 길로 치닫는 미국의 태도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미국은 테러 집단은 물론 그들을 지원하는 모든 국가에 대해 복수하겠다는 힘에 의한 응징과 보복 정책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이사건의 배후로 중동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인물을 지목하고 그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에 신병인도를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전쟁을 불사할 것이며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공공연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우리는 먼저 미국의 이러한 태도가 과연 미국이 민주주의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며 세워 온 형사사법과 국제법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가 하는 점을 묻고 싶다. 보도에 따르면 라덴은 공식적으로 자신이 이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고, 미국은 그가 이번 테러를 지휘하였다는 확실한 증거를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라덴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이번 테러를 모의하고 테러 행위를 지시하였는지 미국은 아무런 내용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라덴은 미국 형사사법상 아직 용의자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그런데도 유엔의 회원국이자 독립된 주권국가인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이 라덴의 인도를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전쟁 선포 운운하는 것은 비록 미국이 이번 테러의 피해자라 하더라도 국제법상 허용되지 않는 부당한 군사 위협으로 여겨진다. 미국언론도 이미 지적하였듯이 이해와 협력이 아닌 무력 과시와 침탈의 방법으로 주권국의 의사를 강요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폭격을 가하겠다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의 결사 항전 표명에서 보듯 결과적으로 이번 테러 이상으로 거대한 비극을 새로 낳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미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 국 테러조직 소탕을 위해 암살공작을 수행할 듯이 공언하고 있는데, 이는 이번 사태가 미국이 수 십 년간 취해 온 패권정책, 특히 부시 행정부 들어 강화되어온 차별적 대외정책의 반향임을 잊고 있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경우 6·25 전쟁 중의 양민 학살과 김구선생 암살 사건의 배후에 미국의 공작이 관여하였다는 의혹이 최근이 드러났듯이, 이번에 미국 시민들이 겪은 엄청난 희생과 공포 못지 않게 아랍, 아시아 및 남미 등지의 시민들이 그동안 잘못된 미국의 대외정책으로 인하여 수많은 인권유린 사태로 고통을 겪어 왔음은 널리 알려져 있는 바와 같다.          
  따라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쟁 위협을 중단하고 테러방지를 위한 국제법과 국제협력을 통하여 이번 사건의 테러범을 색출하여야 한다. 미국의 안전은 힘이 아니라 공정하고 우호적인 대외정책을 통하여 얻어 지는 것이다. 또한 우리 정부가 전쟁으로 치달리는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입장에서 국제평화와 안전의 길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미국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하여야 한다.

                        2001년 9월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