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위헌이다

2002-09-11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위헌이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9월 8일 국회에 제출한 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중 대통령 후보의 기탁금을 상향조정하고 선거공영제의 혜택을 일부 후보에게만 한정하는 등의 내용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평등권, 선거권,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우리는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개정안 중에서 선거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선거공영제를 실시하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그 동안 정당이 부담해왔던 신문과 방송사 광고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주는 대신 다만 그 혜택을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한해 허용하고, 입후보자 TV토론회 초청기준도 교섭단체 정당으로 하며, 대통령선거의 후보자 기탁금은 현행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하고, 무소속이나 국고보조금을 지급 받지 못하는 정당은 30만명의 추천날인을 받도록 하는 부분은 위헌임이 분명하다고 판단되며 따라서 이 부분은 당연히 철회되어야 한다고 본다.

중앙선관위는 “대선후보 1인당 약 3백억원 가량이 지원되는 만큼 재정상의 문제를 고려해야 하며”, “기탁금의 경우 2%만 확보해도 절반을 돌려 받을 수 있고, 10% 이상 득표하면 전액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앙선관위의 기본 인식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국민의 평등권과 참정권, 공무담임권을 보장하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문제는 국가의 재정부담에 관한 문제보다 헌법상 우월한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선관위가 단지 국가가 선거공영제를 위해 돈을 많이 쓴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하게 기탁금을 설정함은 물론 미디어 선거에서 소수자를 사실상 배제시키겠다고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 자체를 부정하는 잘못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국회의원선거 기탁금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1989년, 국회의원 선거시 기탁금 1,000만원(무소속후보 2,000만원)이 과다한 고액기탁금으로서 국민의 평등권, 선거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무소속후보자에게 정당공천자보다 2배의 기탁금을 부담케 한 것도 선거의 기본 원칙과 자유로운 선거추천권을 가지는 국민주권의 원리에 반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의 기탁금을 20억원으로 하고 국가의 선거공영제 혜택을 모든 후보가 아닌 국회 교섭단체에만 한정하겠다는 개정안은 위헌임이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국가의 선거를 관리하는 중책을 부여받은 중앙선관위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참정권과 평등권을 부정하고, 또한 소수자를 완전히 배제시켜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중앙선관위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회에 제출한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함과 동시에 진정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고 선거공영제의 정신을 살린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하여 제출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2. 9. 1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