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미군당국은 즉시 형사재판관할권을 포기하라

2002-07-25

미군당국은 즉시 형사재판관할권을 포기하라

– 양주 여중생 압사 가해미군은 한국 법정에서 심판받아야 한다

지난 6월 13일 두 여중생이 미군 궤도차량에 압사당한 사건에 대한 국민의 울분이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이제 이 사건은 21세기가 된 지금에도 한미관계가 얼마나 불평등한 것인지, 불평등한 한미관계 아래에서 한국민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내보이는 실례가 되었다. 온 국민이 이 사건의 진행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법무부는 1966년 주한미군지위협정이 체결된 이후 처음으로 이 사건에 관해 주한미군당국에 1차적 형사재판관할권 포기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미군당국은 공무중 범죄에 대해 형사재판권을 포기하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며 거부의사를 비치고 있다. 이러한 미군당국의 주장은 주한미군지위협정과 그 운용의 불평등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그동안 미군당국은 수많은 공무외 범죄에 대해 1차적 재판권포기를 요청했고, 그 결과 한국의 형사재판권 행사율은 1999년에 3.6%, 2000년에 7.4%라는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 범죄들 중 교통사고는 미군 내에서 입건조차 되지 않았고, 1999년에는 단 한 건도 기소되지 않은 채 유야무야 종결되었으며, 한국인 피해자들은 어디에서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 결국 미군당국은 미군범죄자들을 감싸고 도는 데 협정의 형사재판권포기조항을 이용해 온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형사재판권을 포기하라는 한국의 요구는, 현재의 주한미군지위협정을 호혜적으로 적용하자는 것일 뿐이다. 어린 여중생들이 무참히 압사당하여 그 피해가 매우 심각하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 가능성이 높은 이와 같은 사건에 대하여는 한국측이 재판권을 행사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이 같이 중대한 사건에 대하여 한국측이 재판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떤 사건에 대하여 한국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또한 이미 우리가 지적한 바와 같이, 미군당국의 조사결과는 진실을 은폐하여 유족들과 한국민의 진상규명 요구를 저버린 것이었다. 따라서 이 사건을 미군당국에 맡겨두어서는 그 진상을 밝히기 어려우며, 한국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이 있어야 한다.

그간 한국이 미군당국에 보여준 호의적 고려의 실상을 상기하면, 미군당국 역시 한국의 재판권포기요청에 대해 호의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에 대해 마땅히 1차적 형사재판권을 포기하여야 한다. 범죄자를 주한미군지위협정으로 더 이상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한 주한미군지위협정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측이 공무중 범죄인지 여부와 그 경중을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차제에 미군범죄에 관하여 한국측이 즉시 초동수사를 벌이고 필요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근거규정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또 2000년 개정된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르더라도 공무중 범죄에 대하여는 한국측이 재판권을 행사하게 되더라도 범죄자의 증거인멸과 도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 그 외에 미군피고인이 무죄판결을 받거나 항소하지 않을 경우 검사는 항소할 수 없고, 미군피고인은 1심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받지 않는다는 조항, 미국 정부대표가 참여하지 않을 경우 피의자의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거나 미국 군대의 위신에 합당하는 조건이 아니면 재판을 거부할 수 있다는 등의 불평등한 조항들 역시 시급히 개정되어야 한다. 주한미군지위협정의 재개정은 더 이상 미루어둘 문제가 아니다. 호혜적이고 평등한 한미관계를 정립하기 위하여는 주한미군지위협정을 평등하게 운용하고 개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주한미군당국은 양주 여중생 압사사건에 관하여 즉시 1차적 형사재판관할권을 포기하라.

1. 검찰은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하여 사고 운전병과 선임탑승자, 선도차량인솔자 및 작전지휘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라.

1. 검찰은 피의자들에 대해 즉시 출국정지조치를 취하라.

1. 미군당국은 즉각 검찰수사에 응하여 피의자들을 검찰에 출두시키고 이 사건의 관련자료를 모두 제출하라.

1. 미군당국은 빠른 시일 내에 유족들에게 충분한 배상을 실시하라.

1. 한국 정부와 미국은 즉시 주한미군지위협정의 전면 개정 협의를 시작하라.

2002. 7. 2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