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정부는 F-X사업의 외압 및 평가기준에 대한 조작의혹을 밝히고 F-15K의 사실상 내정을 철회하라!

2002-03-29

우리는 엄청난 예산낭비와 비리로 얼룩진, 80년대 율곡비리의 핵심인 한국형전투기도입사업(KEP)의 후속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F-X 차세대전투기도입사업에 대하여 깊은 우려의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우리 국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재 막대한 비용을 들여 F-X 사업의 추진할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이 사업이 과연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이 되고 있는 지켜보았으나, 국방부가 발표한 1단계 기종평가작업 내용을 접하고는 커다란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정부는 우선 F-X사업을 둘러싼 외압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최근 기무사에서 구속기소한 조주형 대령은 인터뷰를 통하여 ‘국방부의 핵심인사가 미국정부가 지원하는 특정기종의 선택을 기정사실화하거나 객관적인 평가결과의 보고와 관련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F-X사업의 가장 중심에서 추진했던 사람의 진술로 F-X사업의 추진에 구체적인 외압이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외압의 의혹이 있었다는 문제제기는 조주형 대령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제기되었음을 주목하여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곳곳에서 제기되는 외압의혹에 대해서 진상을 밝히려는 어떠한 노력조차 없이 외압 실체에 대해 부인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외압 의혹을 밝힌 조주형 대령을 뇌물수수죄와 군기밀누설죄로 구속 기소하여 현재 제기되는 외압 의혹에 대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국방부의 태도는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외압에 대한 의구심을 더 크게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상기하고 지금이라도 F-X사업 추진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작업에 착수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F-X사업의 기종 평가기준을 재검토하여야 한다.

국방부가 2002년 1월 발표한 F-X사업 평가기준에 있어서 2단계는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한미연합작전과 군사적 협력문제),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한반도 평화유지) △해외시장개척에 미치는 영향(수출/수입의 균형) 문제로 평가하게 된다. 2단계 평가항목의 3가지 항목에 대해서는 오직 ‘정책적’으로만 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곧 한미관계를 고려해 F-15K를 결정하겠다는 논리로만 보인다. 또한 국방부가 각 평가단위에 하달한 세부요소별 배점방식은 최저 60점에서 최대 100점으로 일원화하여, 기술이전부문의 경우 기술이전을 전혀 하지 않아도 최저 60점을 주게 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공청회와 설문조사를 거쳤다고 하지만 사실상 군내부 인사로만 채워져 있고 군내부의 반론조차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방부는 평가기준과 기종결정방식에 대해서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야만 하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이고, 평가기준 작성과 관련하여 군내부의 반론과 사회단체의 의견을 겸허히 수렴하여 투명하고 공개적인 평가기준과 기종결정방식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 추진되는 F-X사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국방부는 3월 27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가격성능 등 1단계 평가결과 1, 2위의 차가 3%이하여서 안보환경과 정책적 요소를 고려하는 2단계 평가로 넘어가게 됐다”라고 보고한 것은 사실상 F-X사업 기종으로 F-15K가 내정되었음을 밝히는 것이다. 위에서 지적한 외압 의혹 해명과 잘못된 평가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F-X사업 추진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현 상태에서의 F-X사업의 추진은 5조원이나 되는 국민 혈세의 낭비와 더불어 80년대 율곡비리사건의 반복이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F-X사업의 추진은 최소한 외압과 비리의 의혹이 제거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 다시 추진하여도 늦지 않다. 그것이 율곡비리와 같은 엄청난 국고낭비와 비리의 반복을 막는 길이다. 정부와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F-X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현재 제기되는 외압 의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제기하는 문제점 등을 철저하게 규명하여 국가이익과 공정성, 투명성의 원칙에 서서 F-X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2년 3월 2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