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병역거부’관련 공동성명서]헌법재판소의 전향적 판단을 기대한다!

2002-02-04

헌법재판소의 전향적 판단을 기대한다!

– 1월 29일 남부지원의 위헌법률심판제정신청 결정을 보고

오늘 1월 29일 서울 남부지원에서는 병역법 위한 혐의로 기소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이경수(21, 대학생)씨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에 대한 선고가 있었다. 형사 1단독 재판부 박시환 부장판사는 피고인 이경수(21, 대학생)의 변호인 오종권 변호사가 제출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여 사건심리를 정지하고 현재에 당 사안에 대한 위헌여부를 붇는 심판제청을 결정하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헌법과 병역의무는 어느 한쪽의 핵심이나 본질을 양보하면서 없앨 수 없는 것이라 전제하고 이번의 이 결정은 이러한 핵심을 건드리는 사항이 되었기에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병역법이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사상, 양심, 자유에 대한 보호와 인간 존엄, 행복추구 등의 실질적 침해의 소지가 있는지에 대한 위헌여부를 가려달라는 판결이므로 오해의 소지가 없었으면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재판부의 이와 같은 결정으로 이경수씨는 병역법 위반에 대한 재판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되면서 석방되게 된다.

남부지원의 이번 결정은 비록 이후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문제이지만 지금까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실정법 위반자들로써 처벌의 대상으로 사고해 왔던 것을 그 근거부터 다시 한 번 생각케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권리가 국가의 이익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재판부의 판단이며 국가의 한 구성원으로써 이들 병역거부자들에게 자신들의 양심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국가는 대체복무 등의 제도를 통해 이를 보장하는 것이 민주국가의 의무이며 대한민국의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그들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더욱이 대다수의 병역거부자들이 특정 종교의 신도라는 점에서 더욱 가려져 왔다. 하지만 지난 해 평화운동가이자 불교신자인 오태양씨의 병역거부 선언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사법계 쪽에서의 전향적인 판결이 이어져 왔다. 지난 해 9월에는 항명죄로 기소되었던 병역거부자들 중 아버지나 형제가 같은 고초를 겪었던 이들에 한해 6개월 감형되는 판결이 있었고 병역법에 의한 민간재판에서는 지금까지 247명 중 204명에게 1년 6개월이라는 형량이 부과되었다. 군사재판에서 3년이라는 법정 최고형이 부과되는 것에 비해 민간재판의 이 판결은 다시 병역법에 의해 군에 소집되지 않을 최저의 형량으로써 이는 아직까지 민간과 군사법원의 넓은 시각차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까지 매우 다양하고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마다 600여명의 병역거부자들이 생겨나고 있고 지금도 1600여명의 사람들이 감옥에 갇혀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방치하거나 애써 모른체 해서는 안될 것이란 사실은 너무도 명확하다. 또한 유엔을 비롯한 각 국가들, 심지어 한국과 같은 분단상황인 대만에서조차 이러한 권리에 따른 대체복무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사회의 인권에 대한 후진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은 정당한 인권으로 인정되어야 마땅하며 병역거부자들이 사회적으로 차별 받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끔 대체복무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이미 한국 사회는 공익근무요원, 병역특례제도 등 현 병역법에 보장된 각종 대체복무제도가 현존하기 때문에 병역거부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대안의 마련은 오히려 대만보다 더욱 빠른 진척을 가져올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이를 위한 초석으로 매우 뜻깊은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남부지원의 이번 위헌법률신판제청신청에 대한 결정을 환영하며 이후 헌법재판소의 전향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2002. 1.29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준)

국제민주연대, 군의문사 진상규명과 군폭력 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 기독사회시민연대,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민주노동당,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 성공회대학교 인권평화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 대자보, 장애인 인권운동을 위한 열린 네트워크, 전국불교운동연합, 전국실천불교승가회, 참여불교재가연대, 참여연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청년통일네트워크, 평화인권연대,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함께 가는 사람들, 환경운동연합, 21세기진보학생연합 (현재, 26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