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서]한미투자협정 체결협상 즉각 중단하라

2002-01-28

한미투자협정 체결협상 즉각 중단하라!
김대중 정부는 한미투자협정 체결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최근 정부는 2월 19일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투자협정을 연초에 체결하고, 한미자유무역 협정도 상반기까지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지난 98년부터 4년을 끌어온 한미 투자협정 체결을 위해 그간 논란이 되어온 ‘스크린 쿼터’ 등 민감한 쟁점사안 처리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한미 투자협정이 한국영화를 일정기간 동안 의무상영하도록 함으로써 헐리우드라는 거대 영화 자본으로부터 자국영화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인 ‘스크린 쿼터’를 폐지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런데 한미투자협정은 스크린쿼터를 폐지하여 미국 영화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고 한국의 문화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에만 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협정은 말 그대로 초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투자보장을 위한 것이다. 도둑놈이 제발 저린다더니, 이미 체결된 한일투자협정도 그랬었지만 정부는 투자협정의 전체내용을 기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나마 공개된 투자협정의 내용만을 살펴보더라도 ‘투자협정=초국적 자본의 이익 보장을 위한 권리헌장’이라는 등식이 성립함을 쉽게 알 수 있다. 투자협정에 따르면 초국적 자본이 국내에 투자를 하더라도 기술을 이전할 필요도 없고, 내국민을 고용할 의무도 없으며, 투자를 통한 이익을 자유롭게 해외로 송금하게 함으로써 국내에 재투자를 할 이유도 없게 된다. 따라서 해외 투자를 유치하면 기술도 이전받고, 고용도 창출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김대중 정부는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각종 세금을 감면해 주고, 저가의 부지 임대마저 보장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투자협정은 ‘투자’의 개념을 단기 수익과 배당금을 위해 주식과 채권을 매매하는 소위 포트폴리오라는 단기성 투기에까지 확대 적용함으로써 단기투기 자본을 규제하고 통제할 수 없도록 만든다. 우리는 1997년 한국의 금융위기 뿐만 아니라 최근 많은 나라들에서의 경제위기가 단기투기 자본의 고삐풀린 이동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단기투기자본을 통제하고 규제해도 모자랄 판에, 투자협정을 통해 투기마저 정당한 투자로써 보장해 주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이윤보장을 위해서라면 나라 경제가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이러한 정부의 굴욕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 문제제기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최근 국제적인 투자의 추세는 고용을 창출하고 생산성을 보장하는 중장기적인 직접투자라기 보다는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단시일내의 기업 몸값 불리기, 단기적인 주식매매를 통한 이윤확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01년 현재 직접투자가 30%인데 반해 증권투자는 70%에 이르며, 직접투자라 하더라도 대부분은 IMF 위기 이후 헐값으로 나오는 국내기업들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인수합병을 위한 투자이다. 결국 초국적 자본의 국내 투자를 통해 한국의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정부의 선전은 현실을 속이고 국민의 눈을 가리는 거짓말이며, 오히려 공기업 등 국내의 알짜배기 기업을 헐값에 팔아치우고, 주식시장을 초국적 자본에 개방시킴으로써 경제를 항상적인 불안성에 노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한미투자협정은 최근 공기업의 민영화 및 해외매각 추진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한미투자협정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통신, 한전, 포항제철, 가스 공사 등 4대 공기업의 민영화 및 외국인 주식지분 제한 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따라 포항제철은 2001년 5월 현재 외국인지분이 54%에 달하며, 가스공사는 1999년 2월에 해외개방시 내국인대우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 제출되었으며, 한국통신은 현재 외국인지분 제한을 49%에서 51%로의 완화를 추진중이다. 외자유치면 무엇이든 내주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미국의 요구와 맞물려 민중의 기초적인 삶을 보장해 주고, 국가 경제의 버팀목인 국가 기간산업마저 마구잡이로 내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투자협정은 투자자에게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초국적 기업이 노동권을 침해하고 환경을 파괴하더라도 국내법을 통한 제재가 어려워지고, 제재를 가했을 경우에는 오히려 투자와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명분하에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국제적인 분쟁해결기구에 제소를 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미국은 투자협정을 통해 지적재산권을 50년이나 보장받도록 요구함으로써 기술과 정보 독점권에 따른 배타적 이윤을 확보하려 하고 있으며, 인체에 해를 끼치는 유전자변형식품(GMO)의 규정완화도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이미 지난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에 의해 추진된 자유화/개방화로 인해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이 경제살리기와 해외투자유치를 명목으로 극도로 피폐화되고, 초국적 자본의 알짜배기 기업인수와 주식시장 지배력 확보로 대외경제 종속이 더더욱 심화되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가 이미 체결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한일, 한미 투자협정은 한국경제의 대외 종속을 더더욱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또한, 해외자본 투자유치를 명목으로 비정규직, 계약직 노동의 증대 등 노동의 불안정화는 더욱 가속화되는 가운데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스크린쿼터 축소 및 폐지를 비롯하여 문화시장이 더욱 개방화됨으로 인해 문화자율성이 심하게 훼손될 것이며, 유전자변형식품에 규제를 가할 수 없게 되고, 초국적 기업의 환경파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게 함으로써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한편, 일단 투자협정이 체결되면 그 효력이 10년 이상동안 발휘하게 됨으로써, 정부는 투자협정을 근거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더욱 가속화시키려 할 것이고, 투자협정으로 인한 심각한 사회, 경제적 피해들이 표출되더라도 이에 맞서는 투쟁을 전개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게 된다.

그 동안 김대중 정부가 추진해왔던 신자유주의 개혁정책으로 인해 노동자 민중의 삶은 곳곳에서 파탄나고 있으며, 국가 경제가 만성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한미투자협정 체결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 너무도 뻔하다. 우리는 실패한 경제, 사회정책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커녕 한일, 한미 투자협정체결을 통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시키려는 김대중 정부에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다. 또한 한미투자협정 체결을 기필코 저지시킴으로써 초국적 자본과 한·미 양국 정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파탄낼 것이다.


– 김대중 정부는 한미 투자협정 체결 기도를 즉각 포기하라!
– 김대중 정부는 밀실협정 한일투자협정의 원문을 공개하고, 체결을 즉각 무효화하라!
– 문화자율성을 침해하고 미국 문화자본의 이익을 위한 스크린쿼터제 축소·폐지를 반대한다!
– 한미투자협정 강요하고, 경제종속 심화시키는 미국을 반대한다.

2002.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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