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진실과 정의를 수호하려는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찰을 더욱 추악하게 할 뿐이다.

2013-01-03

[논 평]

 

진실과 정의를 수호하려는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찰을 더욱

추악하게 할 뿐이다.

 

 

지난 해 28일, 재심(再審)사건에서 무죄구형을 한 검사에 대해 대검찰청이 징계절차에 착수한다고 한다.

 

이 사건은 1962년 5. 16 군사 쿠데타 세력에 의해 조작된 ‘통일사회당 사건’이다. 당사자인 윤길중씨는 당시 혁명재판소에서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 위반이란 죄명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7년의 옥고를 치른 피해자이다. 무죄 구형을 한 검사는 지난 9월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어 징역형을 살았던 박형규 목사의 재심사건에서도 무죄 구형 의견을 낸 바 있고, 일명 도가니 검사로 알려진 임은정 검사이다. 대검찰청이 임 검사에게 내세운 징계사유는 내부 합의를 어기고 공식절차를 무시하였다는 것이다.

 

법원은 2011년 위와 같은 사건의 다른 관련자 5명에 대한 재심에서 이미 무죄를 선고한 바 있고, 위 판결은 2012년 2월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그리고 이미 진실화해위원회에서도 조작된 사건임이 판명되었고, 국가에게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및 피해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권고한 사건이다. 임 검사는 당연히 무죄가 나올 사안이 명백하므로 무죄구형을 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그리고 담당검사로서 이를 막으려는 상부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다른 검사에게 사건이 재배당되었기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 공론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무죄구형을 결행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임 검사의 구형이 있었던 당일 법원은 바로 무죄를 선고했다.

 

정의의 수호자로서 인권을 보호하고 불의를 척결해야 하는 검찰의 역할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다. 정권의 하수인으로서 국민 위에 군림한 검찰은 급기야 우리사회를 멍들게 하였고 유린된 인권은 아직까지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진실과 정의의 입장에서 과거 군부 독재 하에 조작된 인권 침해사건에 대해 무죄를 구형한 검사에게 내부합의와 절차를 들며 징계를 거론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오히려 준사법기관으로서 암울했던 우리 과거사의 인권침해에 일조했던 것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고 국민 앞에 진정어린 사과와 쇄신을 약속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민들은 그나마 정의와 인권을 수호하려는 임 검사에게서 그간 정권에 굴종하고 타락된 권력의 상징이었던 검찰에게 실낱같은 희망의 불빛을 보았다. 진실과 정의의 수호자로서 양심을 지키려는 검사에게 징계로 대응하는 것은 검찰을 더욱 추악하게 할 뿐이다. 대검찰청은 임은정 검사에 대한 징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013년 1월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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