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2012-11-02


 [논 평]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서울 행정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어제 서울행정법원(제12행정부, 재판장 박태준 판사)은 학습지노조와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9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2011구합20239, 26770(병합)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심판판정 취소소송에서 학습지교사들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며, 2010년 재능교육이 학습지교사들과의 위탁계약을 해지한 행위는 부당해고는 아니지만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하였다. 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학습지교사는 근로자가 아니어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할 자격이 없다”며 각하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그동안 재능교육 사용자는 학습지교사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학습지교사들이 설립한 학습지노조와 재능교육지부의 노조 지위를 부정하고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거부해왔다. 유명자 지부장을 비롯한 재능교육지부 학습지교사들은 단체협약 체결과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오늘로써 1,779일째 차가운 시멘트바닥에서 ‘텐트’농성을 벌이고 있다. 무려 4년하고도 319일째이다.


학습지교사들이 본업이 아니라 거리로, 투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주된 원인은, 법원이 그동안 노조법상의 ‘근로자’, 노동3권의 주체로서의 노동자의 범위를 과도하게 좁게 해석함으로써 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직’으로 불리는 노동자들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부인해온 태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현행 노조법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자’란 단결의 주체로서의 ‘근로자’를 정의한 것으로 ‘단결의 필요성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근로조건의 최저한의 기준을 정한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와는 입법취지와 목적으로 달리한다. 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에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하여 사업장에서 구체적인 사용자와의 근로계약관계 내지 사용종속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는 반면, ‘노조법상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여 생활하는 자”라고 규정하여 굳이 구체적인 사용자와의 근로계약관계나 사용종속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여 생활하는 자, 다시 말해 자기 책임 하의 경영을 통해 수입을 얻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노동을 팔아 그 대가(임금이라고 하든 수수료라고 하든)로 생활하거나 생활하려는 자이면, 누구든 개인사업자라는 형식적 외관에 관계없이 노조법의 입법취지인 ’단결의 필요성 여부‘를 기준으로 단결의 주체로서의 지위, 노조법상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그동안 법률 문언과 입법의 취지의 차이를 간과하고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의 ‘근로자’ 정의를 전통적인 사용종속성을 중심으로 사실상 동일한 개념으로 보아 단결의 주체로서의 ‘근로자’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오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특히 ① 특수고용직 노동자(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상담교사, 보험모집인, 레미콘운송회사의 지입차주, 화물지입차주, 퀵서비스 배달인, 대리운전기사, 방송사 구성작가 등) 등 전통적인 제조업 기준으로는 결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노무공급형태 종사자의 단결권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고, ② 비전형적인 노동자를 포괄하는 초기업단위의 노동조합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따라서 노조법상의 ‘근로자’성 판단에서 종래 법원이 고수해온 사용종속성 기준을 전환하여 경제적 종속성 등의 개념을 도입하고 단결 필요성의 여부를 기준으로 노조법상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려는 법원의 적극적 해석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특수고용직인 학습지교사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이에 근거하여 재능교육의 학습지교사에 대한 계약해지를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한 위 서울행정법원의 결론은 ‘단결의 필요성’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타당하다. 다만 학습지교사의 경우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실적에 따라 대가를 지급받고 수수료 소득에 대해 각자 사업자등록을 한 후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나, 그 실질은 사용자의 실적에 대한 감독, 사용자의 지시사항에 대한 복종, 교육 참여 의무 등 사용자의 지시와 감독에 종속되고, 그 사업에 편입되어 일한 대가로 수수료(임금)를 받는, 사실상 종속노동을 수행하는 ‘위장된 개인사업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 서울행정법원 판결에서 학습지교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여전히 부인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자본의 독식과 팽창이 가속화되고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조합의 존재와 역할은 그만큼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단결권의 보장’이라는 노조법의 취지를 살려낸 위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앞서 지적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환영한다.



2012. 11. 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장 주 영

첨부파일

1102_[논평]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_사무_01.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