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새누리당의 쌍용차 소위 구성 협조와 조현오 국책자문위원 해촉을 촉구하는 법조계 기자회견 참석 후기

2012-08-16


새누리당의 쌍용차 소위 구성 협조와 조현오 국책자문위원 해촉을 촉구하는
법조계 기자회견에 다녀와서


글_8기 인턴 김민영


부슬비가 내리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던 지난 금요일 아침,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는 쌍용차 범대위와 민변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함께 하는 법조계 기자회견이 있었다. 새누리당사 건물에는 처음 가보는 것이었지만, 국회의사당역 앞부터 곳곳에 길을 막고 진을 친 경찰들이 이정표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찾아가기는 상당히 수월했다.  


늦지 않게 도착했음을 다행스러워하며 잠시 기자회견을 알리는 펼침막을 보고 있자니, 점차 그 뒤편의 처참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뼈만 남은 천막용 철제 구조물이었다. 그것을 보니 몇 달 전에 대한문 앞에서 경찰에 의해 강제철거 당한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가 생각났다. 그 때는 동영상으로 접했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이 이리저리 휘어진 철제 구조물이 그 아침에는 바로 내 앞에, 비에 젖은 그 바닥에 놓여 있었다. 기자회견이 있던 바로 전날에, 이전과 마찬가지로 경찰의 불법적인 침탈로 파괴된 분향소용 천막이었다. 무도한 공권력에 의해 찌그러지고 부서진 채, 시민들의 지지 문구가 적힌 종이들과 더불어 간신히 버티고 서있는 그 모습은 마치 쌍용차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 천막 뼈대 옆으로는 판넬 몇 장이 둘러 세워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부당노동행위에 복무하는 용역폭력집단이 경찰의 협조 및 보호를 받는 현장을 포착한 최근의 사진들이었다. 치아가 약 스무 개나 부서져 나간 조합원, 사측 구사대에 둘러싸여 용역깡패를 지휘하는 경찰지휘관 등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사진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기자회견장 자체가, 최근에 와서야 본격 논의되는 ‘자본의 공권력 사유화’ 역사를 집약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적나라한 광경과 별도로 기자회견이 다루는 내용은 따로 있었다. 바로 쌍용차 문제 해결에 대한 새누리당의 행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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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노동계 및 시민사회에서는 정리해고의 시발점이 된 회계분석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어 왔다. 회계 문제는 커다란 희생을 치른 쌍용차 정리해고의 정당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당연히 국정조사를 통한 검증이 요구되었다. 하지만 이를 위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내 ‘쌍용차 소위’ 구성에 대해,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사안을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이유로 적극 반대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또한 새누리당은, 쌍용차 농성에 대한 비인도적인 진압을 지휘하고 이를 수사사건 베스트 5위로 선정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국책자문위원으로 위촉, 쌍용차 문제해결의 의지가 전혀 없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이 날의 기자회견은 이러한 상황을 맞아, 새누리당이 쌍용차 소위 구성에 협조하고 조현오 국책자문위원을 해촉할 것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발언은 쌍용차 지부와 범대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그리고 민변 노동위원회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조합원들도 대열 뒤에서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에 동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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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기자회견 도중에 일단의 사진기자들이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플래시를 터뜨리고 돌아갔다. 하지만 올림픽 열기에 묻혀, 어느 방송사·포털사이트에서도 기자회견의 내용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럴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해서 인터넷 창을 들여다보던 중 사뭇 의미 없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권총을 잡은 지 3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사격 선수가 나왔고, 그 선수에게는 국민적 찬사가 쏟아졌다. 물론 그 선수는 피땀 흘려 노력해 얻은 결실이겠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은 그가 운동을 시작해서 금메달리스트가 되기까지의 시간동안 그 노력 이상의 피눈물을 흘렸을 터다. 그들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바라는 것이 그렇게 지나친 기대였던 것일까. 쌍용차 노동자들의 절규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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