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랑고시랑] 피고인의 지위에서 본 사법현실과 신임 대법관 임명제청에 대한 우려

2012-07-16




피고인의 지위에서 본 사법현실과
신임 대법관 임명제청(주1) 에 대한 우려



글_권영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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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 13. 수원지방법원 110호 법정을 다녀왔다. 변호인으로서가 아니라 피고인으로서 항소심 재판(주2)을 받기 위해서이다. 2009. 6. 26. 필자가 민변 노동위원장으로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노동법률가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을 방문했다가 경찰에게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되어 유치장 신세를 지고, 체포적부심사로 풀려난 후 경찰에게 상해를 가한 혐의가 추가되어 공무집행방죄와 상해죄로 기소된 사건이다.



 


   필자는 당시 위 기자회견에 참여하기 위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 중이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을 찾았고, 공교롭게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끼를 입은 수명의 조합원들이 공장 앞 인도에서 수십 명의 기동대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감금되어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상황을 살펴보니 경찰은 어떠한 체포이유도 고지하지 않은 채 조합원들을 체포영장 발부자인지 수배자인지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오뉴월 뙤약볕 아래 길거리에서 이미 40여분 이상을 기동대원들로 하여금 방패로 빙 둘러싸게 하여 감금(경찰은 ‘고착관리’라고 불렀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체포이유 고지 없는 체포나 감금은 불법임을 지적하고 체포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줄 것을 요구하고, 체포이유가 없으면 풀어줄 것을 촉구하였으나 경찰은 묵묵부답이었고, 수십 차례의 항의 끝에 경찰은 마지못해 퇴거불응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한다며 미란다원칙(주3)을 고지하였다. 미란다 원칙 중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경찰의 고지 내용에 따라 필자는 신분증을 제시하며 변호인으로서 피체포자에 대한 접견을 요구하였으나, 경찰은 어떠한 안내도 없이 기동대원들로 하여금 변호인의 접근을 폭력적으로 막고 접견요구를 차단한 후, 호송차량 진행 방향 앞에 서서 접견을 요구하던 필자를 경찰의 체포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이유로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다.


  


   이 사건의 핵심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 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하며(헌법 제12조 제5항), 누구든지 체포 도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12조 제4항)는 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체포 이유를 고지하지 아니하고, 접견교통권 또한 묵살한 채 행한 경찰의 체포가 적법한 공무인지, 반면 이에 적극적으로 항의한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인지 여부이다. 그런데 당시 기동대원들을 지휘한 경기지방경찰청 807 중대의 중대장은 1심과 2심 법정에 연거푸 증인으로 나와 “피고인(필자)이 조합원들을 발견하기 이전에 이미 조합원들에게 체포이유 등 미란다원칙을 고지해주었다”고 하고, “피고인(필자)에게도 여기는 혼잡하니 혼잡한 현장을 피해 다른 안전한 장소로 가서 변호인 접견을 시켜드리겠다고 안내해주었다”고 증언하였다. 필자의 수십 차에 걸친 현장 경찰지휘관과의 대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화 자체를 철저히 묵살했던 그가 법정에 나와 필자에게 안전한 장소로 가서 접견을 시켜드리겠다고 안내하였다는 내용의 거짓 증언을 스스럼없이 해댔다. 그것도 나를 바라보며 “변호사님 맞지요”라고 확인까지 구했다. 하늘이 아득해졌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아! 위증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바로 당사자 앞에서조차 거짓말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해댈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자신의 직무라고 배웠을 경찰공무원이 ‘진실만을 말하며 위증을 하면 처벌을 받을 것을 맹세’한 법정에서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키려는 그의 진지한(?) 노력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검찰 (주4)의 현실은 영화 ‘부러진 화살’과 드라마 ‘추적자’의 진실 조작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실감한다.


   


   필자가 겪고 있는 사건과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조직적 증거인멸 그리고 이에 대한 검찰의 뒷북수사와 수사축소 논란, 심지어 증거은닉 시도는 권력집단(권력의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의 횡포와 진실은폐 기도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필자가 변론을 담당하다가 수사기록의 공개를 요구하며 1심에서 사임한 용산철거민화재참사사건에서도 검찰은 수사기록 3,000쪽을 은닉함으로써 진실을 숨기려 하였고, (주5)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집회장에서 발각된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에 대해서 기무사 요원을 구속하기는커녕 그 사찰의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조사도 하지 않은 채 기무사의 고소를 냉큼 받아들여 그 사찰 증거를 빼앗은 대학생을 오히려 공무집행방해치상죄와 강도상해죄로 구속기소하였고 사찰을 지시한 기무사 소령과 사찰을 실행한 기무사 대위는 검사의 신청으로 피해자 혹은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사찰을 은폐하고 강도죄를 성립시키기 위한 거짓증언을주저하지 않았다. (주6)


   필자는 본인이 피고인으로 기소된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사건에서 1심 판사의 치밀한 증거조사 끝에 무죄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직 안개 속이다. 만일 법원이 권력집단의 증거인멸과 경찰공무원의 위증을 바로 잡아내지 못하고 그들의 편에 선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되는 드라마와 같은 현실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런데 지금 법원에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한 4명의 대법관 후보자의 면면이 하나같이 도덕성과 자질 면에서 자격미달일 뿐만 아니라 친재벌적 성향을 가진 자들로서 다양성은 고사하고 실체 진실의 발견과 사법적 정의의 실현이라는 법원의 소명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검사 출신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는 위장전입 2건, 다운계약서 작성,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 아들의 병역 관련 비리의혹, 제일저축은행의 불법대출 및 횡령 사건 수사 관련 사채업자 브로커와의 수십 차례 통화와 수사축소 의혹, 태백시장 인사비리 사건 무마 의혹 등 불거진 의혹만 무려 10여건에 이른다.
 


   판사 출신인 김창석 후보자는 2009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게 대법원의 유죄판단으로 종전 탈세와 증권거래법 위반죄에 227억원의 배임죄가 추가된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발행 배임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환송 전과 동일한 법정형을 선고하였고, (주7)또한 제일모직 소액주주들이 위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발행과 관련하여 이건희 회장 등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소송과 관련하여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요청한 삼성형사재판기록 송부촉탁신청에 대해 삼성 이회장 측에서 승낙한 48쪽만을 보내고 “영업비밀․개인정보와 관련된 사안이라는 이유”로 거부함으로써 노골적으로 삼성 이건희 봐주기 판결을 거듭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신이 장애인으로서 소수자 몫으로 제청된 김신 후보자는 어떠한가? 자신이 재판 중인 당사자들로 하여금 법정에서 기도를 하도록 요구하는 등 종교편향을 보이는가 하면 부산지법 수석부장판사로 있던 지난 해 1월 17일 한진중공업의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여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부당성에 항의해 85호 크레인에 오른 해고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에게 크레인에서 내려오지 않을 경우 하루 1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함으로써 무려 3억여 원의 채무자로 전락시키고, 부산저축은행 임원들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결국 대법원에서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당함), 뇌물을 준 사람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부산시 수도관 납품 관련 사건에서 돈을 받은 공무원에게는 무죄를 선고하는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에는 눈을 감고 기득권자를 옹호하는 판결을 주로 하였다는 전력으로 도마에 올라있다.


   고영환 대법관 후보자의 경우에도 농지를 불법 취득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생존의 터전이었던 어장과 해수욕장이 쑥대밭이 되었던 태안 기름 유출사건에서 원인 제공자인 삼성중공업의 손해배상책임을 56억원으로 제한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그 결과 12만 8,000명이 넘는 태안 주민들은 1인당 5만원 꼴도 안 되는 피해보상을 받는데 그치게 한데 반해 삼성중공업에게는 환경피해 복구 책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등 마찬가지로 도덕적 자질 미흡과 재벌 편향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법원은 하급심 법원의 재판을 사실상 구속하는 최종심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법원 판결의 종결자이자 사법정책의 최종결정기구인 대법원의 구성이 사법 정의와 실체 진실 규명 그리고 소수자 인권 보호와는 거리가 먼, 재벌 및 기득권 옹호와 진실은폐 경력의 의혹을 가진 자들로 대거 채워진다면 대한민국 사법부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피고인의 지위에서 권력집단의 한 축인 경찰과 공무집행방해의 혐의로 무죄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필자로서는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결국 필자의 사건도 대법원까지 갈 것이 ‘뻔한’ 사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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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임기가 만료된 4명의 대법관 후임으로 현재 4명의 신임 대법관 후보(김병화, 김창석, 김신, 고영환)가 임명․제청된 상태이다.


(주2) 1심 재판은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진행되었다.


(주3) 미란다원칙이란 체포 또는 구속되는 사람에게 경찰관이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하는 이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리의 존재, 변명의 기회 부여 등을 고지하고, 실제로 이를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적법절차의 원리를 말한다.


(주4) 검사는 체포이유 고지 이전의 체포상태를 행정상 즉시강제라는 억지논리를 동원하며 이유 고지 없는 체포의 합법화를 시도해주고 있고, 접견교통권을 행사하기 위한 변호사의 적극적 행위를 폭력행사로 간주하고 있다.


(주5) 당시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기록 비공개에 대해 등사열람결정만을 하였을 뿐 공개를 위한 어떠한 법정지휘권도 행사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의 수사기록 비공개처분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았다.


(주6) 당시 1심 재판부는 기무사의 고소와 검사의 기소에 호응하여, 기소된 대학생에게 강도상해죄를 인정하여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여 사람들을 경악케 하였다. 가까스로 항소심에서 강도죄 부분에 대해 무죄로 뒤집어 현재 상고심에 계류 중이다.


(주7)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227억원의 배임죄를 추가하였다면 같은 징역형인 경우 경합되는 범죄 중 가장 중한 죄의 장기형의 1/2까지 가중하도록 되어 있어 배임죄에 대한 형을 추가하게 됨으로써 형량이 환송 전과 동일할 수 없음에도 동일한 형량을 유지함으로써 집행유예형으로 확정되도록 하여 감옥행을 면탈해주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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