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권모니터링] 캄보디아, 인도, 그리고 한국에서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는 사람들

2011-07-30

[아시아인권모니터링]


캄보디아, 인도, 그리고 한국에서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는 사람들



글_국제연대위원회 6기 인턴 김다운





1. 캄보디아의 재개발 풍경: 삶의 터전을 소유할 수 없는 사람들



  오랜 세월, 삶의 터전으로 일구어 온 땅을 하루아침에 빼앗긴 사람들이 있다. 지방 곳곳에서 재개발이 한창인 캄보디아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외국기업에게 농지사용권을 내주고, 그곳에서 삶을 살아오던 원주민들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고 그들을 내쫒는다. 정부의 비호 아래 농지사용권을 정당하게 취득한 해외기업은 원주민들에게 법적소유권이 없다는 이유로 그 어떠한 보상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 중에는 한국기업도 있다. 원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쫒고 지난 4월 한겨레21에 실린 자세한 기사 내용을 보자.



  “삼성전자에 휴대전화 부품 등을 납품하는 덕산하이메탈의 계열사인 BNA는 2009년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캄퐁톰주 땅 7500ha의 70년 사용권을 받았다. BNA는 이 땅을 개간해 고무와 캐사바(감자류) 농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개간을 시작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현지 언론 <프놈펜포스트>는 지난 1월7일 이곳 농민 800명이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시위대 대표인 펜친은 <한겨레21>과의 전화 통화에서 “1984년부터 여기 땅에 기대어 살아왔다”며 “한국 기업이나 정부가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은 채 땅에서 떠나라고 하면 굶어죽는 수밖에 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우리는 농민이다”라며 “땅에 빌붙어 살 수 있게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곳에서 3~5ha의 땅을 일구며 살아온 300여 세대는 쫓겨날 위기에 처해 세 차례 시위를 벌였다. 현재 주정부가 나서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농민에게 마땅한 보상이 돌아가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캄보디아에서 토지 소유권은 1954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와 개인 소유가 번갈아 시행됐다. 현재는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대신 임시 소유권과 권리 소유권이라는 두 가지 형태를 구분하고 있다. 오랜 기간 땅을 점유하고 있으면 임시 소유권이 인정되지만, 이는 법적인 효력은 없다. 법적으로 소유권을 보장받는 권리 소유권은 등기를 해야만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등기를 하려면 마을에서 중앙정부까지 7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비용도 1건에 300~400달러에 달해 가난한 농민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법적인 절차를 마치면 해마다 세금까지 내야 하는 점도 농민들이 등기를 하지 않는 한 이유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 정부가 해외 기업에 농지사용권을 주면 그 땅에서 농사짓던 농민들은 별도의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쫓겨나는 것이다.“



  법적인 측면에서, 원주민들에 대한 보상에 대한 규정도 없고, 전례도 없는 터라 원주민들은 속절없이 삶의 터전에서 박탈당하고 있다. 원주민들이 일구어 오던 땅에 대규모 자본이 농장이나 공장을 지어 재개발 이익을 취하고, 정부 역시 그 몫을 취할 것이다. 정작 그 땅을 개간해왔고 점유해온 사람들의 몫은 일말의 가치도 없는 것 마냥 쉽게 버려진다.




2. 용산, 포이동, 두리반 그리고 명동의 재개발 풍경: 삶의 터전을 잃지 않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



  자본과 국가의 거센 압박에 밀려 삶의 터전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여기에도 있다. 용산의 상가를 지키고자 했던 몇몇 사람들은 적절한 보상 없이 한겨울에 그들을 내몰았던 자본과 정부와 싸우다 죽음을 겪어야만 했고, 포이동 사람들은 정부의 강제이주에 맞서 싸우며, 화재로 인해 잿더미로 변해버린 판자촌에서 삶의 터전을 잃지 않기 위한 싸움을 진행 중이다. 500일이 넘는 싸움을 통해 보상대책을 받은 두리반의 승리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명동 상가의 상인들이 재개발로 인한 강제철거에 맞서 또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도시정비사업의 일환으로 2009년부터 추진된 ‘명동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명동 제3구역의 상가들이 철거되고 나면, 그곳에는 지상 25층, 지하 6층짜리 금융센터가 건립될 예정이다.



  재개발 지역에서 강제철거, 강제퇴거를 당하는 상인들, 원주민들은 ‘법’앞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건물주가 건물을 처분하는 것을 세입자에게 알리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몇 년이고 상가를 꾸려오며, 상권에서 생활하고 경제활동을 했던 세입자들의 의견은 전혀 듣지도 않고, 시행사와 시공사, 건물주들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들은 일방적으로 철거소식을 통보한다.



  자신들이 오랜 시간동안 가꿔온 상권과 가게를 떠나야 한다면, 그들의 생존권과 영업권을 보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세입자가 가게에 들어올 때 높은 금액의 권리금을 냄에도 불구하고, 쫒겨날 때는, 권리금은커녕 터무니없이 적은 보상금만 받는다. 용산 참사 이후, 인권단체와 법률가단체에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국회발의제안을 앞두고 있긴 하지만, 아직 법이 재개발지역의 철거민들에게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기엔 요원한 듯 보인다.



  그들은 말한다. 법을 지키면 그들은 죽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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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마이뉴스


출처: 한컷뉴스

포이동의 모습


  명동 제 3구역의(앞으로는 2구역, 4구역 역시 해당될 예정인) 재개발로 인해 상인들이 정당하고 현실적인 보상 없이 하루아침에 생존권, 영업권을 박탈당했다. 그들은 지금도 건설자본과, 자본이 고용한 폭력적 용역업체, 자본을 비호해주는 공권력과 싸우고 있다.



3. 인도 오릿사주의 재개발 풍경: 포스코 제철소 건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



  인도 오릿사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포스코제철소 건설에 맞서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싸움이 있다. 오릿사주는 광물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삼림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부족주민들이 지역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인도정부는 적극적으로 해외자본을 유치하여 인도의 광산업을 부흥시키고 재개발을 이루려는 야심으로 포스코건설과 두 손을 잡았다. 이에 포스코건설은 해외자본최대규모의 투자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인도 오릿사주에 제철소 건설을 진행수순을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거센 저항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이 사건에 대해, 국내 시민단체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포스코의 오리사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는 사업초기부터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제철소 건설부지에 산림이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거주하는지 파악조차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부실환 환경영향평가와 편파적인 공청회 개최로 주민들의 신뢰를 이미 잃어 왔다. 더욱이 2차례나 인도정부 조사위원회가 포스코 제철소 건설지역을 조사하여 주민들의 사전 동의절차가 조작되었고 이를 통해 사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사업승인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2010년에 제출한 바 있다. 주민들이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사업이 경찰력을 앞세워 강행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지난 6년간 겪고 있는 고통들에 대해 분노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여,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가 지연되기도 했으나, 올해 들어 인도정부의 승인을 받은 포스코측은 대규모의 인도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정부는 승인 조건으로, 주민들의 의견수렴과 보상대책마련, 사회적 공헌 등을 내걸었지만, 아직도 주민들이 거세게 저항하고 있는 상황에 얼마나 적절하고 정당한 방식으로 상황이 진행될 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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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민중의 소리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오리사 주의 주민들/ 포스코건설강제토지수용금지기자회견모습 삼성동 포스코 본사 앞(출처:http://hjyd.nodong.net/xe/index.php?document_srl=64555&mid=news_3press)



4. 자본의 과잉, 사람의 소멸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캄보디아의 농촌에서, 용산, 포이동, 홍대, 명동 등 한국의 도심에서, 광물자원이 풍부한 인도의 오리사 주에서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삶의 터전을 잃고 현실적 보상을 약속받지 못한 사람들과 재개발로 인한 이득을 향유하는 자본 간의 비대칭적 싸움이다. 국가는 적극적으로 자본의 편에 서서, ‘국익’을 위한 ‘재개발’이라며 주장하고, 옹호한다. (얼마 전 인도의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하여 이명박대통령과 원자력과 제철소 건설 등의 한국의 대 인도투자에 대한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자본과 국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당당하게 재개발을 해나간다. 첫 번째, 법적인 측면에서 국가와 자본은 합법이 되고 힘없는 철거민들은 불법이 된다. 캄보디아에서 재개발을 진행하는 기업은 농지사용권을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취득했다. 캄보디아 농민들은 오랜 세월동안 노동하며 살아왔지만 정작 그 땅을 소유할 법적 권리는 점유로 얻은 임시적 소유권뿐이다. 포이동 주민들은 강제이주라는 뼈아픈 역사에서 매번 그들의 주거권과 인권을 무시당했으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사유지 무단점거를 이유로 한 거액의 토지변상금이다. 명동3구역 상가세입자들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장사를 시작하기엔 터무니없는 보상금뿐이다. 두 번째, 재개발 진행과정에서 자본은 용역을 고용하여 철거민들에게 폭력을 자행하고 재개발을 진행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쓴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그야말로 야만적 폭력은 철거민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다. 그러면서도, 재개발 반대 시위와 집회를 하며 저항하는 이들에게는 ‘불법시위’ ‘불법집회’라며 ‘불법’의 딱지를 붙인다. 공권력은 용역의 폭력에 눈 감는다. 세 번째, 자본과 국가는 재개발을 세련되고 풍요로운 경제성장, 효율, 북가가치 창출, 국익 등의 명분을 내세워 그들의 재개발을 정당화한다. 재개발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던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있는)‘전혀 사적이지 않고 순수하지 않은 공간’을 자본이 배타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면서 갈등이 발생한다. 그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국가권력은 ‘국익’이 아니라 재개발로 인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한정된 집단’들을 위한 것일 뿐이다. 재개발로 인해 대책 없이 생존권을 위협받는 사람들은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형식적 합법성’을 띤 소유권. 이 추상적이고 배타적인 소유권개념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도로 사적이고 물적인 개념으로만 ‘소유권’을 생각한다면, 사회구성원들이 맺은 사회적 관계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강제퇴거금지법’과 같이 오랜 기간 공간을 점유했고 그곳에서 노동하며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관계를 배후로 하는 개념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람이 살던 자리에 금융센터가 들어서고, 제철소가 들어서는 것이 소위 합법적 ‘소유권자‘의 ‘의사’에 따라 하루아침에 뚝딱 해결될 그런 문제란 말인가.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맺은 역사적,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의무’는 없단 말인가.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옮겨가 부산영도조선소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지역경제에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한진중공업을 생각해보자. 기업의 물질적 소유 없이도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는 주주는 더 싼 노동자와 해외 부지를 원할 뿐이지, 지역경제와 그 안에서의 노동자들의 삶에는 아무런 관심조차 없다.) 재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사람은 생존권을 지키기 힘든 사회적 약자이다. 캄보디아, 인도에서도 가난한 사람들, 한국의 도심에서도, 노른자 땅이라는 강남에서도 팍팍한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은 이제 그들의 생존권조차 지키기 힘든 현실 속에서 사회적, 법적, 제도의 밖으로 밀려나고 배제되고 있다. 공장이 외주화되고, 노동자는 비정규직이 되고, 빈민, 철거민들은 노숙인이 되고, 노숙인이 되어서는 거리에서조차 쫒겨난다. 노동을 통해서도,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는 사람들. 살고자 싸웠을 때 불법이 되는 사람들. 유령 같은 자본은 세를 불리며, 사람은 소멸하는 시대, 노동자가 사라지고(비정규직이 되거나, 실업자가 되거나), 이웃과 지역공동체가 사라지는 시대가 되지 않도록 싸우고 법을 개정하고, 제정하고,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실천을 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인용자료



캄보디아재개발관련기사
한겨레21http://blog.hani.co.kr/95taiji/


명동재개발관련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88559
http://www.nah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5590


강제퇴거금지법관련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7110006345&code=940100


인도포스코제철소건설관련기사
http://blog.peoplepower21.org/International/40534
http://media.daum.net/economic/industry/view.html?cateid=1038&newsid=20110502194523699&p=akn
http://news.mt.co.kr/mtview.php?no=201107251543231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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