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판] 민변 변호사 적응기

2011-01-19


미군문제연구위원회 및 교육위원회 하주희(법무법인 정평)


강풀의 웹툰 ‘당신의 모든 순간’ 연재가 끝났다. 사무실 인터넷질의 백미였던 웹툰인지라 아쉬움이 많다. 뭐 대략 사람이 좀비가 되어도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기억한다는 만화스러운 스토리이다. 틈틈이 빠지지 않고 인터넷질을 하면서 올해 초에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좌충우돌 변호사로 적응하면서 정신없기만 했던 지난해 나의 ‘모든 순간’은 언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수없이 많은 기억에 남는 일들 중에 가장 훈훈한 시간은 민변과 함께한 시간들인 것 같다. 평소 동경해 마지 않았던 많은 변호사들과 내가 마주 앉아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대만족이었고, 저명한 변호사님들의 이름 뒤에는 모두 그 이름에 걸맞은 아이디어와 열정과 너른 품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변호사님들과 모종의 일을 기획하고 도모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이나 행복했다. 어떤 변호사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추상적인 물음에 구체적으로 답해주는 변호사님들이 있어서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글과 더불어 내가 더 이상 민변의 신입회원은 아니라는 사실. 대학 새내기 시절 이후 100년쯤 만에 맛보는 ‘신입’이라는 이름은 너무 안온하고 기분 좋았는데… 좀 게을러도 풋풋함으로(?) 용서받을 수 있었던ㅋ.


변호사가 된 후 아직 미숙하고, 실수투성이로 지내면서도 내가 민변에 가입한 이유는 적어도 ‘무임승차’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법조인이 되려고 마음먹으면 한번쯤 생각해보는 정의와 인권, 평화의 발전에 큰 도움은 못돼도 ‘약간’의 기여는 할 수 있어야 겠다는. 물론 현실은 냉혹하여 난 아직 ‘약간‘의 기여를 하기에도 멀었지만^^;;. 민변회원으로 ’잘‘ 살기 위해서는 필요한 게 너무 많다. 오끼나와 변호사들이랑 교류를 하기 위해서는 일어가 필요했고, 미군기지와 관련한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요했고, 수천명의 집단 소송을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했다.


부족하게 보낸 짧은 시간이지만 적어도 민변과 함께라면 나이가 들어도 좀 더 젊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든다. 실제로 수년간의 변호사 경험을 가지신 변호사들도 민변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비슷한 생각이 아닐까 한다. ‘뭐 하고 사나’ 싶을 때 그래도 나의 존재가 의미 있다고 말해 줄 수 있는 곳, 뇌를 거치지 않은 말들만 하고 살 때 그래도 ‘사색’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곳, 그런 데가 민변이었으면 하고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민변은 나에게 보험 같은 것이다. 자신의 미래에 보험이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진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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