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논평] 공공부문 무기계약직과 공무원과의 차별적 처우를 승인하여 헌법상 평등원칙과 근로기준법상 균등대우원칙을 도외시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판한다. –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6다255941 전원합의체 판결에 부쳐 –

2023-09-26 3

 

[논평]

공공부문 무기계약직과 공무원과의 차별적 처우를 승인하여 헌법상 평등원칙과 근로기준법상 균등대우원칙을 도외시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판한다.

–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6255941 전원합의체 판결에 부쳐 

 

대법원은 지난 21일 소위 공무직이라고 불리는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인 국도관리원을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과 차별하여 각종 수당 및 여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근로기준법상 균등대우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선고했다공공영역의 공무직 근로자는 국가의 활동영역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공무원만으로는 국가작용의 수요를 감당할 수 어렵게 됨에 따라 급증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결과로 2007년경부터 생겨난 영역인데이들은 공무원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공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각종 처우에서 불리한 취급을 받는다그럼에도 대법원은 국가공무원제도의 특수성을 들어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에서 차별금지사유로 삼고 있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고일반 근로자에 대하여 공무원은 차별판단의 비교대상조차 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오판을 남겼다.

 

1953년 법률 제정시부터 현재와 유사하게 존재해 온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하여 균등대우원칙을 선언하고 있으며이는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원칙임은 대법원이 이미 선언한 바와 같다국제관습법이라고 할 세계인권선언 제23조 제2항이 천명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역시도 본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에서도 그에 준하는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근로관계에서 확고히 자리잡은 보편적 원칙이다기간제파견제단시간 근로자 등의 경우 각 근로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개별 법률이 존재하나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경우 헌법과 근로기준법 제6조가 차별시정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규정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 중 일부는 “(근로자가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이 유사하기만 하면 그들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근로조건의 차이를 사회적 신분에 기한 차별적 처우라고 보는 것은 (끝없는 집단 간 비교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라고 한 부분은 특히 우려스럽다근로조건의 평등이 아닌 차별의 공고화가 사회적 갈등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런 인식은 사회적 특권과 신분의 창설을 거부하는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은 물론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차별받고 소외되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고 구제하여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고나아가 이를 통한 사회적 연대와 통합에 이바지해야 할 법원의 최우선적 사명을 외면한 것임은 물론 보편적인 정의관념에도 반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판결은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하여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른 차별 인정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임에도 불구하고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특히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첫째이번 판결은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하는 차별 사안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적용 가능성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있다근로기준법 제6조는 헌법 제11조 제1항을 근로관계 영역에서 구현한 규정으로서기간제법 등 차별금지규정을 마련한 개별 법률만의 영역만이 아니라 근로관계 전반에 적용되는 포괄적·보충적 의미의 규정이어야 한다기간제법 등 개별 법률에서의 차별금지규정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대우원칙을 특정 근로영역에서 더욱 강조하고자 마련된 특별규정으로서근로기준법과 중첩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지 근로기준법 제6조와 적용·해석이 달라질 수는 없다기간제법에서 기간제근로자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공무원과의 비교를 인정한 바와 같이같은 공공부문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공무원이라 할지라도 비교대상으로 삼아 차별을 시정하는 것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규범력이 공법상 신분관계에도 미친다고 본 종래 해석론에도 부합한다이를 부인하는 것은아무런 근거 없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적용범위를 축소하고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규범력을 포기하는 것으로서 법률해석의 한계를 일탈하는 것이다.

 

둘째근로영역에서 차별적 대우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비교대상 근로자의 선정기준은 본질적으로 같은 노동을 제공하였는지 여부가 핵심이 되어야 하며다수의견과 같이 법률에서 제도적으로 창설한 신분적 제약이나책임의무 등의 부수적 사정으로 인해 달리 판단될 수는 없다이는 합리적인 이유에 관한 판단과 비교대상근로자 확정 문제를 혼동한 것에 불과하다반대의견에서 정확히 지적한 바와 같이노동법에서 보편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의하면 두 근로자 집단이 수행하는 업무의 태양업무에 들어가는 노력의 정도가 같거나 유사하다면 비교대상성을 인정하는 것이 공통된 기준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과 같이 비교대상근로자를 지나치게 복잡하고 엄격하게 설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차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구제를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방치하는 것임은 물론근로자 당사자로 하여금 비교대상근로자를 예측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현실에서 존재하는 차별을 은폐하고 균등대우원칙의 실현을 저해할 것이다.

 

셋째이번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6조 소정의 사회적 신분과 비교대상 근로자판단을 구별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도 타당하지 않다설령 공무원 제도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다수의견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공무원은 공무직 근로자들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공무직은 장기적으로 일정한 평가를 수반하는 지위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된다고 보았어야 한다더욱이 다수의견은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마치 사회적 신분이 상대화될 수 있는 개념이라고 하였으나사회적 신분 여부는 개념 본질적으로 어떤 근로자가 주장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이라고 볼 수 없다.

 

넷째대법원은 이미 과거 판례에서 공무원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고(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5391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6조는 공법상 근무관계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하였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320011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의 근로3권이 제한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개선하고 극복해야 할 상황이지다른 근로자와의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공무원의 특권적 지위를 창설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공무원의 근로자성을 긍정한 선례들은 수직적·종속적 관계에 관한 판단이어서 수평적·독립적 관계에 적용될 수 없다고 본 다수의견의 보충의견도 수긍하기 어렵다차별적 처우의 금지는 근로자 집단간의 대립·갈등이 아니라본질적으로 동일한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를 공평하게 대우하라고 하는 수직적·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의 의무를 선언하는 것이다.

 

다섯째공무직 근로자들이 단체협약으로 차별적 근로조건에 동의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 별개의견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강행규정성에 위배되어 인정할 수 없다근로자들이 단체협약에서 차별적 근로조건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라면 무효라고 선언되어야 마땅하며애초에 차별적 처우의 합리적 이유에 관한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이 차별적 처우까지 합리화할 수 있다는 견해는 법률로서 최저 근로기준을 정하여 노사간 임의로 그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하더라도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 노동법의 존재이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한 사회의 포용력은 그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이 받는 대우와 존중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이번 대법원 판결은 오랜 기간 불합리한 차별을 감내해온 공무직을 그야말로 열등한 처우가 허용되는 집단으로 적극 승인하는 결정으로서사법부는 입법자가 마련한 법체계와 보편적인 국제노동기준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한 걸음 더 후퇴시킨 것은 물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판결을 선고한 것에 대하여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이번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일반 근로자에 대한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부정하고,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무기계약직과 같은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에 불과하다이번 판결은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쟁점다수의견의 내용을 종합하면대법원이 보도자료에서 명확히 밝힌 것처럼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지목한 차별 사안에 관한 판단일 뿐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정규직무기계약직 등)를 비교대상으로 하여 차별을 주장하는 사안에 관한 판단은 아니며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판결도 아니다.

 

오히려 이번 판결의 다수의견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이 반드시 선천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사회적 지위에 국한된다거나 그 지위에 변동가능성이 없을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기존의 일부 하급심 판결에서 지위의 변동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사회적 신분을 부정했던 것과 차이가 있고별개의견(1)과 보충의견(5)은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단한 점을 고려하면일반 근로자를 비교대상으로 하여 차별을 주장하는 사안에서는 무기계약직 등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으로 인정될 여지도 충분하다.

 

나아가 이번 판결의 다수의견이 공무원 지위의 특수성 등을 근거로 비교대상성을 부정한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법리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우나 이와 같은 다수의견조차 공무원의 입직경로나 채용조건만을 이유로 비교대상성을 부정한 것은 아니고더욱이 다수의견이 비교대상성을 부정한 근거로 삼은 공무원 제도의 특수성이 존재하지 않는 비공무원(정규직 등)과의 비교대상성이 문제되는 사안에서는 소위 입직경로나 채용조건의 다름을 이유로 비교대상성을 부정했던 일부 판결의 태도는 향후 쉽게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대법관 1명의 의견 차이로 다수의견이 정리되었고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법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등이 문제되는 사안에 대한 법적 논란은 여전할 것이다따라서 법원은 차제에 일반 근로자를 비교대상으로 하는 차별 사안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적극적인 적용을 통해 이와 같은 논란을 종식시키고국회는 근로기준법 제6조에 고용형태 등을 차별금지사유로 명시하고 비교대상성 판단기준 또한 명시하는 등의 법 개정을 통해 헌법상 평등원칙을 근로관계 영역에서 실질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23. 9. 2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이 용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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