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논평]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의 권고문은 장시간·집중 노동, 노동자 건강권 침해 권고문일 뿐이다.

2022-12-12 3

[논평]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의 권고문은 장시간·집중 노동, 노동자 건강권 침해 권고문일 뿐이다.

지난 2022년 6월 고용노동부는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이하 ‘추진방향’)을 발표하였고, 그 후속조치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이하 ‘연구회’)를 구성하였다. 오늘 연구회는 노동시간 및 임금체계와 관련한 약 5개월 동안의 연구결과를 권고문의 형태로 발표하였다.

권고문은 노동시간과 관련하여, 연장노동시간의 관리단위 확대, 3개월 정산시간 선택적 근로시간제 전 업종으로 확대, 탄력적 근로시간제 완화, 휴식·휴가 제도 개편, 야간근로 규율 및 근로시간 기록 강화 등을, 임금체계와 관련하여 고용형태, 원·하청, 업종별, 중소기업에 대한 직무·숙련 중심의 임금체계 구축 지원 등을 제시하였다.

사실 이와 같은 권고문의 내용은 이미 고용노동부의 ‘추진방향’에서 예고된 것이었다. 이번 권고문은 사용자에게 노동시간 활용의 자유를, 노동자에게 건강권 침해의 피해를 야기하는 매우 위험한 입장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장노동시간 관리단위가 확대될 경우 특정 주에 지금보다 훨씬 과도한 장시간 노동이 집중되고, 불규칙한 노동이 반복되어 노동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게 된다. 예를 들면, 연장노동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할 경우 월(4.345주) 52시간(=1주 12시간*4.345주)의 연장노동을 1주에 집중되도록 하여 결국 주 92시간(=40시간+52시간)의 노동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권고문은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연장노동시간의 총량 감축과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보장제의 도입을 권고하지만 이는 장시간·집중 노동과 불규칙 노동의 반복을 실효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전혀 아니다. 예를 들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이 보장되더라도 매일 13시간의 근로가 이어지게 된다면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는 마찬가지다.

둘째, 3개월 단위의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작년 초 연구개발 업무에 한정되어 신중하게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노동자의 선택권이라는 수사(rhetoric)까지 동원하여 전 업종으로 확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사업장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시행은 사용자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선택권은 ‘강요된 선택’일 가능성이 높고, 정산기간을 3개월로 확대할 경우 장시간·집중 노동의 폐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셋째, 사전에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특정하지 않은 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완화하게 되면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물론 일상생활과 휴식 등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보장되지 않게 된다. 이는 오로지 사용자의 필요성만을 고려하여 노동자의 일과 생활, 휴게 및 휴일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넷째, 현재의 상황에서 연공급 폐지는 임금의 하향평준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직무·성과 평가의 한계로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한국의 임금체계에서 가장 큰 특징은 연공급이 아니라 기업별 임금체계다. 동일 직무에 대한 기업별 임금격차는 연공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원·하청 구조의 노동시장 양극화 등으로 인한 것이다. 지금 당장 추진할 것은 초기업교섭 활성화, 단체협약 효력확장제도의 실질화 등 기업별 임금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여나갈 임금정책의 구사다.

한편, 이번 권고문은 핵심 당사자인 노동계 등은 철저히 배제한 채 전문가 몇 명이 모여서 의견을 제출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인터뷰와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 논의결과는 어차피 고용노동부의 ‘추진방향’과 다르지 않은 것에서 볼 수 있듯 이미 결론이 정해진 것이었다. 그만큼 신뢰하기 어렵다.

또한 연구회는 권고문을 통해 고용형태의 다변화와 산업구조의 고도화, 노동자의 선호와 선택권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공장형 노동시간법제는 한계가 명확하고 노동시간의 유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행 근로기준법은 공장형 노동시간법제라고 하기엔 과도할 정도의 변형된 형태의 노동시간법제가 이미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진단 자체가 잘못되었다.

권고문의 내용 중 그간 사용자들이 요구한 연장노동시간 관리단리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탄력적 근로시간제 완화 등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내용인 반면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과 휴식·휴가 보장 등의 조치는 매우 추상적이고 개괄적이다. 이번 연구회의 권고문이 어디를 향하는지,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하는 것인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연구회는 파견대상 확대, 대체근로 확대,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 도입, 주휴수당 폐지 등을 포함한 추가 과제도 제안하였는데, 이런 점까지 고려하면 연구회의 의도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연구회를 내세워 반노동 행태를 자행할 것이 아니라 진정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다.

 

2022. 12. 12.(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이용우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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