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부는 반인권적 난민법 개악안을 철회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난민 보호 정책을 마련하라

2021년 2월 8일 minbyun 48

[성 명]

정부는 반인권적 난민법 개악안을 철회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난민 보호 정책을 마련하라

 

난민법이 시행된지 7년 반만에 처음으로 법무부가 대대적인 난민법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아시아 최초의 독립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이하 “난민협약”) 이행법률이라 자찬하며, “국제사회에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던 난민법은 미흡한 난민인정심사제도로 인한 극도로 낮은 난민인정률, 공항의 난민신청자에 대한 인권 침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는 이의신청 제도, 난민으로 인정받은 후에도 열악한 처우 등으로 인해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난민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난민의 권리 보장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를 남용적인 신청자로 보는 시각, 난민을 보호의 관점이 아닌 더 신속하게 난민을 추방하겠다는 관점만이 드러난다.

 

개정안은 난민협약 등 국제법과 국제기준이 보장하는 난민의 권리를 명확히 침해한다. 법안의 핵심인 부적격 심사 제도의 도입 및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 관련 조항이 특히 그렇다. 개정안은 부적격 심사 제도를 도입하여 재신청한 난민 등은 면접심사 없이 서류로만 심사하여 원칙적으로 기각하겠다고 한다. 2019년 난민인정률이 0.4%에 불과한 대한민국에서, 개정안대로라면 99%의 난민신청자들은 이유없는 난민신청자로 낙인찍힌다. 현재 한국의 난민인정심사제도에서 난민들은 우연히 시민사회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한 대부분 1차심사에서 기각될 수밖에 없다. 하루에 1,000여 건을 서면심사하는 난민위원회는 온전한 구제절차로 기능할 수 없으며, 난민 소송은 대부분 본인소송으로 진행되므로 국가의 정황정보와 박해 사유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잘 정리해 법원에 제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사부터 소송까지 난민이 난민으로 확인될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심사제도의 개선 없이 적격성 심사가 도입된다면 재신청자 등은 부적격 결정을 통해 면접조사를 받을 기회조차 박탈되는 것이다. 2019년 전 세계 난민인정률은 약 35%, 유럽의 난민인정률은 약 33%였다.

 

개정안은 또한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의 경우 원칙적으로 불인정 결정을 하면서 사유를 명시하도록 하고, 불인정 결정 대상자의 이의신청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결정하겠다며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의 예로 “오로지 체류 연장 목적이나 사인간의 분쟁, 또는 경제적인 이유 등”을 들고 있다. 물론 난민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다면 불인정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난민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개정안이 제시하는 대로 체류 연장 목적, 사인간의 분쟁, 그리고 경제적 이유에서의 난민신청을 명백히 이유 없다고 낙인찍는 것은 국제기준에 정면으로 반한다. 사인간의 분쟁이라도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 난민협약 상 난민이 될 수 있으며, 난민협약 외에도 한국이 비준한 고문방지협약 등에 근거한 보호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난민인정심사에서 핵심이 되어야 할 사안은 이 난민신청자가 박해의 위험이 있는지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박해의 사유와 위험에 대해 판단할 심사 역량과 체계적인 정보수집 능력이 없다 보니 난민신청자 개인의 사정과 체류 목적만을 의심한다. 개정안은 현재까지 법무부가 자행해온, 국제법과 국제기준에 반하는 잘못된 판단을 법에 근거를 두어 승인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2018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난민인정심사가 전문적인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난민신청자와 난민에 대한 모든 결정을 공정하고, 오롯이 보호적 필요에 근거하여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난민 보호에 대한 고민 없이 법무부의 절차 지연과 미흡한 심사제도로 인한 부작용을 난민에게 돌려 그나마 법이 보장하고 있던 최소한의 권리를 침해하는 법무부의 「난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반대하며, 개정안을 즉시 철회하고 시민사회와의 소통,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난민 보호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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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