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2020년 민변 성희롱예방교육 후기 / 강보경 회원

2020-12-29 2

2020년 민변 성희롱예방교육 후기

강보경 회원

올해에도 민변 11월 회원월례회는 성희롱예방교육으로 진행한다는 안내메일과 문자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직장내성희롱 전문인력 리스트에도 올라있고,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나 인사혁신처에서 이루어지는 성고충상담원 교육의 한 부분을 맡아 강의하기도 했지만 주로 법률전문가로서 관련지식을 전달하기에 바빴고, 그 기초를 이루는 젠더감수성이 부족함을 스스로 느끼며 이를 향상시킬 기회를 찾고 있었던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수강을 신청했습니다.

강사님이셨던 이영희 노무사님은 변호사들이 직장내성희롱 사건 절차에 대하여 흔히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잘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강의 초반에 직장내성희롱과 성폭력 범죄를 구별해주시면서 직장내 사건 처리 절차의 목적은 단순히 성적자기결정권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적자기결정권이 침해됨에 따라 노동권, 학습권 등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며, 직장 내 사내규범에 따라 징계하고,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근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므로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형사절차와는 입증의 정도 등 많은 부분들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하시고, 처벌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피해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말해 행위자를 해고하는 징계가 상당한가 보다는 피해자가 그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직장내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위원회에 참석하는 많은 변호사님들이 형사재판과 같은 정도의 증명을 요구하신다거나 피해자의 피해회복에 대한 고려 없이 징계의 상당성만을 고민하시는 모습을 자주 봤었기 때문에 강사님께서 변호사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교육을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성(sexual)희롱이나 성범죄가 아닌, 성차별적 발언, 여성비하 등에 대해 법원이나 인권위원회가 이를 고평법상 성희롱으로 보지 않지만, 직장내 괴롭힘 중에서 젠더를 이유로 한 괴롭힘에 해당하므로 역시 사내규범으로 규율하여야 한다는 점도 알려주셨습니다. 한국 사회의 성인지감수성 수준 특히 20대 여성들의 성인지감수성 수준이 상당히 높아지면서 젠더 괴롭힘에 대한 직장내 성희롱 신고 사례가 많아지는데도 불구하고 법원이나 인권위원회가 직장내 성희롱을 협소하게 보고 있는 점을 이유로 ‘신고사실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현행법상 규율할 수 없다’라고 잘못 법률자문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한 오류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점차 중요성이 강조되는 2차피해의 구체적 사례들 및 무엇이 여성혐오인지, 외모평가는 왜 성희롱이 되는지 등 2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만큼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았지만 지면관계상 모두 담을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성인지감수성 수준과 현실 변호사들의 성인지감수성 수준의 괴리가 크지만, 올해도 민변 성희롱예방교육은 그러한 간극을 줄여주고, 변호사들이 성희롱 사건 성고충심의위원회나 징계위원회에 참여하거나 법률자문을 할 때 주의하여야 하는 점 등 변호사들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었습니다. 매년 성희롱 예방교육을 윤리강의 수준이 아닌 전문강의 수준으로 준비해주시는 민변 회원팀 분들에게 항상 감탄하며 감사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