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대응TF][논평] “직권을 남용했는데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여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을 규탄한다.

2020-12-18 3

[논평]

직권을 남용했는데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여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을 규탄한다.

 

1. 서울고등법원은 2020. 12. 17.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안종범 전 경제수석비서관, 조윤선 전 정무수석비서관의 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하여 판결을 선고했다(서울고등법원 2019노1602 사건, 이하 ‘위 판결’). 재판부는 제1심이 피고인 김영석에게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피고인 이병기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피고인 안종범에게 무죄, 피고인 조윤선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피고인 윤학배에게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2년)의 1심 판결도 형량을 낮추어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2. 재판부는 제1심의 사실인정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직권남용죄의 법리를 이유로 유죄를 무죄로 바꾸었다. 피고인들이 속한 청와대, 해양수산부 등이 주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조사 활동을 방해했다는 사실, 1기 특조위의 설립 및 활동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대응전략이 수립되었고, 1기 특조위의 활동 기간에 관한 논란을 축소하기 위해 법제처 법령해석이 철회되었으며, 1기 특조위의 의사에 반하는 축소된 직제·예산(안)이 작성된 사실, 1기 특조위의 내부정보가 수집되어 보고되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행적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대응방안도 수립되었고, 나아가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1기 특조위를 비판하기 위한 여당의 성명을 작성하여 여당에 제공한 사실들의 토대 위에서 피고인들의 각 직권남용 행위를 인정했다.

 

3. 재판부는 형법 제123조(직권남용)의 구성요건, 즉, (1) 공무원이 그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어야 하고, (2) 그 직무권한을 ‘남용’하여야 하며, (3) 그 결과, 그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4) 그 ‘상대방’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 하고, (5) 고의, 즉 행위자인 공무원에게 상대방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다는 ‘인식(고의)’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피고인들은 위 (1), (2)까지는 해당이 되나, 나머지 구성요건들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제1심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한 것이다.

 

4. 재판부는 대부분의 피고인들이‘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세월호진상규명법 제39조에서는 ‘국가기관 등은 위원회의 진상규명을 위한 업무수행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는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여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청와대비서실 소속 공무원 또는 해수부 소속 공무원들은 피고인들이 직권을 남용하여 그들로 하여금 세월호진상규명법 또는 그 취지에 반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라고 하는 것을 따를 의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위 공무원들이 피고인들과의 관계에서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실무담당자’에 불과하므로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지 않은 것이어서 피고인들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5. 그렇다면 묻고 싶다,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관의 부당한 업무지시에 따른 것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때’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부당한 업무지시를 따른 공무원은 그 의무로서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인가.

 

상관은 하급자에 대하여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는 것이고, 하급자는 그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명령일 때에는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는 기존의 확고한 대법원의 판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더군다나 피고인들의 직권남용은 1기 특조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행위로 특조위의 조사권과 유가족들의 권리 행사를 직접 방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재판부는 직권남용죄의 요건을 경직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피고인들의 직권남용에 의해 직접적으로 권리 행사를 방해받은 1기 특조위와 유가족들을 고려하지 않은 점에서도 그 문제가 있다.

 

6. 피고인들의 1기 특조위에 대한 활동 방해는 근본적으로 독립조사기구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방해한 행위이고, 직권남용의 범죄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범행은 유가족들의 진실, 정의, 배상을 요청할 권리를 직접 침해하는 행위로 법원의 엄중한 처벌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과도한 형식 논리로 피고인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7. 나아가 재판부는 국민에 대한 봉사의 의무를 지는 국가공무원인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판결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의 반헌법적 범죄행위를 눈감아준 것이자, 앞으로 있을지 모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죄자들에게도 미리 면죄부를 준 것이다.

 

8.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피해자의 회복과 안전 사회 구축의 전제 조건이다. 따라서 우리는,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여 받아들일 수 없는 무죄판결로 피고인들의 범행에 면죄부를 주고, 독립된 조사기구의 활동 방해를 정당화시키며, 진상규명을 열망한 시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준 재판부를 규탄한다.

 

2020121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참사대응TF

첨부파일

201218_세월호참사대응TF_논평_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여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을 규탄한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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