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아동위][성명] 보호출산제는 여성의 권리도, 아동의 권리도 보호하지 못한다. 보호출산제 도입 중단하고, 위기 임신 출산 양육 지원을 강화하며,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를 도입하라!

2020년 11월 25일 minbyun 294

 

 

[성 명]

보호출산제는 여성의 권리도, 아동의 권리도 보호하지 못한다.

보호출산제 도입 중단하고, 위기 임신 출산 양육 지원을 강화하며,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를 도입하라!

 

  1. 2020년 10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호출산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여건이 된다면 보호출산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11월에는 여성가족부가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보호출산제 도입을 발표하였다. 보호출산제는 누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가? 태어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미혼모 등 자녀 양육을 선택하지 못하는 부모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1. 2019년 10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제출한 제5-6차 국가보고서 심의를 통해 발표한 최종견해에서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권리 보장을 권고하였다. “종교단체가 운영하면서 익명으로 아동 유기를 허용하는 베이비박스를 금지할 것, 그리고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할 가능성을 허용하는 제도의 도입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것”을 촉구하였다. 베이비박스의 문제는 아동이 부모를 알고 부모와 함께 자라날 권리를 박탈한다는 것을 확인하며, 모든 아동이 가정환경에서 성장할 모든 제도적 조치가 마련된 뒤에도 불가피한 경우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 익명출산제 도입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1.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프랑스, 독일, 체코 등의 익명출산제도에 대해 ‘아동이 자신의 부모를 알 권리’ 및 ‘태어난 가정에서 양육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조 비차별의 원칙, 제3조 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 제7조 출생등록되고 부모에 의해 양육될 권리에 따라 아동이 자신의 부모를 알 권리를 완전히 보장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계획되지 않은 임신에 대한 가족계획 및 출산건강서비스, 적절한 상담 및 사회적 지원 제공, 고위험 임신 예방 등 아동유기를 야기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것을 권고하였다. 베이비박스 전면 폐지 및 금지, 위기임신출산에 대한 국가의 충분한 지원,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 도입 등 아동 유기를 막기 위한 어떠한 제반 환경도 마련되지 않은 채 무작정 시도하는 보호출산제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에 정면으로 반한다.

 

  1. 대한민국은 현재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 신고의무자는 부와 모로 되어 있어, 부모가 신고하지 않을 경우 이를 발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발견하더라도 신고를 강제하기 어렵다. ‘사랑이법’이 마련되었지만 미혼부의 출생신고, 혼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는 쉽지 않으며, 병원에서 태어나지 않은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는 각종 서류를 구비하기 어려워 지연되기 쉽다. 뿐만 아니라 현행 제도는 ‘국민’의 출생신고만 가능하다. 한국 국적이 없는 경우, 외국인 아동의 출생신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1. 정부는 2019년 “포용국가 아동정책”에 이어, 2020년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에서 출생통보제를 도입하여 모든 아동이 공적으로 등록되어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으나, 여태껏 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 최상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라’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원칙은 국가 관할권 내에 있는 어떠한 아동도 배제하지 않는다. 국가는 아동이 어떠한 차별 없이 마땅히 그들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모든 적절한 입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소위 ‘정상가족’의 테두리 밖에 있는 아동의 가족을 구분하고 분리하기에 앞서, 그들 또한 다양한 가족 형태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 그리하여 아동이 가족과 함께 행복, 사랑과 이해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공적 지원과 지지체계를 강화하는 것, 보호출산제 도입에 앞서 논의되어야 할 내용이다.

 

  1. 2020년 6월,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를 인정하는 역사적인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은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는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출생등록 될 권리의 핵심은 ‘어디에서나 법 앞에 인간으로서 인정받을 권리(rights to recognition everywhere as a person before the law)’임을 확인하였다. 누구나 자신의 출생과 삶의 출발을 부정당하지 않고, 그 자체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 출생등록의 핵심은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이는 아동이 살아갈 가족적 환경을 지원하고 지지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의미한다.

 

  1.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아동의 권리에 대한 그 무엇도 온전히 마련되지 않은 지금은 ‘최후의 수단’이 논의될 때가 아니다. 아동인권 보장을 위한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가 도입, 정착되고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잘 양육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이후에서 비로소 논의될 수 있다. 출생통보제를 신속히 도입하고, 나아가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부모의 지위나 국적과 무관하게 모두 출생등록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를 마련하며, 아동이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할 때이다. ‘보호출산제’는 결코 아동유기에 대한 해결책이나 대안이 아니다.

2020112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