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모든 국민에 대한 선거권의 보장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이고 세심한 선거사무 대책 강구에 나서야 한다.

2020-04-10 2

[논평]

모든 국민에 대한 선거권의 보장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이고 세심한 선거사무 대책 강구에 나서야 한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고, 사전투표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모두”의 축제여야 할 이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유권자 상당수가 초대받지 못하게 되었다. 전체 재외국민 중 절반에 가까운 8만명 이상이, 55개국 91개 재외공관의 선거사무 중단에 따라 선거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차단당하게 되었다. 선거 당일 8만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자의 선거권 보장에 대하여는, 사전투표가 시작된 오늘까지도 여러 방안들이 거론될 뿐 구체적인 대책이 확정되지 못한 상태이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선거는 참정권이 발현되는 핵심적 수단이며, 국민은 선거에 참여하여 투표를 통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한다. 헌법재판소 또한 선거권을 비롯한 참정권이 국민주권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 권리로, 다른 기본권에 대하여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89. 9. 8. 선고 88헌가6 결정 참조). 이러한 측면에서 선거권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 국내외에서 다수 확진자의 발생 등,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에 대하여 중대한 우려가 현실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선거권이 가지는 헌법적 위상과 의미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재외공관의 선거사무 중단과 같이 국가가 기본권 행사를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정책 수단을 선택하여 공권력을 행사한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 한편 위 재외공관의 선거사무 중단에 대하여 독일‧캐나다의 재외국민들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였으나, 헌법재판소가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은 사이 재외국민의 투표 시한이 도과되어 버렸다. 우리 모임은 다수의 재외국민들이 선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받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비록 늦었으나 헌법재판소에 위 문제에 대한 헌법적 해명을 촉구한다.

 

나아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시행 시기가 결정되어 있었다는 점, ‘코로나19’의 광범위한 유행이 시작된 것도 이미 두 달 이상 경과되었다는 점, 이에 따라 자가격리자의 증가 추세도 사전에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자가격리자에 대한 정부의 선거사무 준비가 안일하였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가격리자에게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헌법상 법익의 침해는 대단히 중대하고도 즉각적이며, 이는 사후적으로도 회복할 수 없다. 우리 모임은 국민의 참정권과 생명‧안전권이 조화롭게 보장될 수 있도록, 국가가 보다 적극적이고 세심한 자세로 자가격리자에 대한 선거사무 대책 강구에 신속히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20년 4월 1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호 철

첨부파일

200410_민변_논평_모든 국민에 대한 선거권의 보장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이고 세심한 선거사무 대책 강구에 나서야 한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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