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부] 경남지부 소식

2018년 12월 17일 minbyun 51

경남지부소식

김형일 변호사

경남에서 ‘민변 변호사’라는 이름은 꽤 오랜 시간동안 그다지 개인의 변호사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은 인식의 변화가 조금은 피부로 느껴지는 한해였습니다. 촛불 시민혁명의 한 복판에서 민변의 역할이 재조명된 덕분에, ‘딴지만 거는 사람들’에서 적어도 ‘뭔가 노력하는 사람들’ 로는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특히 진주의료원, 무상급식 등 전 도지사에 대한 도민들의 여론이 급격히 전환되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예전과 달리 전 도지사와 그의 행동을 지지한다는 말을 드러내놓고 하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경남의 정치지형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서, 경남도지사와 창원시장이 드디어 교체되었고, 특히 거제의 경우는 민선 이후 처음으로 자유당계열 정당이 아닌 곳에서 시장이 바뀌는 일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도민들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선거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추어 경남지부에서는 눈에 보이는 커다란 목표보다는, 이제껏 잘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을 찾아내고 조력이 되고자 하고 있습니다.

1. 우주최강 법무부

외국인 유학생이 허가된 아르바이트를 위해 공장에서 노동을 하던 중, 미등록 노동자 단속을 위해 나온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로부터 ‘불법체류자’로 오인되어 집단 폭행을 당하고, 5일간 감금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남민변에서는 즉시 피해자에 대한 조력을 시작했고, 출입국관리사무소와의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대응 보다 싸움이라는 표현이 이 사건을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인 것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멀쩡히 CCTV에 집단폭행 영상이 남아있고, 피해자가 아무런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잘못이 없다는 주장을 시작했습니다.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막무가내식의 태도는 점점 더 심해져서, 불이익을 주지 않겠으니 사건을 좋게 마무리하자는 제안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지부 회원들은 징역 1년 이상 법정형이 정해져있는 독직폭행 사건을 일으키고도 이러한 당당함을 보일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사건이 진행되면서 이 문제가 매우 오래되고 뿌리깊은 문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출입국 사무소에 단속된 외국인 노동자에게 변호사의 조력이 있는 일 자체가 매우 드문일이었기 때문에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을 뿐,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압박의 수준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자의 본국 대사관 영사가 직접 나서서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하기 시작했고, 본국 대사관 영사가 직접 나선 이유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직접적인 요청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피의자들의 범죄행위를 밝히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정당행위였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만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본국 대사관과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집단 폭행을 당했던 피해자가 지부 회원들에게 더 이상 문제를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합의하고 조용히 사건을 끝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징역 1년 이상의 법정형인 독직폭행 사건은 ‘피해자의 합의’와 ‘정당행위’를 이유로 기소유예가 내려졌습니다. 외국인의 출입국, 수사, 기소 모두를 결정할 수 있는 법무부의 놀라운 결정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남지부에서는 외국인 지원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외국인 노동자의 출입국 관련 사건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최소한의 포장도 없이 당당하게 불법이 저질러지고 덮이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2. 외국인 통역, 어디까지 알아보셨습니까?

외국인 노동자의 소송을 지원하다보면, 통역인의 풀이 참 좁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지방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한 언어당 통역인이 한명 뿐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통역인이 금품을 요구한다는 제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제보를 계기로 경남지부에서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재밌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통역인 풀이 좁은 언어의 경우, 형사사건이라면 수사단계에서부터 공판까지 한사람의 통역인이 통역을 맡는 일이 매우 일반적이며, 통역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검증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에 통역인이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사실상의 ‘변호인’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역을 하며 대충 이런 사건은 이렇게 대응하면 이정도 형이 나온다는 자체 매뉴얼을 가지고 외국인 노동자와 흥정을 한다는 겁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피의자신분이 된 경우 주거의 불안을 이유로 대부분의 경우 구속수사가 이루어지는데, 갖혀 있는 상황에서 내 말을 들으면 빨리 풀려날 수 있다고 말하는 본국 출신 사람이 눈앞에 경찰과 같이 앉아있는데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이 문제를 인식하고 외국인 지원을 위한 시민단체들과 연대해서 실태를 조사해서 조치를 취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시민단체들은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미 문제제기를 해본 적이 있지만, 그 ‘통역브로커’들은 수사기관이나 법원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한 도구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니 매우 그렇습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수사절차에 대해 알고 있고, 자주 만나 친한 통역인이 얼마나 편리한 존재겠습니까.

법원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지적해 보기도 했습니다. 법원의 대응은 좀 더 알기 쉬웠습니다. 통역인의 선정절차나 제도에 대한 리액션을 기대한 건 너무 무리한 기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법원의 대응은 문제가 된다는 통역인이 누구인지 밝히라는 것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한명만을 걸러내면 제도의 문제, 검증의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 굳게 믿은 것이겠지요.

3. 또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경남지부는 이제 거대한 무엇과 싸우기 보다는 좀 더 작고 우리 주변에 있는 문제들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좀 더 배우고, 좀 더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