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에서 만난 사람들_2015 민변 신입회원 엠티

2015-02-25 1

민변에서 만난 사람들 – 2015 민변 신입회원 엠티 후기

-신수경회원

 

1. “변호사님, 오늘 어디 가시나봐요.”

 퇴근 시간은 진작에 지나 있었고, 계속 들이미는 서류가 멋쩍었는지 S는 출근시간부터 놓여져 있던 내 책상 옆 짐 가방을 보면서 새삼 말했다.

“아, 네. 엠티 같은 걸 좀 가는데… 서울이니까 천천히 출발해도 될 꺼예요.”

“아, 변호사님도 엠티를 가시는 구나…(중략)… 그래서 이 부분을 이렇게 고쳐봤는데 검토를 조금 해주시면… (후략)…”

퇴근 시간 때 즈음에 쏟아지는 일들은 항상 S가 조근거리는 목소리로 ‘변호사님’하며 나를 부르면서 시작된다. S를 통하면 내가 거절을 못한다는 것이 그렇게 티가 난 것일까? 어쨌든지 의도치 않게 늦어버린 일정에 마음은 잔뜩 바빠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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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더 케이 호텔이요.”

 사무실에서 더 케이 호텔까지는 택시를 타고 15분 정도 걸린다는데, 금요일의 퇴근시간의 강남이란, 그리고 무려 발렌타인데이에 즈음한 젊음의 강남은 150분 동안 도로에 있어도 납득이 갈 것 같았다. 양재 쪽이면 택시를 왜 이 방향에서 잡았냐부터 시작한 기사님의 끊임없는 낮은 웅얼거림에 기계적으로 죄송하다를 연발하며 더 죄송한 카톡과 전화를 반복하였다.

‘아, 조변호사님. 저 깜빡하고 진행순서 출력을 못했어요. 한 부 더 갖고 계실까요?’

‘간사님, 죄송해요. 저 이제야 출발인데 사람들 많이 왔나요?’

‘재섭오빠, 저 지금 가요. 일 많은데 못 도와 드려서 어째요ㅜㅜ’

 ‘다들 신변호사님을 추천하더라.’ 라는 문자메세지.

제대로 못할 것 같으면 거절을 해야 했지만, 풍문으로 들었다는 내 이야기는 ‘새내기 변호사 = 열정’ 공식에 기름을 부었고, ‘폐 안 끼치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라는 예의바른 답문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다 왔다는데 여기가 어디야?”

입구도 출구도 아닌 도로가에 택시가 멈춰 섰다. 카톡을 계속하던 차라 한참을 그냥 있다가 기사님의 저 말에 후딱 정신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냥 도로였다. 어서 내려 엠티장소를 찾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거스름돈도 받지 않고 내려서는 도로를 가로 질러 마냥 걸었다. 다행히 수풀을 헤치고 들어간 그 곳이 맞았고, 미로 같은 복도를 돌아간 그 곳이 맞았다. 

‘2015년 민변 신입회원 엠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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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와서 한창 일하던 중인 준비팀에게 사과를 하고 어서 일을 도왔다. 어느 정도 회원들이 모이고, 간단한 식사를 한 후에 본격적으로 엠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민변 소개 영상이 상영되고 조변호사가 준비한 비장의 레크리에이션도 진행되었다. 평생 어색할 것만 같던 분위기는 많이 누그러졌으며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각자의 노력으로 쟁취한 상품을 가지고 신입 회원들은 2차 뒤풀이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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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뒤풀이에서는 위원회 중심의 민변의 각 위원회 소개가 있었고, 신입회원들은 애정 어린 눈으로 경청하고, 또 질문도 하고 하는 알찬 자리가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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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로소 달이 차오르는 길고 긴 밤.

이런저런 이야기, 건너건너 아는 지인 이야기, 너 몇 살이야 이야기, 별일 없이 산다는 이야기… 누구나 생각하는 누구나 아는 그런 이야기와 술자리가 이어지는가 했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노래를 시작했고,

그러다가

누군가가 울면서 뛰쳐 들어왔으며,

그러다가

누군가가 자기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왜 민변에 들어왔어요?”

글쎄… 정말 많이 받은 질문이고, 그럼에도 한번도 제대로 답한 적 없는 질문이다. 아마도 일부러 회피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나치게 진지해 질까봐, 그 진지함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 될까봐 그랬다고 변명해 본다. 하지만 오늘은 그래서는 안 되는 날이다.

“사람이 좋아서요.”

몇박 며칠 밤을 새도 끊이지 않을 대화의 시작이었다. 때론 지나친 포부가 사람들에게 반감을 살까봐, 꿈만 쫓는 바보처럼 보일까봐,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인데 거들먹거리는 것일까봐 여러 핑계로 하지 못했던 내 이야기. 그리고 그래서 선택한 민변의 이야기를 서로들 쏟아내고 도닥였다.

 그러고 아침 7시 반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가물가물하는 기억의 끝을 잡고 속은 괜찮으시냐 안부를 물으며 지난 깊은 밤에 받았던 전화번호들로 연락을 해본다.

‘먼저 가셨네요. 제 이름은 신수경입니다. 어제 좋은 얘기 많이 나눠서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이제 민변에서 계속 보고 싶은 사람이 생겼네요. 우리 자주 만나요.’

 이렇게 나의 민변과의 첫 만남은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민변의 사람이 생겼다. 맥락 없이 나를 받아달라고 징징댈 수 있는 8383모임의 동기들이 생겼고, 느리게 걷는 것을 좋아하는 분, 멱살 잡히는 것을 좋아하는 분, 또, 매일 매일 보고 싶은 분, 그렇게 든든한 내 동지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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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씨, 민변아세요?”

 잘생긴 S와 처음으로 단둘이 점심을 먹었다. 직장인들이 바글거리는 역삼의 점심시간 뷔페에 마주 앉아서 나는 주말의 엠티가 이러했으며 민변은 이러한 곳이며, 이런 사람들이 있으며, 저는 이런 일을 하고 싶다며 그에게 쉴 새 없이 말을 하였다.

“뭘 그렇게 놀라세요? 이제 제 얘기 좀 하려구요.”

뭔가 설명할 수는 없지만 S에게 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아마도 내 삶의 일정부분을 민변과 그 사람들로 꾸리게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던 것 같다. 결론이야 어찌되었든 S에게 말을 하고 나니 잔뜩 후련해졌다. 그리곤 그날의 민변 사람들에게 카톡을 보내보았다. 바쁜 와중에 웃음 이모티콘으로, 또 하트로 답해주는 따뜻한 사람들, 착한 사람들을 얻었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얻은 민변의 엠티다.

 그래서,

이렇게 완벽한 엠티를 준비하시느라 많은 수고를 하신 조영관 변호사, 심재섭 변호사, 현지현 변호사, 문성미 변호사, 그리고 훌륭한 셀림 이동화 간사님 및 민변의 많은 간사님들께, 개인적으로는 폐만 끼쳐 죄송하고, 신입회원을 대표하여서는 감사하다는 말을 지면으로 우선 전한다.

그리고,

조만간 그 때 그 이야기를 하며 다시 깊은 밤을 보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도록 하겠다.

 ‘누구든지 환영합니다. 우리 지금 만나요. 당장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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