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성명] 정규직을 꿈꾸던 한 젊은이의 한 맺힌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2014-10-08 520

[성 명]
정규직을 꿈꾸던 한 젊은이의 한 맺힌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지난 9. 26. 한 여성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25세의 젊디 젊은 나이였다.
고인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계약직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지난 8월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현행 기간제법상 계약직 노동자를 2년간 고용하면 그 다음 날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고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조항을 피하기 위해서임이 분명하다.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간제법이 현실에서는 이토록 무력하다. 오히려 기업들은 기간제법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2년에 한 번씩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안정적인 일터로 이직하려는 고인에게, 곧 정규직으로 확실히 전환해주겠다고 속여 2년이 만료될 때까지 계약을 계속 갱신해왔다. 사회초년생의 꿈과 희망을 이용해 노동을 착취하고 결국에는 정규직 전환을 피하고자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내쫓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고인의 유서에는 놀라운 사실들이 담겨있다. 회사생활 동안 고위직 남성 간부들로부터 성희롱, 성추행, 스토킹을 당해왔던 것이다. 가해자들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어리고, 비정규직이며, 여성으로서 사회적 최약자인 고인의 인격까지 산산조각 내었다. 고인이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상관에게 보고도 하고 항의도 하였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보고받은 상관은 악감정을 가지고 고인을 더욱 매몰차게 대했으며 심지어는 사내 왕따를 주도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얼마 후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고인이 받았을 충격과 심적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는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

고인의 빈자리에는 이사장의 딸이 바로 채용되었다고 한다.

사회자본을 이미 지배하고 있는 기업과 기성세대의 탐욕이 꿈 많던 한 젊은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취업대란 문제,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성, 직장 내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인권 등의 총체적인 사회 구조적 모순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작금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비극이다.

이에 우리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먼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중소기업중앙회의 비정규직 고용불안정성 문제와 사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
그리고, 고인에게 성적 수치심과 모욕을 주어 인격적 살인을 한 가해자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법적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는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재발방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선하여, 중소기업중앙회의 회장과 가해자들은 고인과 유가족 앞에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행 기간제법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이상 기간제법의 개정에 여야가 모두 나서야 한다. 개정의 방향은 상시 수행되는 업무에는 계약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위원회는 고인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며, 앞으로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법적, 제도적 개선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2014. 10. 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강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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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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