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대법원의 상고법원 도입 방안에 반대한다

2014-09-30 1,004

[보도자료]

대법원의 상고법원 도입 방안에 반대한다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통한 대법관 증원’으로 상고심 개선해야 한다-

 

1.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을 위한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상고심 개선은 대법원의 권위 유지나 업무부담 감소의 관점이 아니라 철저하게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보장의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국민주권주의원리상 당연한 요청이다. 국민들은 헌법상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하급심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아주고, 사회변화에 맞는 판결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많다는 이유로 개별 사건을 충실하게 심리하지 못하고 있고, 다양한 가치 기준과 이념을 고르게 반영하여 보편타당한 사회의 가치질서를 확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고심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우리 모임도 공감한다. 상고심 개선은 ‘어떻게 하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2. 상고법원 도입방안 무엇이 문제인가?

대법원의 상고법원 도입방안의 골자는 대법원과 상고법원을 분리하여, 대법원은 소수의 중요사건에 집중하여 법령해석 통일 및 정책법원 역할을 담당하고 상고법원이 충실한 권리구제 기능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상고법원 도입방안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가. 위헌의 소지가 있음

헌법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한다”(제101조 제2항), “대법원과 각급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정하고 있고, 대법원을 구성함에 있어서 국민주권의 원리(제1조 제1항)를 반영하여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제104조 제1항, 제2항). 이처럼 헌법은 최종심인 상고심 법원은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임을 선언하고 있고, 법률로 대법원이 아닌 최종심 법원을 별도로 창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상고법원 도입 방안에 의하면 상고법원은 헌법상 ‘최고법원’이 아닌 ‘각급법원’에 불과하고, 상고법원 판사도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 법관으로 구성되는 ‘각급법원’에 불과한 상고법원이 최종심인 상고심을 담당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판사를 보임할 때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도록 하여 다른 판사의 보임에 비해 비교적 신중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하나 이러한 절차를 둔다고 하여 취약한 민주적 정당성이 치유될 수는 없다.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상고법원이 국민의 분쟁을 최종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국민주권주의에 배치된다고 할 것이다.

나. 4심제가 되어 국민 부담 가중됨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방안에 따르면, 상고법원의 종국판결에 헌법 또는 법률위반 여부에 대한 부당한 판단사유가 있거나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판단사유가 있을 때에는 대법원에 특별상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인 소송당사자들이 상고법원의 판결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에 상고법원 판결에 대해 특별상고를 제기하게 되어 결국은 실질적인 4심제로 운용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함에 있어 시간과 비용이 더 소요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게 된다. 결국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상고법원 도입안은 대법관의 사건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구 외면하게 됨

대법원은 그동안 늘어난 상고사건을 처리하느라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가치와 이념을 반영한 가치기준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한 것은 고작 연간 6건에서 28건 정도에 불과하다. 과연 대법관들이 일반사건을 처리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대법관들이 변화된 사회가치에 맞춰 새로운 가치기준을 제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대법원이 최고법원으로서 법령해석 통일과 사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가치기준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대법관 구성의 획일화에 있다.

대법원 재판은 대법관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투영되고 정치적 ․ 정책적 고려도 반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은 더욱 요구된다. 현재 대법관의 구성을 보면 법원 내에서의 기수 ․ 서열을 기준으로 남성 고위 법관 일색의 엘리트 ․ 보수적인 성향의 인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획일적인 대법관 구성으로는 기성의 논리와 기득권의 가치관이 반영된 판결을 할 수밖에 없고 사회의 변화에 부응하는 판결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 획일적으로 구성된 대법관들이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것이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보수와 진보, 재조와 재야, 남성과 여성이 적절히 배분되어야 하고, 법조인 중에서도 연령, 배경, 경험이 각기 다른 다양한 인적 구성으로 대법원이 구성되어야 한다. 이것이 대법원의 정책법원 기능 확보를 위한 선결적인 문제이다.

라. 자의적 판단에 의한 재판청구권 침해가 우려됨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방안에 따르면, 대법원이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을 상고장과 상고이유서 위주로 심사하여 스스로 중요한 사건이라고 판단되는 사건을 선별해 직접 심판하고 나머지는 대법원 결정에 의해 상고법원에서 심판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원과 상고법원의 사건 분류 기준은 명확하지 않아 분류심사를 함에 있어 주관적 ․자의적 판단을 배제할 수 없고 상고장과 상고이유서를 위주로 심사하기 때문에 형식적인 분류심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주관적이고 형식적인 심사에 의해 대법원이 관장할 사건과 상고법원이 관장할 사건으로 분류되는데 상고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는 순간 그 사건의 당사자는 대법관으로부터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판결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상고법원 도입방안은 자의적 판단에 의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마.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함

국민이 상고를 하는 이유는 하급심의 잘못된 판단에 대하여 대법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최종적인 재판을 받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대법관이 아닌 법관으로 구성된 상고법원을 최종법원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고 대법관이 아닌 법관으로 구성된 헌법상 ‘각급법원’에 불과한 상고법원의 최종판결에 쉽사리 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3. ‘다양한 대법관 구성을 통한 대법관 증원안’이 해법이다

가. 정책법원 기능과 권리구제 기능 동시에 충족

상고허가제가 폐지된 이후 1991년에 10,000 여 건을 돌파한 상고사건이 2004년에 20,000 여 건을 넘어섰고 2010년에는 35,000 여 건으로 늘어났으나 그 후 4년 동안 35,000 내지 36,000 여 건으로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인구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상고사건은 특별하게 증가되지 않을 것이다.

20 여 년간 늘어난 상고사건에 대해 충실한 심리를 하고 중요한 사건에 관하여 법령 해석 통일 및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법관 구성을 통한 대법관 증대안’이 그 해법이다. 20년간 늘어난 사건 수에 비례하여 대법관 수를 30명 내지 50명으로 늘리고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통해 대법관을 증원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1인당 처리해야 할 사건 부담이 줄어들어 충실한 심리를 통해 권리구제를 할 수 있고 우리 사회의 변화된 현실과 사회적 다양성을 담아 사회적 가치기준을 마련하는 정책법원 기능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안은 상고법원 도입방안이 야기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즉, 상고법원 판사의 민주적 정당성 취약의 문제가 해결되고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침해되지 않으며 사회변화에 따른 다양한 대법관 구성에 의한 정책법원의 기능 수행과 권리구제라는 국민적 ․ 사회적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있다. 대법관을 증원하면 상고사건 폭주로 인한 대법관의 과중한 심리부담을 해소할 수 있고 중요한 사건에 대해 시간과 역량을 집중할 수 있으며 다양화된 대법관이 사회의 변화에 따라 전원합의체를 통해 종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할 수 있다.

나. 대법원이 대법관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하여

1) 이른바 ‘One Bench’ 문제에 대하여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는 견해의 첫 번째 논거는 대법관이 다수 증원되는 경우에는 하나의 합의체(One Bench)를 이루어 진지한 토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합의체 구성 문제는 ‘어떻게 하면 대법관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것인가’라는 ‘절차적 ․ 부수적 문제’이지 ‘본질적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부수적인 문제 때문에 본질적으로 필요한 제도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대법관을 대법원장과 행정처장을 제외한 30명 내지 40명으로 구성한다면, 3명 내지 4명으로 10개의 소부를 구성하고 5개의 소부씩 제1․2부를 편성하여 각 부 간의 판례의 통일 ․ 변경의 필요성이 있을 때에는 각 부 전원합의부(대합의부)를 구성하면 될 것이다. 또한 두 합의체 간의 법령해석의 통일이 필요한 경우 각 소부의 1명의 재판관과 대법원장으로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면 될 것이다. 따라서 합의체 구성에 애로사항이 있다는 사유는 대법관 증원안을 반대할 이유가 될 수 없다.

2) 판결의 모순 ․ 저촉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에 대하여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는 견해의 두 번째 논거는 늘어난 대법관 수에 비례하여 소부의 수가 늘어나고 소부 중심으로 대법원 재판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판결 사이의 모순 ․ 저촉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도 소부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고 전원합의체 판결은 한 해에 고작 6건 내지 28건 정도 이루어진다. 현재 대법원 판결에는 소부의 판결 사이의 모순 ․ 저촉이 그다지 문제되지 않고 있다. 현재의 3개의 소부가 10개로 늘어난다고 하여 이 문제가 본격화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종전 판례의 경우 이미 전산화되어 있고 종전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각부 전원합의부나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면 되는 것이다.

판결의 모순 ․ 저촉 문제는 대법관 증원으로 인한 소부가 확대될 때보다 대법원과 별도의 조직인 상고법원이 설치될 경우 오히려 본격적으로 문제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3)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하여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는 견해의 세 번째 논거는 대법관을 몇 명 증원해 봐야 폭주하는 상고사건 처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는 근원적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상고사건 수는 연간 36,000 여 건이고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인이 처리해야 할 사건 수는 1인당 연간 3,000 여 건이다. 대법관이 32명으로 늘어나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30명이 1인당 처리해야 할 사건 수는 1,200 여 건이 될 것이고, 42명으로 늘어나면 1인당 처리해야 할 사건 수는 900 여 건이 될 것이다. 대법관의 업무부담은 현재보다 1/3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법관의 과도한 업무부담의 문제는 해소되고 각 사건에 대해 충실한 심리를 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정책법원 기능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대법관 증원안이 근원적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이라는 지적은 타당성이 없다.

 

4. 결 론

대법원의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하고 대법관의 과도한 사건 부담을 해소하면서도 하급심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사건 심리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양한 대법관 구성을 통한 대법관 증대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이러한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조차 하지 않고 상고법원을 도입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상고심 개선 문제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관점이 아닌 대법원의 편의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 기저에는 ‘대법관이 증원되면 대법원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는 권위주의적인 사고와 더불어 법관의 인사적체 해소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깔려있다고 보여진다. 최고법원으로서의 권위는 ‘숫자의 희소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사회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을 할 때’ 비로소 생기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국민의 요구에 역행하는 상고법원 도입방안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이 원하는 ‘다양한 대법관 구성을 통한 대법관 증대안’을 통해 상고심을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

 

2014. 9. 3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한 택 근


대법원의 상고법원 도입방안에 반대한다 1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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