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대법원의 ‘야간 시위’에 대한 단순일부위헌 판단,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2014-07-14 485

IMG_4292[논 평]

대법원의 ‘야간 시위’에 대한 단순일부위헌 판단,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지난 3. 27. 헌법재판소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의 시위 금지 및 이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대하여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 결정(2014. 3. 27결정 2010헌가2)을 선고했다.

 

위헌제청이 된지 4년여 만에 나온 결정이지만 그나마 재판관 전원이 위헌성을 확인한 점에서는 다행스러웠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헌적 부분과 합헌적 부분이 공존하므로 위헌적인 부분의 제거는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도, ‘해가 진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위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선언하여 스스로 야간 시위의 한계를 24시로 설정하여 입법자의 역할을 자처하는 모순을 범했다.

 

이는 야간 시위가 허용되는 구체적인 시간적 범위를 입법부가 아닌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것으로, 우리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여 권한을 넘는 입법행위를 한 것과 다름없으며,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만을 판단하는 위헌법률심판의 본질에도 반한다. 집시법이 야간통행금지가 있었던 시절에 만들어졌기에 야간시위가 허용되는 시간대를 24시로 설정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국가에서 자유롭게 의견 표명을 할 수 있는 자유로서, 언론매체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그들의 권익과 주장을 호소하기 위한 불가결한 수단이자 정신적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그 제한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3인의 재판관이 이러한 문제를 의식하여 헌법재판소가 위헌적인 부분을 일정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명확하게 구분하여 특정할 수는 없으므로 위 규정들에 대하여 전부위헌을 선언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구체적 사건을 판단해야 하는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신)이2014. 7. 10. 위 집시법과 관련한 야간시위 사건(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1도1602 판결)에서 원심 판결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였다. 대법원은 그 근거로서 헌법재판소 결정은 주문의 표현 형식에도 불구하고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일부 위헌의 취지이므로 위헌결정의 효력을 갖는다고 판시하였다.

 

그 동안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 및 ‘재판소원’ 등에 관하여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두 기관의 이러한 대립은 인권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그 소임을 다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양 기관의 권한 다툼에 대한 것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양 기관의 대립으로 인한 혼란과 피해는 국민이 오롯이 안게 된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여전히 헌법재판소 결정과 마찬가지로 동일하고 연속된 시위에 대하여 24시를 기준으로 유ㆍ무죄를 판단하는 것이 시위의 불가분성이라는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지만, 최소한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야간 시위의 공소사실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결국 범죄로 되지 않게 되었다.

 

이제 국회가 나서야한다.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설정한 24시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본질적인 기본권인 집회ㆍ시위의 자유의 보장 및 확대라는 측면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법원은 헌법재판소에서 집시법상 야간집회 및 시위 규정이 헌법불합치와 한정위헌 결정으로 그 위헌성이 판명되어 실효된 것과 같으므로 조속히 무죄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며, 이미 재판이 확정된 경우에는 형사재심절차를 통하여 관련 당사자를 신속하게 구제해야 할 것이다.

 

 

2014년 7월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한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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