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악안을 철회하라.

2014-02-17 442

[성 명]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악안을 철회하라.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맞춤형 복지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월 새누리당은 유재중 의원을 대표발의로 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위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 심사 과정에서 법안의 내용과 형식이 부실하여 심의가 보류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정부ㆍ여당은 최저생계비의 폐지와 급여별로 수급자와 급여수준을 각 부처가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새로운 공공부조제도를 올해 10월부터 시행하겠다며, 위 개정안의 일부 조항만을 수정하여 2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ㆍ여당이 통과시키겠다는 위 개정안을 살펴보면, 국가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책임과 국민의 최저생활보장 청구권을 법률적으로 폐기하는 예산 맞춤형의 공공부조 프로그램으로 전락시키는 안과 다를 바 없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최저생계비’로써,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에 대해 국가로 하여금 최저생계비 이상만큼 보전해 주도록 의무화한 것이 그 핵심이다. 이는 IMF 외환위기에 따른 대량실업의 발생으로 인하여 누구나 실업자와 빈민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후의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합의에 힘입어 헌법에서 규정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국가에 청구할 수 있도록 실정법으로 구현한 역사적인 입법 성과물이자, 현재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나 당시 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국회의원의 만장일치로 제정된 법률이다.

그런데 정부ㆍ여당의 개정안은 수급권자의 판단기준이자, 급여기준이며 국가의 국민들에 대한 사회보장 책임기준인 최저생계비라는 개념 자체를 폐기하고, 그 대신 ‘급여별 최저보장수준’이라는 개념으로 대체하고 있다. 현행법이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저생계비가 무엇인지’라는 물음부터 시작하고 있는 반면, 위 개정안은 이를 생략한 채 실체적 기준이 없는 개별급여만을 남겨 놓음으로써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로 보장되었던 기초생활수급권을 예산과 상황에 따라 조정이 가능한 시혜적인 급여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에 직면할 때에도 반드시 확보해야 할 가난한 국민들의 생존권을 위한 예산이 가장 먼저 깎이게 될 위기에 놓이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도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등 현안이 많다. 그러나 수급사각지대는 수급자들이 모든 급여를 ‘독점’하고 있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시행령을 비롯한 하위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비현실적인 부양의무자 기준,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시장금리보다 높은 소득환산율 적용 때문에 기인한 것과 더불어 차상위 계층에 대한 의료급여, 주거급여 및 교육급여 등 맞춤형 개별급여 제도를 제정하거나 시행하지 않은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을 비롯한 역대 정부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다. 법 개정 없이도 지금이라도 예산을 확보해서 이들을 수급자 범위에 포함시켜서 그들의 욕구에 맞는 의료급여나 주거급여 등을 실시함으로써 정부가 말하는 욕구별 맞춤형 개별급여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최저생계비를 폐지하고 국민들의 최저생활보장청구권을 없앤 채 수급자들에게 이미 맞춤형으로 제공되어 왔던 급여가 불필요하게 중복된 것처럼 호도하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다 많은 빈곤층들이 혜택을 받게 된다는 식으로 잘못된 선전을 하고 있다. 만일 이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초생활보장예산은 기존의 국가 채무성격의 경성예산으로서 최우선적인 예산편성 지위를 상실함과 동시에 예산편성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연성예산이 되어 보육예산이나 기초연금 예산 등 이른바 힘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경성예산에 밀려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맞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또한 저소득층은 최저생활보장권을 박탈당하고 정부의 예산편성 상황에 따라 자신의 생계급여액수가 좌우되며, 근로능력 있는 사람과 그가 속한 가구는 가장 중요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수급자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방향으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비수급 빈곤층 중에서 수급자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 발표 기준 20만명 가량의 빈곤층의 경우라고 하여도 개정될 제도로 받게 되는 급여라고 해봐야 이미 중학교 의무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고등학생이 있는 세대의 경우 등록금 지원 정도의 교육급여와 주거급여 대상이 되는 경우 한 달에 몇 만원 수준의 주거급여가 고작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맞춤형 복지의 실체이다. 박근혜 정부가 공약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은 오간데 없이 중산층이 속속 빈곤층으로 몰락하여 양극화가 심화되고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진 것이 오늘의 현실인 것이다. 모임은 박근혜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회적 약자들의 실정법상의 최저생활보장권리를 폐기ㆍ축소시키는 내용의 반인권적인 기초생활보장법개정 시도를 즉시 중단하고, 이를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현행 제도를 확대하여 수급자 선정 시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와 차상위계층 등 비수급 빈곤층들의 욕구에 맞춘 의료, 주거, 교육 등의 개별급여를 즉시 제도화하여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4년 2월 1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장주영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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