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성명]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한 늑장 재판은 법원의 직무유기!

2014-02-17 445

[성명]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한 늑장 재판은 법원의 직무유기!

 

지난 13일과 내일(18일)로 예정되어 있던, 현대자동차(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기아자동차(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현대차와 기아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대한 선고가 끝내 연기되고 변론이 재개되었다.

지난 13일 13시 55분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1부(재판장 정창근 부장판사)에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291명과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520명에 대한 판결선고가, 18일 오전 9시 50분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2부(재판장 이건배 부장판사)에서 현대차 289명에 대한 판결선고가 예정되어 있었다. 2010. 11. 4.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1,940여명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이유로 현대차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한지 무려 39개월(3년3개월)을 끌어온 재판이었다.

그런데 위 두 재판부는 법원 인사철을 앞두고서 뒤늦게 몇 가지 불분명한 사항에 대해 양쪽 당사자에게 석명준비명령을 내리고 변론을 재개한 것이다. 민사42부 재판부는 재판부 인사이동으로 완전히 재판부가 새롭게 구성되는 상황이고, 민사41부 재판부 또한 대거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문제는 기업이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을 사용함에 있어 채용이라는 방식이 아니라 민법상 도급을 위장함으로써 상시적 업무에 대한 정규직 채용 원칙이라는 근로기준법 체계를 뿌리 채 뒤흔들고 있는 대표적인 노동사건이다. 우리 사회는 제3자를 매개로 한 인력수급을 통해 고용과 사용이 분리되고 비정규직이라는 새로운 신분이 창출되어 차별과 고용불안이 일상화되는 등 노동시장에서의 양극화현상이 고착화되어 가는 심각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제3자를 통한 인력수급의 선두에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이 존재하고 있고 이 사건에 대한 해법은 제조업에서의 불법파견 근절과 노동시장의 정상화와 관련하여 상당한 사회적 주목을 받아왔다.

더욱이 2004년 노동부에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여 현대차 3개 공장 127개 사내하청업체 9,234개 전 공정의 근로관계에 대해 불법파견임을 인정하였고, 그 후 대법원은 ‘최병승의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사건’에서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관계가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법원은 한국지엠 창원공장과 쌍용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관계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임을 인정하여 컨베이어벨트(자동흐름방식)을 이용한 자동차 조립생산공정에서는 사실상 도급(독립적인 업무위탁)이 불가능한 것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증인이 더 필요하다거나 자료를 더 제출하겠다며 재판을 3년 이상 의도적으로 지연시켜왔고, 재판부는 이러한 재판 지연 의도에 협조하거나 묵인하는 태도를 취해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 현대차에 대해 불법파견 시정을 요구하며 공장점거 파업을 했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이미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가압류와 10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판결을 내려 재판의 진행 속도에서마저 형평성을 잃고 있다.

재판부의 변론재개 사유를 보면 연장근로, 휴일근로시간 산정 방식, 일부 원고들의 군필 여부, 호봉승급, 고용의제 이후에 발생한 하청업체의 징계자료를 쌍방이 추가로 제출하라는 것 등이라고 한다. 위 변론재개 사유들은 이미 회사가 인정한 것(연장근로에 대한 통계자료의 작성 경위에 대해서는 회사가 이미 자신이 작성한 것이라고 인정한 바 있음)이거나 증거자료 해석상 명백한 것(군필자의 의미가 병역을 마친 경우 뿐 아니라 병역을 이행할 필요가 없는 면제자까지 포함됨)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항변이 있다. 그 항변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3년 이상 재판을 진행하면서 사실 확정에 필요한 위 사실들에 대해 심리하지 아니하고 선고기일까지 방치하였다가 뒤늦게 석명처분을 이유로 변론을 재개한 것은 법원의 심각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민사소송법 제1조에 따르면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민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민사재판절차가 공정하여야 할 뿐 아니라 신속한 재판의 필요성 또한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다. ‘권리보호의 지연은 권리보호의 거절과 같은 것’이고, ‘지연되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처럼 소송촉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므로 소송촉진은 법원의 의무인 동시에 우리 헌법 제27조 제3항(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기한 현대차 노동사건에서는 유독 신속한 재판의 원칙을 찾기 어렵다. 2005. 12. 16. 현대차 아산공장 노동자 7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도 2010. 12. 24. 대법원에 쌍방 상고되었음에도 무려 햇수로 5년이 경과하고 있다.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현대차의 입장을 고려하여 판결을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이번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변론재개도 그 연장선상에서 재판을 지연하고 변론을 재개한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조합원들에 대한 회사의 회유 작업이 계속되어 원고 수가 감소하고, 그 과정에서 불법파견의 시정을 요구하며 자결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재판 지연으로 이익을 보는 자가 누구인가를 추정케 한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응하여 소송촉진의무를 지는 법원이 합리적 범위를 넘어 재판을 지연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로서 용납되기 어렵다.

이번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의 선고연기와 변론재개 결정에 대하여 갖는 현대차와 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당혹감과 아울러 실망감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법원은 더 이상 현대차와 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오는 4월 10일과 22일로 예정된 변론재개일을 앞당기고 확정되지 않은 부수적 항목에 대한 심리를 신속하게 진행하여 더 이상 재판 지연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고통이 계속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우리 위원회는 현대차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대한 법원의 재판 지연을 강력히 규탄하며 현대차 재벌의 불법파견에 대한 엄정한 판결을 통해 왜곡된 고용질서를 올바르게 시정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4. 2. 1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영국

첨부파일

140217_[성명]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한 늑장 재판은 법원의 직무유기(완성).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