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해서> 정치권의 선거법개정 논의에 대한 민변의 견해

2001-09-10 306

정치권의 선거법개정 논의에 대한 민변의 견해

정치권은 최근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라 현행 선거법 제87조를 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정치권의 합의를 환영한다. 그러나 정치권이 사전선거운동금지조항을 포함한 현재의 과도한 선거운동규제에 대해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개정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선거법에 의하면 사실상 일반 개인과 단체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방법은 전화나 컴퓨터통신 정도에 국한되게 되어 있어 선거와 관련한 국민의 정치적 여론형성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선거의 과열과 혼탁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나름대로 근거가 없지는 않지만, 최근 총선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유권자운동에 대해 쏟아지는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와 정치권에 대한 개혁열망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이제 우리 나라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유권자의 자정능력을 신뢰하고 각종 규제를 철폐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선거운동방법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현재의 선거법의 틀을 바꿀 때가 된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현재의 국민의 정치개혁 열망에 부합하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정당과 후보자 및 그 관련자 등 당락에 대한 직접적 이해관계자를 제외한 일반 개인과 단체에 대해서는 사전, 사후를 불문하고 포괄적으로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선거운동 방법에 있어서도 현재의 과도한 규제를 철폐 내지 완화하여 선거와 관련하여 개인과 단체의 자유로운 정치적 여론형성이 가능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다만, 현재의 정당과 후보자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일뿐만 아니라 후보자간 기회균등도 고려되어야 하므로 선거의 공정성과 기회균등이라는 측면에서 규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정치권이 계속하여 국민들의 열망을 무시한 채 정치적 논의를 독점하고 기득권을 유지할 목적으로 선거법 개정을 거부한다면 이는 정치권의 자멸을 초래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또한 현재 국민들로부터 광범한 지지를 획득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낙천운동은 시민불복종운동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치권이 시급하게 시민단체와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반 개인과 단체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즉각 개정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00년 2월 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 장 최 영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