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한총련 합법적 활동보장을 촉구한다

2003-02-21 133

1.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은 지난 7년동안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이 정하는 이적단체로 규정되어 왔습니다. 그로 인해 한총련의 대의원, 즉 전국 각 대학 학생들의 자유롭고 공정한 투표에 의하여 선출된 총학생회장, 단과대 학생회장 등 학생 대표자들은 당선과 동시에 수배자가 되어야 했고, 그 중 780여명이 구속ㆍ수감생활을 겪어야 했으며, 지금도 200여명의 학생들이 수배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 한총련이 이적단체로 규정된 핵심적인 이유는, 한총련의 강령과 규약, 활동내용과 방식 등을 통해 나타난 그들의 정치적 성향이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동조하는데 맞춰져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나, 한총련의 주장내용과 활동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한총련의 본질적인 목적은 그들 스스로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민족이 역사적으로 안고있는 민족적, 국가적 문제를 지적하고 그것들을 앞장서서 해결하고자 하는데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설사 한총련의 주장 내용 중 정부의 입장에 반하고 북한의 정치적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민족 전체에게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구체적인 위협을 초래하지 아니하는 한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대학생 대표자들의 주장과 행동이 용납될 수 없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면, 정부로서는 마땅히 학생 대표자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잘못을 지적하고 설득하여 스스로 교정하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할 것입니다.

3. 그러나, 지난 7년간 우리 정부는 학생 대표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반면,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그들의 모든 활동을 불법시하여 집회ㆍ시위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였으며 그 대표자들에 대한 수배, 구속, 처벌만을 되풀이함으로써, 한총련으로 하여금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등에 위반하게 하여 불법단체가 되도록 조장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또한 이적단체 규정이 7년째에 접어들면서 장기 정치수배자가 양산되어 수배자들의 건강과 가족들의 정신적인 고통이 날로 악화되어 가는 등, 한총련 문제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의 문제, 결사의 자유의 문제를 넘어 인권의 문제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4. 한총련은 이적단체로 규정된 후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연방제 통일강령을 6ㆍ15공동선언 이행 강령으로 변경하는 등 강령과 규약을 개정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2003. 2. 12. ‘노무현 당선자님께 드리는 한총련 의견서’에서는 “광범위한 대중의 신뢰와 사랑을 받기에 부족한 한총련 조직에 대한 냉철한 자가진단 속에” “3백만 대학생 모두를 품어 안고 국민에게 사랑 받는 학생운동 조직으로 거듭나려”하고,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신망 받는 학생운동의 대표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회 각계 여론을 직접적으로 수렴, 반영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회 각계 인사들을 망라하는 ‘한총련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것”이이며, “오는 3. 14. – 16.까지 진행되는 11기 한총련 대의원대회와 4월로 예정된 출범식은 학생운동 10년의 역사를 평가하고 새로운 10년의 전망을 국민 앞에 펼쳐 보이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계속하여 혁신을 위한 노력을 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5. 우리 민변은 그동안 누차에 걸쳐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여 왔는바 이번 기회에 국가보안법의 조속한 폐지를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한총련 문제 역시 근본적으로는 위헌적인 국가보안법에 기초한 것이므로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함께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매년 100여명 안팎의 학생 대표자들이 수배되고 구속되는 마당에 국가보안법이 폐지될 날만을 기다릴 수는 없겠습니다.

이에 우리 민변은 정부의 책임 있는 대표자와 학생대표자들, 사회 각계의 대표자들이 조속히 협의하여 한총련에 대한 이적단체 규정 문제를 해결할 것과 한총련 문제로 구속된 학생대표자들을 모두 석방하고 수배 중인 대표자들에 대한 정치수배를 모두 해제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국민과 학생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할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11기 한총련이 나름의 노력을 다할 수 있도록 11기 한총련의 합법적인 출범식을 보장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2003. 2. 1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