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6/12(화) 한시미학산책(정민)

2007-06-04 183

여덟번째 공부모임, ‘한시 미학산책’

아주 오래 전 처음으로 처를 만난 시장바닥의 한 곱창집에서 추락하는 엘리베이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맘에 드는 여성 앞에서 부리던 괜한 수작이었습니다. ‘추락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살아나는 방법을 아세요?’ 쓸데없는 공상을 즐기던 시절의 의문이었고, ‘엘리베이터가 땅에 닿는 순간 점프를 하면 된다’는 나의 해답은 나름대로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그때 어이없이 헛웃음을 짓던 처의 목엔 ‘별 시답잖은 인간이…..’하는 말이 걸려있었습니다. 10년도 훨씬 지난 지금에야 그 질문에 대한 나의 해답이 옳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지면으로 떨어지는 것은 지구의 중력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곧 가속력입니다. 따라서 지면에 닿기 직전의 가속도와 동일한 속도로 점프하면 충격을 100% 상쇄시킬 수가 있는 것입니다. 무모할 수도 있는 물리학에 대한 도전이었지만, 그 옛날의 해답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합니다. 게다가 추락하는 엘리베이터 안은 순간적으로 무중력 상태가 된다는 새로운 사실도 덤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한때 물리학도였던 박경신은 양쪽 끝에서 불빛을 내는 막대기를 향해 움직이는 관찰자에게는 제3자보다 막대기가 짧게 보이는 이유를 간단한 수식으로 알려주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각각 상대적이지만 둘이 합쳐진 시공간은 절대적이란 말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물리학은 거대한 우주를 해명하는 상대성 이론과 미세한 소립자의 운동을 해설하는 양자이론으로 발전해왔습니다.

그런데 두 이론은 논리적으로 충돌해왔고, 이런 상충을 해결하는 통일성 이론이 첨단 초끈 이론입니다. ‘엘러건트 유니버스’는 세상에 대한 철학적 해석에만 익숙한 우리에게 과학 물리학적 시각을 제공해주었습니다. 우주를 설명하는 것은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풀어나가야 할 숙명적인 과제입니다. 물리학은 세상, 우주에 대한 과학적 해석방법입니다. 우리의 물리학 공부는 아인슈타인이 스피노자에 동화되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역시 과학은 세계를 해석하는 방법이고, 그것은 세상의 원리를 통해 우리의 앞날을 가리켜주는 것이었습니다. ‘같기도’식 결론이었지만 우리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한 만족스런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주제는 ‘한시 미학산책(정민)’입니다. 또 다시 급 한 반전입니다. 그 뒤에는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할 겁니다. 다음 주제부터는 저자를 초청할 예정입니다. 정민교수 섭외가 되면 다시 공지하겠습니다. 정민은 24가지 시각으로 한시를 분석합니다. 그는 학창시절 암기의 대상이기만 했던 한시에 생명의 피가 돌게 하고 숨을 쉬게 합니다. 책 한권으로 300여편의 한시를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백승헌 선배는 감탄해 마지않았습니다. 책은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를 여행하듯 하면서도 전혀 독자를 힘들게 하지 않습니다.

이태백의 유명한 ‘백발산천장’에서 백발을 흰 머리가 아니라 달빛을 받은 강물로 해석하면 전체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시는 짧은 글로 때론 드러내고, 때론 가리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당대를 파격하고 해체합니다. 현실에 맞선 자기 성찰과 혁신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다음 모임에서 이렇게 한시를 쉽고 재미있게 재구성한 정민교수와 함께 묻고 답하면서 한 시대를 훌쩍 넘어보려 합니다.

나눔은 곧 더함입니다. 나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어 공감을 일으킬수록 그 생각과 느낌은 더욱 풍부해집니다. 물리학으로는 해명할 수 없는 사람의 이치입니다. 우리의 생각이 더욱 풍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나눔이 필요하고, 더 많은 나눔을 위해서는 더 많은 생각이 필요합니다. 그 생각을 더해줄 뉴페이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6월 12일 7시 민변으로 오십시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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