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서평] 법조의 동굴 속으로 던지는 돌직구! – 민변의 ‘민변’ 쓴 책, 『동굴 속에 갇힌 법조인』- 민경한 변호사 作

2013-01-03 97





법조의 동굴 속으로 던지는 돌직구!


– 민변의 ‘민변’이 쓴 책, 『동굴 속에 갇힌 법조인』 –


글_ 좌세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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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에 갇힌 법조인. 민경한. 나래짓(2012)




민경한 변호사의 별명은 ‘민변의 민변’이다. 1990년 변호사 개업 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의 광주·전남지부장, 민변 사법위원장, 민변 부회장을 지낸 민경한 변호사. 법조에서는 변호사를 부를 때 성이 김이면 ‘김변’, 박이면 ‘박변’이라 부른다. 그런 고로 민경한 변호사의 약칭은 ‘민변’인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약칭 ‘민변’과 동음이곡으로 참으로 잘 맞아 떨어지는 별명을 가진 분이 바로 민경한 변호사다.


 


내가 처음 민경한 변호사를 알게 된 것은 10년 전 민변에 가입하였을 때이다. 나이로 보나 법조경력으로 보나 한참 선배인 민경한 변호사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참 순하고 소탈한 분’이라는 느낌이었다. 나의 그런 첫 인상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다르지 않은데, 느낌뿐만 아니라 실제로 순하고 소탈한 분이 바로 민경한 변호사다. 그런데 이렇게 ‘순한 분’이 최근 우리나라 법조계를 향하여 돌직구를 던지는 책을 써냈다. 제목은 『동굴 속에 갇힌 법조인』(나래짓, 2012. 11.)


 


“칠 테면 쳐봐”라는 일명 ‘돌직구’는 웬만한 강심장의 투수가 아니면 던질 수 없다. 게다가 그 돌직구를 던지는 대상이 바로 저자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법원, 검찰, 변호사업계인 점을 감안해보면 후배 변호사로서 ‘민변호사’의 배짱과 직설법에 그야말로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책머리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법조인들은 권위의식과 탐욕으로 인해 그들만의 세계 속에 살고 있다. 마치 그들만의 동굴 속에 갇힌 것 같았다. 판사는 오만과 편견, 권위의식 속에 사로잡혀 있고, 검사는 출세에 눈이 어두워 정치 검찰이 되고,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 변호사는 자존심을 팽개치고 돈과 권력 앞에 비굴하고 영혼이 없는 모습으로 그들만의 동굴 속에 갇혀 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항변할 판사, 검사, 변호사가 있는가? 물론 있을 것이다. 수많은 법조인들 중에 자신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판결하고 기소하고 변론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가 왜 없겠는가? 저자 민경한 변호사도 이 책에서 23년 동안의 변호사 생활을 회고하면서, 신청기간을 3-4일 넘겨 소송수계신청을 하는 바람에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될 처지에 놓인 근로자에게 조정의 방법으로 적절한 배상을 받게 해 준 ‘구세주가 된 판사’, ‘자료를 제공해 준 고마운 판사’, ‘법조인의 모범이 될 C변호사’, ‘존경하는 H변호사’에 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민변호사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법조의 모습은 ‘친절하지만 소신 없는 재판장’, ‘너무나 권위적인 부장판사들’, ‘무례한 검사’, ‘재벌 앞의 초라한 검찰’, ‘원로 변호사의 탐욕과 이중성’. ‘전관예우의 온상이 된 대형로펌’의 적나라한 모습이 더 많다. 더하고 뺄 것이 없는 법조계의 나상(裸像) 그 자체이다.


 


영화 <부당거래>의 ‘주양’ 검사(류승범)에게 고급시계를 건네는 장면은 픽션이지만, ‘그랜저 검사와 벤츠검사’, ‘10억 원 금품수수 김광준 검사’는 현실이다. <부러진 화살>의 스크린에 등장하는 법정에서 재판장 문성근, 피고인 안성기, 변호사 박원상이 벌이는 신경전은 사실을 재구성한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말이 재판장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법정은 엄연한 현실이다. 민경한 변호사의 책 『동굴 속에 갇힌 법조인』에 등장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들의 대부분은 피고인, 피의자, 의뢰인들의 눈에 비친 21세기 대한민국 법조인들의 ‘현실’ 그 자체이다.


 


나는 이 책을 판사, 검사, 변호사들에게 권한다. ‘반성’의 독법으로 읽기를 권한다. ‘내가 혹시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만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의 모습으로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저자는 이 책의 책머리에서 “나는 그러한 동굴 속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왔으나, 나 역시 여전히 동굴 속을 기웃거리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자기반성의 글을 남기고 있다. 이제 막 법조의 영역에 들어선 후배들이라면 반드시 새겨들어야할 말이다.


 


나는 또한 이 책을 법조인이 아닌 분들에게 권한다. 아직도 법원과 검찰이 ‘편파적’이라고 느끼는 분들, 의뢰인의 입장에서 변호사를 대해야 하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비판’의 독법으로 읽기를 권한다. 혹시라도 이 책에 소개되는 판사, 검사, 변호사들의 행태 때문에 물적, 정신적 피해를 본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의 저자가 행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사죄’의 마음을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동굴 속에 갇힌 법조인’들을 어떻게 동굴 밖으로 나오게 할 것인가? 이번 대선 막판에 후보자들이 경쟁적으로 정책을 내놓았던 ‘검찰개혁’, 여전히 미흡한 사법개혁의 완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하여 더 이상 답을 미룰 수 없다면, 민경한 변호사의 『동굴 속에 갇힌 법조인』은 대한민국 법조의 병폐에 대한 참으로 시의적절한 ‘임상보고서’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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