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당신네 동네 슈퍼는 안녕하십니까? – 의무휴업제 지킴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헌법 소원 각하/기각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 스케치

2012-11-15 181

당신네 동네 슈퍼는 안녕하십니까?

 – 의무휴업제 지킴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헌법 소원
각하/기각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 스케치



글_ 9기 인턴 권호현



  “아줌마~ 두부 한모랑 콩나물 오백원어치만 주세요“
  “광훈이, 심부름 왔구나, 엄마가 식용유 사오라고는 안하셨어? 떨어질 때가 됐는데..”
  “집에가서 여쭤볼게요, 고맙습니다”

  당신네 동네 슈퍼는 안녕하십니까? 아니 당신의 동네는 안녕하신지요. 옆 집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고 지내던 시대가 있었다죠?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어릴 적에 심부름 가곤 했던 동네 슈퍼가 살아남기를… 바코드나 카드가 아니라 진짜 웃음이 담긴 얼굴로 인사할 수 있는 곳이 살아남기를 바랄 뿐입니다.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간인 학살과 약탈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너무 과장한 측면이 있습니다만, 지금의 대형마트 확장 추세가 계속 된다면 결과는 저 과장된 표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동네 슈퍼, 시장, 심지어 동네의 제법 컸던 슈퍼마켓마저 사라지고 있습니다. 숫자로 한번 살펴볼까요?

  중소기업청 통계에 따르면, 1999년 46조원에 이르던 전통시장 매출액은 2010년 현재 24조원으로 급감했습니다. 같은 기간 7조원에 불과하던 대형마트 매출액은 36조원이 되었습니다. 물가상승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숫자로만 보더라도 11년 동안 22조원에 달하는 전통시장, 동네 슈퍼, 문방구, 옷가게가 사라진거죠. 한국은행의 자료를 통해보면 위와 같이 동네상권이 무너지며 약 28만 6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기도 합니다. 그 일자리는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으로 바뀌었죠. 이쯤되면, 대형마트가 동네 상권과 동네 일자리를 약탈하고 있다는 표현이 그리 과장된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정치권에서 뒤늦게 수습에 나섰습니다.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여 전통시장 500M 이내에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중소상인들의 반발로 500M 는 1KM로 조정되었고,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월 2회내 휴무하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늦은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그래도 다행입니다.

  그러나 유통재벌들이 가만있지는 않았습니다. 앞에서는 “출점 자제, 자율적 휴업실시”를 외쳤지만, 뒤에서는 전국 곳곳에서 조례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해둔 상태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의무휴업 관련 조항과 조례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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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지난 11월 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중소상인 네트워크, 경제민주화 국민운동본부는 유통재벌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하/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의견서의 핵심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 법령만으로 직접 기본권이 침해되어야 한다는 “침해의 직접성”, 다른 법률 구제수단이 없어야 하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심사 받을 자격을 가집니다. 그러나 의무휴업 관련 조항은 조례가 제정되어야만 구체적인 규제가 가능하다는 점, 지자체의 사정에 따라 재량을 행사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 조항을 근거로 만들어진 지자체의 조례 역시 행정소송이라는 구제수단이 있기에 이 헌법소원은 “보충성”의 요건도 없습니다. 이 헌법소원은 애초에 심사될 필요도 없는 헌법소원인 것입니다.

  심사자격을 논외로 하더라도 의무휴업 관련조항은 합헌입니다. 직업 행사의 자유는 상대적 기본권입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을, 제 123조 제5항에서는 중소기업 육성과 발전에 관한 원칙을 말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들이 한달에 두 번 영업을 못하게 되어 침해되었다 주장하는 “직업행사의 자유”와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비교할 때 어떤 것이 보다 더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까요. 한달에 2번, 심야시간 영업제한은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휴식권 또한 보장해 줍니다. “함께” 살자고 제시된 <유통산업발전법>의 의무휴업 조항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모두 충족합니다.

  한국에 <유통산업발전법>이 있다면 일본에는 <대기업 소매점포에 관한 소매영업활동 조정법>이 있습니다. 외국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명백히 좋은 점이 있다면 배워야하지 않을까요. 일본 보수우익인 자민당 주도로 1930년대에 제정된 이래 끊임없이 개정된 이 법은 대형마트들의 진출을 제한하고 주거지역의 재래식 영세 소매상을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왔습니다. 그게 가능했던 건, 이 법을 제/개정하는데 있어 상인, 소비자, 지자체의 공익대표가 직접 참여하여 장기간 논의하고 타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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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일 민변 이소아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은 민생경제위원회 강신하 위원장,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배재홍 사무국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진걸 팀장, 민생연대 이선근 대표, 민변 양창영 변호사가 차례로 발언했으며 이어 민변 조수진, 양창영 변호사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양창영 변호사를 비롯한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헌법재판소 민원실로 이동하여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 서비스업 최종수요 10억 원 발생 시 일자리 13개 창출
  (09년 기준 고용유발계수, 출처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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