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소식] 대구지부 – 나가사키 교류

2011-11-14 64

[지부소식]




대구지부 – 나가사키 교류

글_정재형 변호사


지난 달, 일본 히로시마를 다녀왔다. 대구시와 히로시마시가 자매결연 관계에 있는 탓에 대구의사회, 전교조 대구지부 등의 단체도 히로시마와 교류를 하고 있고, 대구지방변호사회도 격년제로 상호 방문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민변 대구지부의 일부 회원이 편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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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변호사회와 대구지방변호사회는 1998년부터 꾸준히 상호 교류를 해오고 있지만 공식행사 위주로 진행되어 교류 기간에 비해 형식적인 만남에 치우친 감이 있고 대구변회의 원로 변호사들 위주로 진행되어 젊은 변호사들의 관심이 낮다는 비판도 있다.


대구변회의 전체 방문단은 19명이고 그 중 민변 대구지부 회원 4명이 포함되었는데, 박경로 변호사는 국제교류위원회의 간사여서 노동변호단 히로시마지부와의 행사는 참석하지 못하고 본대를 따라 교토로 갈 수밖에 없었고, 일제를 상대로 평생을 싸우고 있는 최봉태, 구인호변호사 그리고 필자가 히로시마에 남아 노변단 행사에 참석하였다.


김해공항을 10월 20일 출발하여 오후에 간사이공항에 도착하고 오까야마(福山)를 거쳐 히로시마에 도착하니 저녁이다. 비공식 만찬이 시내에서 벌어져 양측의 변호사들이 저녁식사에 곁들여 반주를 한 잔하고 다음 날은 ‘성년후견제’에 관한 세미나를 오전에 개최하였으며 오후에는 일본 3대 명주(銘酒) 생산지인 사이조(西條)의 양조장 관광과 공식만찬이 있었다. 익일 대구변회의 본대는 교토로 떠나고 민변 대구지부의 3인은 야스노(安野)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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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중국 노동자 360명이 일제 말기(1943년경) 일본으로 끌려와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강제노역(그 중 29명은 현지에서 사망)에 종사한데 대하여 무려 16년에 걸친 손해배상소송(1심 패소, 2심 승소, 3심 패소) 결과 피고 건설회사와 화해하여 받은 약 30억원의 손해배상금으로 조성된 재단(재단은 중국에 있어야 할 건데, 이상하게도 일본 동경에 있다)에서 중국인 노동자의 추도식을 여는 것이었고, 중국에서 날아온 유족 40여명이 현지 야마구치(山口) 선복사(善福寺)를 거쳐 올해 초에 조성된 추모제단에서 추도식을 가진 후 강제노역 현장인 수력발전소, 거주지, 신사 등을 돌아보면서 당시 일본측 목격자들의 진술을 듣는 일정인데, 우리는 소송을 직접 수행한 아다찌(足立)변호사에게 부탁하여 그에 동참한 것이다.


그런데 강제노역 현장에 동원된 중국 노동자 360여명 보다 배나 많은 700여명의 조선인 노역자가 있었지만, 명단이 없어 조선인 노동자는 소송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다소 이해되지 않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진상규명위원회’의 담당자에게 최봉태변호사가 알아본 결과 야스노 강제노역 피해를 신고한 한국인 노동자는 100명이 못된다고 한다. 좌우간 아침부터 계속된 벅찬 일정을 소화하고 히로시마로 돌아온 것이 저녁 7시경이었다.


아다찌 변호사의 인솔로 히로시마에 있는 일본 노동변호단 소속 변호사가 기다리는 저녁식사 장소로 갔다. 노변단 측에서는 야마다(山田), 이노우에(井上), 이케우에(池上) 변호사와 아다찌 변호사가 참석했고, 우리측에서는 일행 3명외에 통역으로 히로시마대학교 로스쿨에 3학년 학생이면서 재일동포 4세인 문영애씨가 동석했다. 사실 대구-히로시마의 진보적 변호사의 교류는 꾸준히 논의되었지만 작년 대구에 온 아다찌 변호사와 짧은 면담을 통해 의사가 전해졌고 그 결과 오늘의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2시간 정도 소요된 식사 중에 이루어진 대화에서 일본의 진보주의자들 역시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과 동아시아의 진보세력들은 모두 비주류라는 자명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녁식사가 너무 고급이라 대구에서 그만큼 대접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부터 앞선다. 당일 한 끼 식사를 함께 하면서 합의된 것은 별로 없다. 서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격식을 차리지 않고 심도 있는 교류의 장을 열어보자는 정도만 이야기되었다. 상호간에 너무 사적인 면이 많아 글을 통해 공개하기는 이르지만 ‘글감’을 한정하여 청탁받은 사정 때문에 몇 자 적었다.




2011. 10.


대구지부 정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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