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활동] 국민통제를 위한 경찰장비 긴급 토론회 후기

2010-10-14 112



국민통제를 위한 경찰장비 긴급토론회를 다녀와서


  사법위원회/공권력감시팀 5기 인턴 추선희

 


 G20개최가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온 10월 8일 아침, 저는 경찰장비 국민통제를 위한 긴급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국가인권위원회로 향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가을 날씨 탓인지, 인턴활동을 시작하고 처음 참석하는 토론회라 그런지 조금은 떨렸던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27일 경찰이 지향성음향장비(이하 음향대포)의 도입 등을 위하여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하 경찰장비규정)을 입법예고한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경찰의 시위진압방식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번 음향대포 도입으로 촉발된 경찰의 강경한 시위진압 태도에 대하여 인권단체의 목소리를 모으고 경찰장비규정 개정안의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하여 인권단체연석회의의 주최로 긴급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민변 김선수 회장님의 인사말로 시작하여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님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발제는 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님과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의 성굉모 교수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백남순 기획국장님이 맡아주셨고 마지막 종합토론으로 인권운동사랑방의 최은아님과 새사회연대의 신수경 정책기획국장님께서 발표해주셨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쌍방의 의사소통을 위해 인권위와 경찰 측도 함께 참여하기를 원했지만 인권위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 이라는 이유로, 경찰은 토론의 발제자가 너무 반대쪽으로 치우쳤다는 이유로 불참하였지요. 역시 우리들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인가 봅니다. 그래서 일까요? 우리 서로 부담스러운 사이니 거리를 좀 두자는 의미에서 음향대포까지 준비하는 가 봅니다.


   첫번째 발제는 박주민 변호사님께서 어떻게 경찰이 대통령령인 경찰장비규정의 개정만으로 음향대포를 구입하여 시위진압에 사용하려는 것인지, 현행 경찰장비 규정체계의 전반적인 문제점과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해주셨습니다. 주된 핵심은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에서는 현재 경찰장비의 분류기준에 관하여 어떠한 규정도 없기 때문에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하여 장비의 위험성과 관계없이 경찰장비가 분류되고 있다는 점, 또 경직법에서 기타장비를 규율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경찰장비규정의 개정만으로 새로운 장비를 마음대로 도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개정안의 또 다른 문제점은 다목적발사기의 사용범위가 확대된 점입니다. ‘공공장소에서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여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항거하는 사람들을 진압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지난 용산참사사건을 염두하여 과잉진압의 근거를 만들어 두고자 한 것임이 엿보이는 규정입니다.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이 그 본래의 기능과 관계없이 사용방법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조금 과장하여 말하면 친구 집에 케익 칼을 들고 간 것도 위험한 물건이라 보고 고무탄을 발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요. 그러니 ‘위해성’의 판단은 경찰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통한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마땅한 일일 것입니다.


 두 번째 발제는 이번 음향대포의 성능평가를 맡은 성굉모 교수님께서 그 평가를 맡게 된 경위와 장비의 기술적인 면에 대하여 설명해주셨습니다. 경찰은 이미 안전성이 입증되었다고 하였지만 뉴미디어 연구소에서 맡은 측정은 안전성이 아닌 지향성(기계가 소리를 어느 정도 원하는 방향으로만 방사하는가)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사실상 안전성 검사라는 것이 용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테러리스트나 해적의 공격을 막기 위하여 공격용 무기로 사용하는 경우 무기를 사용하는 작동자들을 위한 안전성검사는 있을 수 있어도 상대방을 위한 안전성검사라는 것이 이치에 맡지 않는 다는 것이지요. 다만 민방위용 방송시설이 미비한 지역에서 폭우, 재난 발생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경고방송용으로 사용하기에 적절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덧붙여 만약 귀마개를 이용한다면 스웨덴 제품이 좋은데 비싸니, 비행기에서 나눠주는 귀마개도 유용할 것이라며 팁(?)을 알려 주셨답니다.


 


 이어 발표하신 백남순님은 2008년 촛불집회와 2009년 쌍용차 파업, 용산참사에서의 경찰폭력사태로 인한 인체 손상의 예를 보여주셨습니다. 이어 음향대포와 다목적발사기 사용시 발생할 수 있는 신체 및 정신 건강의 위험성에 대해 국제 논문과 인의협의 보고서를 인용하시며 음향대포의 안정성 및 관련 지침의 마련은 무의미하고 도입자체를 철회하는 것만이 대책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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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vclovecv/30013183460


[출처] 고무탄의 위력.|작성자 샷찡


 


 발제가 끝나고 마지막 종합토론에서 최은아님은 한국에서의 불법폭력시위가 전체 집회의 0.5%~0.7%로 상당히 적은 숫자이며 그 발생 빈도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장비를 확대,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물리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였습니다. 더불어 국가폭력에 대한 트라우마 속에서 부디 더 이상 한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가지 말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같은 논지로 신수경님 또한 이번 G20을 명분으로 경찰장비규정을 개정하고 난 이후 경찰이 계속적, 자의적으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려하며 부디 정권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경찰 본연의 임무를 다해주기를 호소하였습니다.


 토론회가 끝나고 후기를 쓰는 지금, 계속되는 시민사회의 반발에 당, 정, 청은 10일 음향대포의 도입을 유보하기로 하였고 이에 조현오 경찰청장은 11일 G20회의에서 음향대포 대신 물포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도입자체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토론회에서 제기된 경찰장비규정 개정안 등의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국가 이미지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정상들 눈에 보기 좋게 하기위해 3중의 안전구역을 설정하면서 담쟁이라인이며 녹색펜스며 전통담장을 설치한다고 합니다. 꼭 누추한 집을 방문하는 귀한 손님을 위해 빨래감이며 너저분한 물건들을 급하게 치우는 모습 같습니다. 문제는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가진 국민들이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이겠지요.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조선의 국호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경찰이 주장하는 질서와 안전이 강압과 폭력의 또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부디 듣기 싫은 소리라도, 소란스럽고 지저분해 보이더라도 당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국민들이 여기에 있음을 기억해주세요. 해치지 않을 테니까요.





“법과 물리력을 겸용한 진압 위주의 대결은 긴 안목으로 볼 때 정부 쪽을 위해서도 불행이 되기 쉽다. 사랑도 미움도 심은대로 거두기 마련이다. 우리는 끝내 정부를 사랑하고 싶다. 비판을하거나 뺨을 치는 것도 사랑 때문이다. 애무만이 사랑이 아니다. 인권의 위기가 절규되지 않을 만큼은 정부도 국민을 좀 사랑해다오. 존경받는 피의자가 왜 생기는가에대해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다오”




1973년 12월 4일 동아일보 한승헌 변호사 「존경받는 피의자」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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