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변론]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前 총장 교수직위 확인 청구 소송

2010-06-28 45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前 총장 교수직위 확인 청구 소송




1. 사건의 배경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과거 정부 때 임명된 사람들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셌는데, 문화예술계에 대해 특히 그러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라 함) 장관은 2008년 3월, 5명의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 단체장을 거론하며
사임을 압박했는데, 결국 그들은 모두 해임되었거나 사임하게 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문체부는 2009년 1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이라 함) 총장이던 원고에게 거취에 대해 물었고,
원고가 “임기를 지키는 것이 학내 동요나 사회적 잡음을 없애고 다음 총장이 순리대로 학교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라고 답변을 하자 감사실을 통해 2009년 3월 18일부터 5월 1일까지 평소의 규모와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한예종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2009년 5월 18일 ‘종합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통보하였는데, 그를 통해서 종합감사의 목적 중 하나가 원고의
총장 퇴진 압박임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원고는 2009년 5월 19일, 문체부의 ‘원고에 대한 퇴진과 한예종 구조 개편을 겨냥한 표적감사’에 항의하고
‘학교에 대한 압력을 덜어주고자’ 기자회견을 열어 총장직 사퇴를 선언했고,
문체부는 2009년 5월 30일 총장 사퇴를 수리하였다.

 한편 원고는 2004년 10월 1일 교육공무원인 한예종 연극원 소속 교수로 임명되어 재직 중 2006년 3월 1일 총장으로 임명되었는데,
총장 임명 당시 교수직을 사직하지 않았고, 한예종 등으로부터 총장 임명과 동시에 교수직에서 면직, 퇴직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었다. 오히려 한예종의 「교육공무원인사기록카드」에는 원고가 총장으로 임명되면서도 교수직을 유지하는 것처럼 기재되어 있었고, 심지어 2008년 3월 18일에는 문체부로부터 교수로서 연극원 극작과 근무를 명받기도 하였다.



2. 재판의 경과


가. 원고의 총장 사퇴 이후 문체부 등은 원고가 임기만료된 것이 아니므로 총장직 사표가 수리되면 교육공무원법에 의해서
     한예종의 교수직도 상실된다고 하였고, 그 후 원고의 교수직 상실을 전제로 세금 환급 등의 행정적 처리가 진행되었다.


나. 이에 원고는 2009. 7. 3.경 한예종의 설치․운영자인 대한민국을 피고로 하여
     원고의 한예종 교수직위 확인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청구원인 중 주요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원고는 한예종 총장으로 임명될 당시 혹은 총장직에서 사직할 때까지 교수직을 사직한 사실이 없고,
         한예종 등도 원고에 대하여 퇴직처리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원고는 여전히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5항은 ‘대학의 교원으로 재직중에 당해 대학의 장으로 임용된 자가
         제28조 제1호의 임기를 마친 경우에는 제25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대학의 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날의 다음날에
         대학의 장 임용직전의 교원으로 임용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① 이 규정이 신설될 당시 법률 검토보고서 및 심사보고서에 의하면 이 규정은 ‘젊고 유능한 대학교원의 대학의
            장 진출을 촉진하고, 대학의 장이 임기 중 공정하고 소신 있는 직무수행을 하는데 기여’하기 위하여 신설된 것이고,
         ② 같은 법 제43조 제2항의 교육공무원 신분 보장 규정 등에 의할 때, 위 규정을 대학의 장으로 임기 중 사직을 하든지
            임기를 마치고 퇴임을 하든지 당연하게 임용직전의 교원으로 임용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위 규정의 신설취지에
            맞는 해석이므로 원고는 총장직 사퇴처리 다음날부터 한예종의 교수직으로 임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 이에 대한 피고의 변론요지는 아래와 같다.  

  첫째, 한예종 총장은 교원과 별도 직위로 규정되어 있고, 총장은 교수 등이 맡도록 되어 있는 보직이 아니며,
         교수의 임명권자인 총장이 피임명자인 교수의 직위도 함께 갖는다는 것은 모순인 점, 교육공무원법 제24조는
         대학의 교원으로 재직 중에 당해 대학의 장으로 임용될 경우 교원으로서의 직위를 상실함을 전제로 하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교수 직위를 가진 사람이 총장에 임명되는 경우 당연히 교수직은 상실되므로 원고는 총장으로 임명될 당시
         교수직이 상실되었고, 그에 반하는 「교육공무원인사기록카드」 기재는 잘못된 것이다.
  둘째, 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5항은 대학의 장으로 임용된 자가 임기를 마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임기를 마치지 않고 사임한 원고는 위 규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라. 위와 같은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는 다시 다음과 변론하였다.

 첫째, ① 총장과 교수가 보직, 직책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총장이 교수를 겸직할 수 없다는 근거가 될 수 없고
         ② 한예종설치령 등에서 총장을 교수 등이 맡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이 총장과 교수직이 겸직 불가능하며
             총장으로 임명되면 당연히 교수직을 상실하게 된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으며
         ③ 원고는 교수직으로 재직하고 있었을 뿐이므로
             교수의 임명권자인 총장이 피임명자인 교수의 직위도 함께 갖는다는 것이 모순되지 않고
         ④ 교육공무원법 제24조는 교수가 총장이 되더라도 교수의 직위를 상실하지 않아
            총장의 직위를 그만두면 당연히 교수의 직위를 회복함을 확인하는 당연규정이라는 점에 비추어
            한예종 총장으로 임명되었어도 교수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둘째, 교육공무원의 신분보장 등의 규정과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면 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5항을
         대학의 장으로 임기 중에 사직을 하든지 임기를 마치고 퇴임을 하든지 관계없이 당연하게 임용직전의 교원으로
         임용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 (확장)해석이며, 특히 엄격하게 문리해석 되어야 하는 형벌법규나 조세법규가
         아닌 이상 그와 같은 확장해석이 규정의 내용을 타당성 있게 해석하는 것이다.
 셋째, 교육공무원법 제44조 제1항에 따르면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직무를 이탈하게 된 때’에는 휴직을 명하여야 하는데,
         원고가 한예종 총장으로 임명된 것은 교육공무원법 등의 법률의 규정에 의한 총장 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교수의 직무를 이탈하게 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를 한예종 총장으로 임명할 당시 휴직처리했어야 하며,
         따라서 원고의 교수직은 유지된다.



3. 판결의 내용

 이 사건과 관련하여 원심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첫째, 한예종 교수 직위를 가진 사람이 총장에 임명되는 경우 교수직은 상실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둘째, 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5항은 대학의 장으로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사직한 경우까지 사직 후에 교원으로 임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규정의 문리해석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9구합25859 판결).
 
 또한 항소법원도 1심의 판결이유를 그대로 원용하면서 원고의 경우에는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한예종 총장으로 임명된 것이 아니므로 교육공무원법 제44조 제1항의 휴직명령 대상도 아니라는 취지의 판시를 덧붙였다(서울고등법원 2009누35841 판결).



4. 나오며

 1, 2심을 전부 패소한 대리인으로 할 말은 없지만,
처음 이 사건에 대한 검토를 맡았을 때 소위 ‘문리해석’ 때문에 패소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5항 신설 당시의 법률 제5207호에 대한 검토보고서 및 심사보고서에 따른 위 조항의 신설 취지를 살펴보아도 대학의 장과 교원직이 겸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위 규정도 신분보장을 위해 신설된 것으로 교육공무원법상의 다른 신분보장 규정들과 종합할 때, 임기 중 사임하더라도 당연히 교수직 복귀된다고 판단했다.

 만일 한예종에 대한 문체부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 황지우 총장이 사퇴하지 않았다면 황 총장에게는 해임당할 만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비록 문체부와 갈등은 계속 있었겠지만, 황 총장은 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5항에 따라 총장 임기를 마친 후 교수직으로 복귀하였을 것이다.

 1, 2심을 패소한 지금에 되돌아보면 이와 같은 성격의 사건은 결국은 법관의 가치관과 소신에 의해서 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내가 생각한 가치관과 법관의 가치관이 너무 달랐다는 점에 있어서 당혹감을 느끼며, 앞으로 남은 대법원에서는 다른 판단을 기대해본다.



 


– 글 / 박갑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