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6월 월례회 후기

2010-06-28 99




민변 6월 월례회「6.2.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와 전망」참석 후기

                                                                              

                                             
                                             
 7년차 변호사이지만 한미FTA 대응을 위하여 선택한 연구원 생활과 공기업 생활로 근 5년간 변호사가 나 혼자뿐인 조직생활을 하다 보니 늘 동종 직업의 사람들끼리의 대화나 수다가 그리웠었다. 최근 서초동에 자리를 잡은 후 첫 민변 나들이가 6월 월례회였다.

 박상훈 박사를 통해 듣는 <6.2 지방선거의 평가와 전망>. 민주주의 역행을 중단시키고 싶은 간절함 때문에, 나 역시 이번 6.2.선거 전 과정을 몰입하듯이 관찰하며 정치와 정치인, 정당의 속내와 그 역관계를 나름대로 깊숙이 들여다 보는 경험을 했다. 자못 박상훈 박사의 평가와 전망이 무엇일지 기대와 궁금증을 한껏 품은 채 식사장소로 향했다. 서선영 변호사가 새 지도부가 꾸려진 후 첫 월례회라며 참석율에 촉각을 세우는 중에(^^) 김선수 회장님과 정연순 사무총장님 등도 도착하셨고, 하나 둘 나타나시는 반가운 변호사님들과 근황을 나누며 식사를 한 후 강연장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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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한 인상의 박상훈 박사가 다소 수줍은 표정으로 강연을 시작하셨다. “경영학은 자본가들이 습득하는 학문 아니냐”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어서 정치학으로 전공을 변경하였다고  자신을 소개한 박상훈 박사의 강연은 새롭고 신선했다. 발제문의 모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짓고 그 승패의 원인을 분석하기 보다는 함께 한국정치의 미래를 그려보자고 하셨다. ‘정당’이란 시민권의 확보와 확대를 위한 투쟁의 과정이므로 한 사회의 ‘정당’의 수와 크기, 이념적 거리를 들여다보면 그 사회의 정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하셨다.

 “양당제로 수렴될 수 밖에 없는 제반 조건을 갖고 있는 한국현실에서 진보정당이 존재하고 기능하는 민주주의 모델이 가능할까.” 결국 강연자의 고민의 지점은 그곳이었는데, 6.2.지방선거를 들여다 본 진보진영의 공통된 숙제가 이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2008년 여름 광화문과 시청의 100일간의 촛불 항쟁은 내게도 충격과 절망과 고민을 던져주었다. 시민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외치며 자신들이 피치자가 아니라 권력의 주체임을 선포했고, 폭발적인 응집력과 기발한 발상으로 권력을 행사하고자 했다. 인권감시단의 노란 조끼를 입고 물대포와 방패로 무장한 전경들 앞에 촛불 하나로 맞선 시민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나는 권력이 소수자에서 다수자로 이양되는 역사의 도저한 흐름의 변곡점 한 가운데 서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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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시민들은 촛불이상의 불법적이거나 무력적 수단을 사용하길 거부하고 결국 해산되었다. 비록 촛불군단은 좌절했지만 헌법 제1조를 외쳤던 그들의 방식대로 합법적인 심판 수단인 선거를 기다렸다. 시민들은 정치권과 진보진영에 6.2. 지방선거에서 현 정부의 역주행을 중단시킬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을 강력히 명령했다. 그러나 5+4가 4+4가 되고 정책연합을 주축으로 하던 야권연대가 결렬되는 우여곡절 은 재야시민단체의 한계와 정치권의 무능력이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노정되는 경험이기도 했다.

 진보정당들과 시민단체가 중도성향의 정치집단을 견인하여 한국사회와 정치를 진보시킬 힘을 키우려면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까.    

 박상훈 박사는 진보세력에게도 정치적 접근방식을 요구했다. “정치의 방법으로 힘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난한 대중의 운명이 정치가의 선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일반대중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드는 접근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역시 지배의 한 형태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치적 방법으로 대중을 조직할 것을 강조한 박상훈 박사가 설파한 리더쉽은 정치적이라기보다 인간적이었다. “현실의 개혁을 원하는 진보진영은 불가피하게 개혁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자신을 확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두 가지 방법은 이념과 리더쉽이다.” 다원적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외곽선이 너른 이념적  지향성을 지닌 리더쉽, 이념에 대한 과도한 자기확신의 강력한 리더쉽이 아니라 복잡하고 모순 투성이의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자각과 따뜻한 성찰이 있는 리더쉽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정치학 박사의 매우 비정치적인 해법이었다.^^. 그런데 한 시간 남짓한 잔잔한 강연을 듣다보니 마음이 편안해 지고 혼탁했던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이치에 거스르지 않을 때 느끼는 몸과 마음의 산뜻함과 닮아있다.

 질의시간에 이석태 변호사는 박상훈 박사의 강연 중 “당내 민주주의의 과도함이 리더쉽과 조직규율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에 다소 다른 견해를 제기하셨는데, 강연자는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하여 답을 하셨다. “지도자가 없는 민주주의는 대중권력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정파와 붕당이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찬진 변호사의 “대통령 단임제가 재선의 압력에서 자유로운 대통령의 독단과 당정분리에 의한 지도력 약화의 원인이 아닌가” 하는 질의는 정치학에서도 상당히 논란이 되는 주제이고 고민과제라고 하셨다.

 열의있는 강연과 토론 후 골뱅이 안주를 곁들인 시원한 맥주와 한담들…
서초동에 입성한 기쁨 중 하나를 만끽한 하루였다.







– 글 / 권경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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