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평화기행을 다녀와서

2010-04-27 115


 민변 미군문제연구 위원회가 4 2일부터 4 4일까지의 23일 일정으로 제주 4.3 평화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서귀포 강정마을 방문 제주 4.3 62주년 기념행사 전야제 참석제주4.3 워크샵– 4.3 평화공원 방문 – 4.3 민주올레 행사 참석절물 자연휴양림 등으로 이어진 여정을 찬찬히 되돌아 보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촌스럽다는 비난이 들려오는 듯 합니다만, 굴하지 않고 공항 사진을 한번 찍어보았습니다.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의 사진입니다. 설렘 속에 김포공항을 출발해 담소를 나누기를 잠깐, 어느새 제주공항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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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평화기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강정마을이었습니다. 강정포구로 가는 길에 가장 먼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끝없이 이어진 해군기지 결사반대라는 주민들의 플랜카드와 길가 벽에 새겨진 강정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야라는 문구였습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안에 대한 문제의식의 환기를 촉구하는 한편 묘한 긴장감을 갖게 만들었던 시공간을 지나 강정마을에 도착하니,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님과 마을 분들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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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각오로 투쟁해 오신 강동균 회장님의 현재 상황 설명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강정마을의 공동체 자체를 분열, 붕괴시켜온 정부와 군 당국의 일방적 해군기지 사업 추진의 폐해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주민 분들은 앞으로 있을 재판결과에 큰 기대를 갖고 계셨습니다. 강동균 회장님의 말씀이 끝나고 잠시 동안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후 현장답사를 위해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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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의 초입에서 우리를 맞이하던 풍경들입니다. 하나같이 평화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평화의 섬제주의 생명, 자연, 그리고 평화를 지키는 일은 왜 이토록 지난한 싸움을 담보로만 가능한 것인지,정부의 일방통행식 사업추진을 막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일지, 끝모를 안타까움은 커져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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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을 언급하는 기사나 글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구도로 직접 찍어 본 사진입니다. 철제 조형물은 이지스함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그 이지스함을 프리즘 삼아, 그 너머의 바다를 바라보면, 작은 섬 하나가 보입니다.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섬은 이내 이지스함 내부로 포섭되어 버린 기묘한 풍광을 자아냅니다. 강정마을, 그리고 제주도의 평화가 처한 작금의 위태로움을 이처럼 잘 표현하는 작품이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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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에 대한 관심과 지지 및 지원을 약속하며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강정을 지키는 일은 제주의 평화를 지키는 일입니다!” –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강정마을 여러분들의 분투에 아낌없는 박수와 지지를 보내며, 승리만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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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 주민들의 끈질긴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미 해군기지 건설공사는 이미 진행 중이었습니다. 정상적 논의의 장을 통한 충분한 협의 없이, 일단 사업을 밀어붙여 삽질을 시작하고야 마는 반민주적인 정부 당국의 관행은 평화의 섬 제주에서도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때로 언어의 공허함을 웅변하곤 하는 온갖 미사여구들 또한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을 미화하기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해군의 힘,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 또 하나의 명소가 탄생합니다

도대체 어디서 웃으라는 걸까요? 해군의 개그센스는 우리에게 쉴 틈을 주지 않으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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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 방문에 이어 올해로 62주년을 맞은 제주4.3 기념식 전야제에 참석했습니다.겨울, 봄날을 향한 그리움이라는 부제의 이번 행사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알차게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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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평화기행 둘째 날이었던 4 3,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공기를 뚫고 산에 오른 분들이 계셨습니다. (사진을 촬영해주신 장연희 간사님께 감사드립니다.)


62년 전 4 3일에도 어김없이 떠올랐을 저 해는, 그날의 아비규환을, 그 처절한 역사적 비극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을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제주 4.3 항쟁 당일인 43일의 붉은 해가 성큼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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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3일의 일정은 기념식이 열릴 제주 4.3 평화공원 방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정부의 4.3 홀대에 대한 비판은 이번 62주년 기념식에서도 반복되었습니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4.3특별법 제정 이후, 현직 총리가 4.3위원회 위원장으로 위령제에 참석하는 것이 관습으로 정착되었습니다. 아무 문제없이 지속되어 온 이 관례가 이명박 정부의 집권 이후 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의 경우, 한승수 총리는 모터쇼 참석을 이유로 4.3위령제에 불참했으며 올해 정운찬 총리 역시 행사 단 하루 전에야 불참을 통보했다는 점은 절로 실소를 자아냅니다. 아무쪼록 현 정부 당국의 제주 4.3에 대한 인식 재고가 시급히 이루어져 제주도민들의 처절한 아픔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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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의 사진은 학살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아기를 끌어안고 웅크리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오른편의 사진은 언젠가 이 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는 문구로 만족해야만 했던, 그 어떤 비문도 적지 못한 채 남겨져 있는 백비(白碑)입니다. 두 작품 모두, 끊임없이 제주 4.3의 쓰라린 아픔을 고민하고 기억하는 것만이 다시는 이런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실천임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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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평화기념관 내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제주 4.3의 참극을 야기한 직접적, 간접적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승만 대통령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러나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진위로 검은색 종이 덮개가 씌워져 이승만 대통령의 사진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42일 밤 모두 함께 시청했던 제주MBC의 제주 4.3 관련 프로그램에 따르면, 검은 종이 덮개는 현 정권의 집권 이후 갑자기 취해진 조치라고 합니다. 건국절 논란, 역사교과서 문제, 그리고 뉴라이트로 대표되는 현 정권의 저열한 역사관의 한 단면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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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기념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기 직전 마주친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글귀는 묵중한 울림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미셀 깽’_ 이번 제주 평화기행의 전반을 관통하는 동시에, 삶의 화두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절실한 발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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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평화공원과 평화기념관 관람을 마치고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뒤로 62주년 제주4.3 위령제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다시 한 번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명복을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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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공원 및 평화기념관 관람을 마친 후 오후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9.5km에 걸친 제주4.3의 쓰라린 현장들을 직접 걸어보는 ‘4.3 민주올레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행사 시작에 앞서, 하루 늦게 제주도에 도착하신 심재환 변호사님이 민주올레에 합류하셨습니다. 제주 4.3 민주올레 행사에는 이해찬 전 총리와 현기영 작가님도 함께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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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리 동백동산-> 곶자왈-> 선흘분교-> 낙선동 4.3-> 돌하르방공원-> 북촌초등학교-> 너븐숭이로 이어진 민주올레길은 오후 내내 이어졌습니다. 반못굴을 알리는 표지판과 선흘리가 초토화되는 과정에서 타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나무로 알려진 불카분낭(불타버린 나무)’의 사진입니다. 

 4.3
민주올레 코스를 걷던 중 낙선동 4.3성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신 변호사님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먼 곳을 바라보시며 생각에 잠겨계신 장경욱 변호사님과, 생일을 맞아 잠깐의 망중한을 즐기고 계신 김인숙 변호사님이 보입니다.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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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올레 코스의 종착지, 북촌(너븐숭이)  이르렀습니다. 제주 4.3 당시 9살이셨던 북촌유족회 이재후 회장님께서 62년 전, 4 3일 그날의 참상에 대해, 그리고 그 이후의 아픔에 대해 설명해주고 계십니다. 선생님께서는 현 정부 들어 4.3에 대한 경시와 푸대접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강하게 성토하시면서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역사란 본질적으로 기억과 망각의 끝없는 투쟁의 과정일 수밖에 없음을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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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촌 유족회 회장님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재후 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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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평화공원 방문과, 제주 4.3 민주올레 참가 등 모든 일정을 마친 둘째 날 저녁, 장정언 제주4.3 평화재단 이사장님이 마련해주신 회식자리를 가졌습니다. 마침 김인숙 변호사님의 생일 또한 4 3일이었기에 함께 축하의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장정언 선생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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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날 오전, 아침 식사로 라면을 먹었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선뜻 설거지를 자원하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척박해져만 가는 이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귀한 솔선수범을 보여주셨던 두 분, 권정호 변호사님과 심재환 변호사님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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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의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흘러버렸습니다. 서울로 돌아가야만 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숙소를 떠나기 직전까지 절물 휴양림의 맑은 공기를 만끽했습니다. 일정을 계획하고 예약을 위해 수고해주신 장연희 간사님(누님
J)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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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금 빡빡한 서울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못다한 이야기를 참을 수 없었기에 김포공항의 한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5.18 30주년을 기리는 방안에 대한 논의로 시작한 대화는 온갖 주제를 거쳐 결국 말고기로 귀결되는 놀라운 응집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제주 4.3 민주올레를 걷는 과정에서 화상을 입은 두피 보호를 위해 야구모자를 착용하신 채 대화에 열중하시는 장경욱 변호사님의 투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미군문제 위원회의 제주평화기행은 끝이 났습니다. 너무도 빠르게 흘러가 버린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모두가 그 속에서 무언가 묵직한 성찰의 계기를 찾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리라 믿습니다.


제주 4.3’은 우리가 왜 쓰라린 역사를 기억해야만 하는지를 가르쳐주었고, 강정마을은 여전히 한국 현대사가 잉태한 비극의 자장 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네 자화상을 직시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23일간의 여정을 갈무리하면서, 제주 4.3 평화기념관에서 마주쳤던 글귀의 울림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려 합니다.


이 세상에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미셀 깽 


민변 제주평화기행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p.s.


한 순간 혜성처럼 등장해 모든 이슈를 잠식해버리는 위력을 보여준 민변 말고기 파동이 그 어느 사진으로도 포착되지 않은 점을 참으로 아쉽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J  


 






 


    글/   미군문제연구·통일위원회 인턴 박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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