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TV 판결비평 좌담회 <한명숙 전 총리 수사, 무엇이 문제였나> 방청 후기

2010-04-19 105



참여연대와 민변이 함께하는 판결비평 좌담회  
<한명숙 전 총리 무죄 판결로 본 검찰권 남용> 방청기




 법학도로서, 특히 형사소송법을 배우다보면, 의외로 피고인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선진성에 깜짝깜짝 놀라게 될 때가 있다. 현대의 형사소송에 있어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신체의 자유’는 절대적인 피보호영역으로써, 혐의가 있는 자라 하더라도 법정에서 끝까지 공권력과 동등한 위치에서 싸울 수 있고, 사법부의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그를 위한 많은 권리들이 부여된다.

 ‘자신에게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부여되는-지금에 와서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권리들이 권리로서 인정받기까지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싸워왔다. 그리하여 오늘날 우리가 가지게 된 것이 ‘형사소송법’과 그에 따른 수많은 법해석원리이다. 다만 이렇게 선진적인 형사소송법에서도, 증거재판주의와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되어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검사와 대등하게 싸울 권리를 가져다 준 것이 2007년도 개정의 일이니, 그동안 ‘피고인의 권리’ 라는 것에 대해 다들 얼마나 인색해 왔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관심이 있거나 배운 사람이 아니라면 피의자와 피고인을 구별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 일반인의 인식수준인데, ‘피고인은 곧 범죄자’라는 생각에서 ‘범죄자에게 무슨 권리를 보장하느냐’고 하는 것이 그간의 차가운 시선이었던 것이다.


 
지난 3월, 수뢰죄 혐의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기소가 있었고, 몇 차례의 공판을 거쳐 4월 9일에 1심 선고가 있었다. 전직 총리에 대한 재판에다 유력한 차기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재판이었으니, 세간의 관심과 그 파급력은 엄청났고, 재판의 전 과정이 마치 생중계되듯 언론에 보도가 되었다.

 
결과는 모두들 알고 있듯이 ‘무죄’. 다만 이번 재판에 있어서,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사부터 재판 선고 전까지의 재판과정일 것이다. 새로운 형사소송법이 예정하고 있는 집중적인 심리, 법정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공판정에서의 논리공방, 그리고 피고인에게 부여된 모든 권리를 행사하여 결국에는 무죄를 이끌어 내고, 검찰의 부실한 수사 및 기소를 밝혀내는 모습 등이 이목을 끌었던 것이다.

 
이렇듯 ‘피고인’ 으로서 세간의 인식에서는 이미 ‘범죄자’로 여론재판을 받은 한 전 총리가, 새로운 형사소송법에 보장된 권리와 절차를 최대한 이용하여 그 인식을 뒤집은 부분은, 필연적으로 그 권리와 절차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기에, 이에 대해 지난 4월 14일 오후 3시, 한겨레신문사의 웹방송인 HaniTV에서 4명의 패널 분들과 함께 ‘판결 비평 좌담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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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공판 과정에 대한 브리핑으로 시작된 좌담회에서는, 검찰이 보여준 부실한 수사와 무리한 기소에 대한 집중적인 비판이 이어졌고, 그에 따른 검찰개혁이 화두에 올랐다.

 패널로 나오신 인하대 로스쿨의 김인회 교수님은, 자신의 논지를 정리해서 차트로 만들어 오시는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셔서 기억에 많이 남는데, 고려대 로스쿨 하태훈 교수님과 함께 무리한 검찰 수사를 꼬집었다.
주로 문제가 된 부분은 검찰의 ‘언론플레이를 이용한 피의사실공표’, ‘표적/강압수사에 대한 의혹’, ‘수사기록에 대한 누락과 공소사실의 불특정’, ‘공소권의 남용’, ‘별건수사’, ‘피고인신문과 진술거부권’, ‘공판중심주의와 집중심리주의’ 등이었다. 이들 모두는 형사소송법에서, 명문으로 금하거나 혹은 반드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들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검찰이 반박성명서에서 ‘법원의 공소장변경 요구는 유죄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공소장 변경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공소사실이 불특정 되어 기각 대상인 것을, 오히려 법원이 석명권을 행사하여 공소를 유지시켜준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하태훈 교수님의 지적이었는데 소름이 끼칠 만큼 예리한 지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시민 패널로서 전 공판과정을 방청하고 그를 트위터에 중계하며 공판과정에 대한 느낌과 사실 전달에 주력했던 시민블로거 정광현 씨는, 특히 무죄판결 선고 후 검찰의 비판에 대해 ‘오히려 법원이 검찰의 체면을 생각해서 공판과정에서 접어줬다고 할 만한 부분이 많았다’고 하여, 재판을 보는 하나의 신선한 시각을 더해줬다.

 
세 분 외에도 재판과정을 취재한 오마이뉴스의 이승훈 기자가 패널로 출연했는데, 그가 특히 지적한 부분은,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를 통해 법정에서 논리전이 아닌 언론을 통한 여론전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좌담회를 방청하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 뿐인 사건이었지만, 방청을 통해 법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모르고 있었던 부분에 대한 보다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검찰 측의 항소로 2심이 예정되어 있지만, ‘공판중심주의에 의해 법정에서 현출된 증인과 증거에 대한 1심판결을 뒤집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김인회 교수님의 예측이 맞아떨어질지, 사건의 귀추가 주목된다.






– 글 / 입법감시팀 장덕규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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