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변론] 국가보안법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2010-02-25 116

            국가보안법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민변 3기  윤여형 인턴


  실천연대는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을 실천하여 통일에 기여하고자 2000년 10월에 결성된 민간통일운동단체이다.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제반사업, 주한미군 철수와 민족자주권 실현 사업, 민족단결을 실현하는 연대협력사업 등의 활동을 하여 온 실천연대는 활동을 시작한지 8년이 지난 2008년 검찰에 의해 이적단체로서 그 구성원들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의 구성, 찬양고무, 특수잠입 탈출의 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되었다. 작년 있었던 재판에서는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검찰의 기소내용중 대부분을 받아들여 찬양․고무등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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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 반국가단체 ?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사업등의 활동을 해온 실천연대가 이적단체라는 판결은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반국가단체의 결성과 활동 등을 처벌하는 법률이므로, 북한에 동조하는 활동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명제에는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판단이 먼저 깔려있는 것이다. 법원은 북한의 성격에 대해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대법원 2003도758 전원합의체)”고 하여 소위 ‘북한의 이중적 지위론’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이번 사건에서도 그대로 확인되었다.


이중적 지위론에 따르면 북한은 동반자이자 반국가단체라는 것인데 이것이 참 애매모호하다. 어떠한 경우에 동반자이고, 어떠한 경우에 반국가단체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실천연대측의 변호인은 이러한 이중적 지위에 의하면 북한과 관련된 행위가 과연 적으로서의 북한에 관한 행위인지, 아니면 아군으로서의 북한에 관한 행위인지에 대한 판단은 결국 법집행자의 자의에 달리게 된다고 지적하였다. 동반자의 관계로서 북한을 이해하고 협력하려는 노력은 이중지위론에 의해 어느 순간 반국가단체에 대한 동조행위로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의 관점에서 북한의 성격과 관련하여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와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논리는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에 근거한다. 북한이란 것은 한반도의 이북을 점유하고 있을 뿐인 불법단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헌법 제4조의 “평화통일”이라는 개념은 “북한”이라는 실체를 인정하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3조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기술한바와 같이 반국가단체이지만 통일을 향한 동반자적 관계에서 북한의 실체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과연 법원이 실천연대 사건에서 북한의 동반자적 지위를 실제로 고려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법원은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의 주장과 일치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 북한을 바로알기 위한 공부와 토론회등의 활동을 한 것이 실천연대가 이적단체라는 판단의 주요한 이유들 중의 하나로 들고 있다. 단순히 북한의 주장과 비슷한 생각들을 갖는 것, 북한에 대해 공부하는 활동을 한다고 해서 이를 이적단체라고 규정하는것은 북한이 동반자적 지위를 고려한 것인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북한이 동반자적 지위에 있다는 선언들은 단순히 장식적인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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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이적단체

기술한 바와 같이 실천연대의 강령에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철수 운동과 미국 등 외세의 간섭을 배제한 자주통일운동을 선언하고, 반미자주화, 미국의 한반도 지배제거,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 연방제 통일 등 실질적으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동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규정한 이유중의 하나이다.


하나씩 간단히 살펴보자. 국가보안법의 폐지문제는 80년대 이후 꾸준히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어왔고 기본권적 측면에서는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률로서 위헌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한반도 지배제거,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등의 주장은 국내외적인 외교적 상황과 국방에 관하여 한국의 자주적인 결정권을 좀 더 확보하여야 한다는 시각에서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주장들이다. 연방제 통일 또한 북한이 통일의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나 2000년 615선언문에서 남한측도 이미 합의하였던 내용일 뿐이다.


판례는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단체가 되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자유민주주의에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란 요건을 들고 있고 이적단체여부의 판단에 있어서 “이 법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함”을 들고 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통일의 방식으로 연방제통일을 실시하자고 하는 것이 아무리 축소해석해도 자유민주주의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치는 것일까. 


위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의 개념에 대해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자유민주주의라 함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개념이라 볼 수 있겠는데, 보통 자유주의란 개인이 국가의 부당한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고, 민주주의란 국가의 통치구조에 관한 개념으로서 국민이 주권을 갖고 국가의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헌법재판소의 정의를 빌리자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일인독재 내지 일당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ㆍ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체제를 파괴ㆍ변혁시키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연방제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국가의 의사결정을 국민이 하고,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에 어떠한 식으로 해악을 끼치게 되는지, 헌재가 설시한 폭력적 지배, 자의적 지배 등등을 어떻게 야기하게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차라리 실천연대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에 실질적인 해악이 된다고 이해함이 더 쉬울 듯 하다. 검찰과 법원은 단지 북한의 주장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앵무새처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친다고 반복하고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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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나라

양심의자유, 표현의 자유는 국민이 주권자이어야 하는 민주주의를 위하여는 필요불가결한 조건이다. 물론 헌법 제37조 제2항(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에 따라 그 자유를 제한할 수는 있겠으나 그 기본권의 특성상 제한이 위헌적인지의 판단은 엄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은 제2조의 ‘정부참칭’, ‘국가변란’, 제4조의‘목적수행을 위한 행위’, , 제5조와 제6조의 ‘지령’, 제6조의 ‘목적수행의 협의’ , 제7조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이적’), ‘찬양’, ‘고무’ , ‘선전’, ‘동조’등과 같은 매우 모호하고 불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형벌법규의 개념들이 이토록 의미가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면 필연적으로 법집행자의 자의에 따라 악용될 위험은 커지게 되고, 언제 어떻게 처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연스레 표현의 자유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북한바로알기를 취지로 6.15학원, 토론회등을 통하여 활동해온 실천연대의 경우에도 거의 모든 전반적 활동들이 찬양․고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북한을 연구하기 위한 학습과 토론등의 활동은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의 판결문에서 선군정치 찬양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로 바뀌어졌다. 이는 북한을 이해하려는 여러 활동들은 필요에 따라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로 탈바꿈시키기가 간단하고 손쉬운 일임을 보여준다. 몇가지 사례를 더 들어 보자면 대법원은 한국의 대학생이 반미시위를 하며 성조기를 불태운 것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것 이라며 제7조 위반의 이적 행위로 보았고(대법원 82도2655), ‘범청학련’이 북한의 인공기를 게양한 것에 대하여 “그 의도가 남과 북이 동반관계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목적에 있다 하더라도”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로서 북한에 동조하는 행위로 파악한 바 있다.(대법원 93도1730) 이러한 사회가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가진 사회라고 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맺는말

국가보안법은 그 개념의 광범위성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식의 법적용으로 인하여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여 왔다.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을 인정하는 이중적 지위론의 관점에 선다고 하더라도 현재까지의 국가보안법의 적용은 과도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형벌법규임에도 광범위하고 모호한 개념을 사용하는 국가보안법 자체에서 연유하는 것임은 살펴본바와 같다. 북한을 말하고 생각할 수 없는 사회, 그 사회가 대한민국식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다. 대법원 2008.4.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이 밝히고 있듯이 민주 사회는 “다수의 반대편에 서서 다수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소수자를 반드시 전제로 하고 있으며, 만일 공동체의 의사와 권력형성 과정에서 소수자의 의사가 표출되지 못할 경우 이는 다수에 의한 독재 내지 소수자 억압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부정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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