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변의 변론

2009-09-14 45

최근 민변의 변론




※ 민변 변론팀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민변은 힘이 닿는대로 변론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 중 최근 진행되는 4건을 추려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 언론소비자주권연대 2차 불매운동 형사 변론




2008년 언론소비자주권연대(이하 “언소주”라 함) 회원들이 조중동 일간지에 주로 광고를 싣는 업체에 광고중단을 요구하면서 해당 업체에 전화를 하여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일이 있습니다. 당사자들은 결국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항소심 진행중입니다. 논란이 뜨거웠지만 당시 판결은 집중적으로 전화를 건 행위가 위법하다고 하였을 뿐 광고주에게 공개적으로 광고중단을 요구한 행위 자체는 위법하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6월경 ‘언소주’는 2차 불매운동을 선포하면서 조중동 일간지에 주로 광고를 싣는 업체를 순차로 선정하여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처음 선정된 업체는 자발적으로 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광고 편중을 시정하겠다는 약속을 하였고 ‘언소주’는 불매운동을 중단하였습니다. 합리적 결과를 도출한 좋은 선례로 끝날 것 같던 상황은 일부 단체의 고발을 시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이어져 결국 ‘언소주’ 대표 등 2명이 불구속되기에 이르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고단 4470). 검찰은 1차 불매운동과 달리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지 않고 ‘(공동)강요죄’와 ‘(공동)공갈죄’를 적용하였습니다. 이는 ‘위력’을 사용한 업무방해로 보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고려와 형사처벌을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정치적 고려를 절충한 것으로 보입니다.




‘언소주’ 요청에 따라 민변은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여 활동중입니다. 9월 7일(월) 1차 공판기일이 진행되어 증인신문을 하였고 변호인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 기무사 민간인 사찰 변론




지난 8월 쌍용자동차 노조 농성이 한창일 무렵 민주노총 평택역 앞 집회에서 기무사 직원이 민간인을 사찰하다가 발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입수된 자료를 통해 기무사가 군인과 관계없는 민간인을 장기간 사찰하여 왔다는 정황이 광범위하게 알려져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습니다. 사찰 대상에 오른 민간인은 민주노동당 당원은 물론 재일교포 민족학교와 책문화교류사업을 하던 <어린이도서관협회>와 인터넷 동호회 <뜨겁습니다> 등 다양하였습니다.




1991년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으로 당시 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이 드러났고 법원은 “보안사령부가 군과 관련된 첩보 수집, 특정한 군사법원 관할 범죄의 수사 등 법령에 규정된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평소의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개인의 집회·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미행, 망원 활용, 탐문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관리하였다면, 이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42789 판결)고 분명히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역사의 시계를 다시 20년 뒤로 돌린 일인 셈입니다.




해당 단체의 요청에 따라 민변은 기무사 민간인 사찰 대응 변론단을 구성하여 민간인 사찰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중입니다. 변론을 통해 기무사 사찰의 실체와 위법성이 밝혀지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전교조 시국선언 공동 변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라 함)은 2009. 6. 18. ‘정진후 외 16,171명 교사’ 명의의 시국선언을 발표하였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라 함) 장관은 곧 시․도 교육감 회의를 소집하여 이른바 시국선언 주동자 88명에 대하여 해임 등 중징계 및 형사고발 조치하도록 지침을 하달하였습니다. 이후 각 지방 교육청과 교과부, 한 시민단체의 고발 등 총96명이 형사고발되어 수사받고 있습니다. 전교조는 이에 반발하여 2차 시국선언을 하였고 이 역시 형사고발되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전교조에 대한 국가보안법 고발 사건도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사의 서명행위는 개개인의 의사 표명에 불과하므로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제66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 역시 금지된 집단행위의 범위를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 의무를 해태’하는 행위로 좁게 보고 있습니다(헌재 2003헌바 51). 서명행위는 직무와 관계 없고 그 시간도 극히 짧으므로 성실, 복종의무(제56,제57조) 위반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고발된 96명 중에는 해직교사 2명, 교사가 아닌 전교조 상근자 3명 등 신분상 교사나 공무원이 아닌 사람도 포함되어 있으며 나아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바도 없고 회의에도 참여한 적도 없는 교사들이 단지 ‘전임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으로 고발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시국선언이 진행되기 전인 6월 12일경 교과부가 내부 검토한 결과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고발을 강행한 점입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고발과 징계라는 법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현재 서울부터 제주까지 수사와 징계가 진행중입니다. 전교조 선생님들은 출석하여 항의의 의사표시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민변도 7월에 ‘전교조 시국선언 및 국가보안법 고발 사건에 민변 공동 변론단’(단장 최병모 전 민변 회장)을 구성하여 전국 42명의 변호사가 공동 변론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공무원 노조 시국선언 공동 변론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의 논란이 끝나기도 전에 표현의 자유가 다시 시험대에 오른 사건이 공무원노조에 대한 대량 고발 및 징계 사건입니다.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공무원노동조합 등 3개 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라 함)이 시국선언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행안부)는 사전에 이를 못하도록 압박하였고, 나아가 시국선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집회 참가와 신문 광고 등 다른 이유를 들어 공무원노조 위원장 등 16명을 형사고발하고 105명을 징계 요구하라고 지시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였습니다.




전교조 사건에서 본 바와 같이 시국선언은 정당한 노조 활동에 포함되며 개개인의 의사표명에 불과하므로 금지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안됩니다. 게다가 공무원노조는 시국선언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정부는 처벌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공무원노조의 집회 참가행위를 문제삼고 있습니다. 합법노조의 집회 참가를 이유로 대대적인 징계와 처벌을 강행하는 것은 헌법에 정한 집회결사의 자유와 의사표현의 자유를 본질적 침해하는 공권력의 남용이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민변은 지난 8월 경 ‘공무원노조 민변 공동 변론단’(단장 김선수 부회장)을 구성하여 전국 28명의 변호사가 공동 변론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노조원들은 현재 묵비권을 행사하며 부당한 처벌에 항의하고 있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