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청산위] [성명]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사법적 학살에 대한 정당화 시도를 중단하고, 고 백락정씨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라 / 2024. 1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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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사법적 학살에 대한 정당화 시도를 중단하고, 고 백락정씨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라.

1.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12월 3일 제92차 전체위원회에서 고 백락정씨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 취소 및 신청 각하 건을 상정해 심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고 백락정씨에 대해서는 2023. 11. 28.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충남 남부 지역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의 희생자로 진실 규명 결정이 내려졌으나, 고 백락정씨에 관한 국방경비법에 따른 군법회의 사형 판결문과 대전형무소 재소자 인명부가 뒤늦게 발견됐고 “인민군 치안대 활동을 했다”는 새로운 참고인 진술이 나왔다는 이유로 이미 내려진 진실규명결정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2. 진실화해위원회는 2024. 8.경 고 백락정씨의 ‘국방경비법’ 사형 선고 판결문이 발견되었다며 2023. 11. 28.자 진실규명결정에 관한 재조사를 결정하였다. 그런데 해당 판결문에는 판결이유란이 공란으로 비어 있어, 법원이 고 백락정씨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에 관해 무슨 증거로 유죄를 인정했고 사형을 선고했는지를 전혀 확인할 수 없다. 고 백락정씨는 ‘국방경비법’에 따른 혐의로 ‘군법회의’ 절차를 거쳤던 것으로 확인되는데,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부산·경남지역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 진실규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시기 군법회의 절차에는 심각한 위법이 있었다. 해당 보고서에서 밝혀낸 사실에 따르면, 한국전쟁 전후 군법회의는 재판부가 적법하게 구성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았으며, 판결문이 처형 사후에 작성되는 등 사실상 정치적 집단학살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실제 법원은 한국전쟁 시기 군법회의와 관련하여, 제주 4·3 사건, 여순사건, 마산·부산 보도연맹 사건 등의 재심 사건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군법회의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다수 피해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여 그 위법성을 여러 차례 인정한 바 있다.

3. 진실화해위원회 김광동 위원장은 2024. 9. 27. KBS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 백락정 씨가) 이적행위를 했다는 것은 당시 군법회의, 아마 군과 경찰의 조사 결과로 드러난 거로 보인다”며, ” 현재까지 나온 경찰과 재판부 기록을 보면 무고한 양민에 대한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 아니라 한국전쟁 중에 침략 세력과 함께 대한민국을 공격한 적대행위 때문에 처형된 것”이라 밝혔다. 김광동 위원장이 언급한 ‘경찰 기록’은 진실 규명 결정서에 언급된 ‘경찰청 신원조사서’로, 진실규명결정서는 이 신원조사서가 고 백락정 형제가 숨진 지 10여 년 뒤인 1968.경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쓰고 있다. 이 신원조사서엔 ‘백락용은 노동당원으로 활약하다가 처형됨’, ‘백락정은 악질부역자 처형됨’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고 백락정씨에 대해 가해자인 경찰 측에서 사후에 근거 없이 작성한 사찰 기록에 불과하다. 즉, ‘국방경비법 사형 판결문‘도 ’경찰청 신원조사서’도 고 백락정씨가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 지위를 박탈할만한 근거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위 문서들은 고 백락정씨에 대한 또다른 국가폭력의 근거 자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4.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2항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진실규명 범위에 해당하는 사건이라도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은 제외한다. 다만,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의결로 「민사소송법」 및 「형사소송법」에 의한 재심사유에 해당하여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미 진실화해위원회는 위 규정에 따라, 군사독재정권 하의 위법한 수사, 재판으로 유죄를 받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더라도 진실규명결정을 하고 있다. 고 백락정씨 사건의 경우에도 확정판결이 존재하여 ‘한국전쟁 전후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사망‧상해‧실종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국방경비법’과 당시 ‘군법회의’의 위법성을 고려한다면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인 경우, 인권침해 관련 재심사유에 해당하여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위원회에서 인정하는 사건’으로 보아 그 판결 과정의 정당성을 따져보는 것이 당연한 절차이다.

5.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광동 위원장은 고 백락정씨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 취소를 계기로 국방경비법 판결문을 받은 이들의 이전 진실규명 결정에 대해서도 무더기로 취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전쟁 시기 국방경비법, 국가보안법, 범죄처벌특조령 등 반인권적인 법률에 의한 처벌, 처형은 사실상 법률의 학살은 형식적 법률을 도구로 한 국가폭력이자 학살로서,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해 당연히 진실이 규명되어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김광동 위원장과 이옥남 상임위원은 오히려 형식적 판결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진실화해위원회를 사법적 살인, 학살을 옹호하고 합리화하는 기구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

6. 우리 위원회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국가폭력 정당화 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김광동 위원장과 이옥남 상임위원에게 시대착오적 이념 공세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2024. 12. 9.자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광동 위원장의 후임으로 진실화해위원회의 설립 취지를 이해하는 상식적인 인물로 후임자를 임명할 것과, 진정으로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진실화해위를 정상화시킬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2024. 12. 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위원장 권 태 윤

 

[민변 과거사청산위][성명]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사법적 학살에 대한 정당화 시도를 중단하고, 고 백락정씨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라_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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