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열정적으로 democracy(데모크러시)를 향한 demo(데모)의 길을 함께 걷다.
– 집회·시위 인권침해 감시 변호단 인터뷰
(인터뷰어 : 정지민 / 사진: 이영규)
2024 민변 총회에서 모범모임상을 수상한 집회·시위 인권침해 감시 변호단의 단장 김상은 변호사님과 현장대응팀장 최종연 변호사님, 그리고 박지아 변호사님을 만나 변호단 활동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범모임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모범모임상을 수상한 소감이 어떠신지요?
최종연: 제가 총회 때 수상 소감을 준비해갔었는데, 그때 준비했던 소감을 읽어드리겠습니다.
과거 국가폭력이 일상적인 시절부터 최근의 2008년 촛불집회, 2017년 박근혜 탄핵 국면에 이르기까지 민변은 기꺼이 거리의 변호사, 시민의 변호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변호사가 되기 전 선배 회원들의 변호를 받은 분들도 많이 있고, 이러한 기억을 간직하고 다시 변호단에 참여하였습니다.
2023년 7월 당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절박한 목소리를 내던 노동자와 시민들을 폭압적으로 해산하고 집회를 금지하고 사법처리하던 윤석열 정권은 집회 시위가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탄압받는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고, 이에 맞서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많은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집시변호단은 회원들께서 자발적으로 기약없이 거리에서 밤을 새며 경찰에 항의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성실히 집행정지 사건을 수행하고 접견을 다녀오고 연구홍보활동을 해주셔서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모범모임 수상의 영광은 모든 회원들의 몫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권영국 단장님, 김상은 부단장님은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성실히 현장 감시는 물론이고 법률 대응과 활동의 방향의 검토까지 앞장서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
집회·시위 인권침해 감시 변호단이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김상은: 작년 7월, 당시 윤석열 정권의 집회·시위 탄압이 거의 노골화되던 시점이었죠. 전 단장님이신 권영국 변호사님께서 민변에서 집회 현장에 직접 가서 공권력의 집회의 자유 침해 상황을 감시하고 법률 지원을 하는 변호단을 만들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이에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셔서 70여 명의 변호사들이 모였고, 현장과 법정에서 집회의 자유를 지키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변호단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최종연: 작년 6월 말부터 몇 차례에 걸쳐 ‘비정규직이제그만’ 노숙 투쟁이 있었어요. 2차 노숙 투쟁이 대법원 앞 서초역 사거리에서 진행되었는데, 그때 당시 저는 사무실에서 야근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올 수 있는 분들은 (현장에) 와달라”라는 연락을 받고 현장에 가보니 경찰이 집회참가자를 강제로 한 명씩 끌어내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폭력적으로 집회를 탄압하고 있는데 언론이나 기성 미디어에는 이런 내용이 보도되지도 않고 문제 제기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변호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박지아: 저는 법무법인 여는(민주노총법률원)에서 주로 민주노총이 하는 집회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을 맡고 있는데, 대규모 집회들은 제한 통보나 금지 통보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되게 드물더라고요. 하나의 집회를 하기 위해 수많은 집회 신고를 하고, 집회 제한, 금지 통보가 나오면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하고. 이렇게 집회를 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변호단에 참여하였습니다.
집회·시위 인권침해 감시 변호단은 어떤 활동을 하나요?
김상은: 구체적으로는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위법한 집회 통제와 강제 해산, 연행 등에 대해 항의하고 제지하는 현장 대응 활동, 연행자 접견과 영장실질심사 참여, 그리고 경찰의 집회 제한, 금지 통보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등의 법률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TF나 위원회와는 다른 집회·시위 인권침해 감시 변호단의 특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상은: 집회·시위 계획은 갑자기 이뤄지고 경찰이 집회 직전에 제한 통보를 하면 집회 한 2~3일 전에 변호단에 집행정지 의뢰를 주세요. 긴급한 법률 지원 요청이 많다 보니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고 집행정지 결과도 굉장히 빨리 나오는데, 이런 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집회·시위현장이 많을 텐데, 주로 어떤 현장에 나가시나요?
최종연: 요청을 받으면 거의 다 현장에 나가는데, 주로 진압이 예상되거나 혐오 대응 집회가 예상되는 집회·시위들에서 지원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김상은: 대부분이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집회인데, 가장 목소리를 많이 내고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런 경우에 위법한 탄압이 집중되고 있는 것 같아요.
변호사가 직접 집회·시위 현장에 참여하여 대응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최종연: 현장에서 공권력의 집회에 대한 위법한 관리·통제를 법률전문성을 가진 제3자가 감시하고 있고 함께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집회 주최자나 참가자 분들께 심적인 안정감을 드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집행정지 사건에서 경찰측의 무리한 주장에 대한 반박을 하는 데 현장에서 수집한 경찰의 위법 사례들을 활용한 경험이 몇 번 있었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박지아: 저는 권영국 변호사님 일화가 무척 인상이 깊었는데요. 천막을 치려는 집회참가자 분들과 천막을 철거하려고 하는 경찰들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권영국 변호사님이 마이크를 잡고 “이 물품은 행정집행을 해야 철거가 가능한데, 여기에 공무원이 와 있냐? 공무원이 요청한 바가 있냐? 그럼 경찰이 무슨 근거로 철거를 하는 거냐? 경찰이 위법한 행위를 하고 있으니 경찰과의 몸다툼을 하는 것은 전혀 불법행위가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법률가로서 법리를 미리 알고 있고 현장에서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여 집회참가자 분들에게 “괜찮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해주는 게 현장 대응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김상은: 2018년 당시 촛불집회는 해방된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경찰들이 집회 대오를 보호하는 모습이었는데, 2023년 여름의 종로와 시청은 분위기가 굉장히 달랐어요. 경찰이 집회통제선이라고 집회 대오를 ‘가두리 양식장’처럼 가둬버려서 그 통제선 안에서 사람들이 앉아 있으면 밖에서는 사람들 머리밖에 보이지 않아 집회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부당하다는 느낌을 받아도 항의하려는 시도조차 못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변호사들이 같이 현장에서 부당한 점에 대해 항의하고 대응하니까 위축되어 있었던 사람들이 서서히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게 우리 변호사들의 역할이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집회·시위 인권침해 감시를 하는 변호사에게 주고 싶은 팁(tip)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상은: 기본적으로 각 집회 현장의 특성에 맞는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집회에 함께하는 시민들이 우리의 가장 든든한 뒷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분들을 믿고 이 집회가 왜 지켜져야 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큰 팁이라면 팁일 것 같습니다.
최종연: 집행정지 결정이나 제한 통보에서 설정해 놓은 집회에 대한 테두리가 있는데, 이건 집회참가자가 많아지는 등 현장 상황에 따라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여 넓히거나 변경할 수 있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박지아: 집회참가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앞에 있는 사람도 뒤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옆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요. 처음 집회 현장에 나간다면 단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 집회가 어떤 목적으로 열린 집회이고 집회참가자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옆에서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실무적으로도 집회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알아야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집회를 경험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억나는 현장이나 장면, 사건이 있다면?
최종연: 7월 7일 프레스센터 앞에서 진행된 비정규직이제그만 집회 당시가 경찰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의 종합판이었어요. 그 이후 대법원 옆에서 있었던 불법파견 판결촉구 집회도 거의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었는데, 그때 대법원 경내에 경찰 버스가 들어가서 지휘관들이 그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지휘를 하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대법원이 국가기관으로서 같이 협조해 준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한번은 보신각에서 인권궐기대회를 하는데 바로 길 맞은편에서 유명한 보수 유튜버가 대항집회를 하면서 혐오 발언을 하고 젊은 여성들이 굉장히 짧은 치마를 입고 춤을 추는 거예요. 한쪽에서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성평등의 가치를 말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전통적인 성차별적 관념을 표현하고 있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집회 시위의 자유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요? 10점 만점에 몇 점 정도라고 보시는지 궁금해요.
박지아: 2~3점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집회·시위를 막기 위해 이전에는 집무실이 관저라는 논리를 내세웠는데, 그 논리가 깨지고 나니까 집시법 제12조 제1항에 따른 금지나 제한 통보가 가능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해서 이태원로를 주요 도로에 포함시켰어요. 어떠한 명확한 기준이나 지침도 없이 단지 국가 수장 앞에서 집회를 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거죠.
김상은: 지금은 아주 세련되고 교묘한 방식으로 집회를 탄압하고 있어요. 법원 판례에 의해서 인정되는 미신고 집회라든지 그동안에 끊임없이 싸우면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확장시켜 왔던 성과들을 모두 다 부정하고 허물어뜨리고 있는 게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의 집회·시위의 자유의 허용 정도예요. 아주 전면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0, 1점은 아니지만 2점 이상은 줄 수 없을 것 같아요.
최종연: 저도 3점 정도라고 생각해요. 집회에 대해 너무나 차별적이게 관리·통제하고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집단의 집회는 잘 관리해 주는 것과 달리 마음에 안 드는 집단은 집회는 다른 집회와의 충돌 문제, 교통 소통 문제 등을 이유로 차별적으로 제약하고 있거든요.
집회·시위 인권침해 감시 변호단의 또는 개인적인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김상은: 지금 하고 있는 현장대응, 법률대응 활동을 기본적으로 이어가야 할 것 같고, 역량이 되면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집회의 자유에 대한 법률 추이를 정리해봤으면 좋겠어요. 점점 더 집회의 자유를 법률에 의해서 제한한다는 명목 하에 후퇴가 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당연시되는 집회 제한 법 조항들이 어떤 시기에 어떤 취지로 좀 들어왔는지를 한 번씩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최종연: 지금 진행 중인 중요 소송들의 결과가 연내로는 나올 것 같은데, 경찰의 이격조치가 경직법상의 근거가 부족하여 위법하다는 법률판단이 나와서 앞으로의 집회 시위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지아: 개인적으로 집행정지 사건에서 주장할 수 있는 논리가 교통량과 같은 데이터 외에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이 있고요. 또 다른 하나는 소음 측정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집회·시위 인권침해 감시 변호단 활동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박지아: 저는 ‘불꽃’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급박한 상황에 밤새 서면을 작성하기도 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집회가 가능하도록 길을 뚫어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리고 현장에 가면 열기가 느껴져요. 수가 적고 더 절박할수록 경찰의 대응은 거칠어지는데, 그럴수록 내가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최종연: 이종훈 변호사가 한 말로 갈음하겠습니다. ‘데모크라시(democracy; 민주주의)는 데모(demo)로부터’
김상은: 변호단은 일단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죠. 그리고 집회 현장의 실상을 알아야 확신을 가지고 서면을 쓰고 법정에서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에 집회에 참여하는 분들과 함께 같이 가야 해요. 길을 열어주고 그 길을 같이 가는 사람들, 그게 변호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집회·시위 인권침해 감시 변호단 참여를 고민하는 회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박지아: 어떤 사람은 집회 현장이 야구장이랑 비슷하다고 표현하더라고요. 하나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곳에서 서로 체온과 아스팔트의 차가움을 느끼면서 구호를 함께 외치고 도로를 같이 걷는 게 꽤 즐거운 일이거든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소송은 판결이 나기까지 오래 걸리는데 집행정지는 가압류보다도 빨라요. 빠른 결과를 받을 수 있어서 재밌습니다.
최종연: 민주주의를 함께 느끼자!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함께 길을 걷는 것도 민주주의의 원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상은: 집회 참여도 집행정지 신청도 한 번은 꼭 해봤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경험을 쌓으면 다른 데에도 활용할 수 있고 이후에 변호사로서 다른 일을 할 때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꼭 한 번 정도 변호단에 발을 담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 내내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시는 변호사님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집회·시위 인권침해 감시 변호단의 활약을 기대하며 응원하겠습니다.